[산단의 눈물①] ​“‘스마트산단’ 예산으로 투기꾼 배 불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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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국ㆍ현상철 기자
입력 2019-11-2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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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단지 공장 주인 가운데 30% 정도는 부동산 임대업자입니다.”

‘부동산 임대업자’라는 가면을 쓴 투기꾼들이 국내 최대 중소기업 제조업 집적단지인 반월·시화산업단지까지 손을 뻗었다. 반월·시화산단 인근에 터를 잡은 공인중개사 A씨는 “산단 입주기업이 공장 등을 임대해 주는 사업은 불법이 아니지만, 최근 이를 악용하려는 이들이 점차 눈에 띈다”고 말했다.

산단 내 입주기업은 경영상황이 갑자기 어려워지거나, 몇 년간 공장을 돌리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임대사업자로 전환이 가능하다. 투기를 제한하기 위해 산업단지공단 등은 일정 조건을 충족한 입주기업에 한해 임대사업자 전환 허가를 내준다. 임대사업자가 된 산단 입주기업은 공장 전체 또는 일부를 빌려주고 돈을 받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산단 주변 공인중개사나 입주기업 등이 ‘임대수입’을 노리고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임대수입을 노리는 이들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산단 내 공장을 사들인 뒤, 경영상 어려움 등 일정 조건을 맞춰 임대사업자로 탈바꿈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규모 이상의 농지는 실소유자가 직접 경작을 해야만 소유가 가능하지만, 공장은 생산자가 아니어도 소유할 수 있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반월·시화 산단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돈만 있으면 누구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공장을 매입할 수 있고, 매입 이후 운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자연스럽게 공장 임대업으로 돌릴 수 있다”고 귀띔했다.

부담은 고스란히 산단 내 중소기업 또는 입주 희망 기업의 몫이다. 임대사업자가 산단 내 공장을 소유하면서 임대비용이나 공장 가격 등을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월·시화산단 입주기업의 95%는 3·4차 협력관계를 가진 중소기업이고, 74%는 10인 미만 영세기업이다.

이 가운데 정부는 지난 9월 반월·시화산단과 창원산단을 스마트화하겠다며 내년 1858억원의 예산을 쏟기로 했다. 이달 19일에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범부처 차원에서 전국 산업단지에 종합 패키지 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일자리 5만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산업단지 내 임대사업자에 대한 실태조사 등을 배제한 채 예산만 투입하면 오히려 산업단지 입주가 필요한 중소기업 부담이 커져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산업단지 입주 희망기업에 자칫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며 “산업단지가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규정과 제도를 촘촘히 마련해서 입주기업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해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미국가산업단지(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사진 = 한국산업단지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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