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공업지대서 '인싸' 모이는 동네로...도시재생으로 다시 태어난 성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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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9-11-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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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동안심상가'[사진 = 윤지은 기자]

"부영그룹이 서울숲에 호텔을 지을 때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기부채납한 성수동 소재 건물을 '공공안심상가'로 삼고 우리 구가 직접 건물주가 됐죠. 안심상가 1층에 입주해 있는 '고기다'는 마장동에서 육류를 공급받는데, 구내 다른 동끼리 협업하는 모델이기도 하죠."

14일 서울 성동구 도시재생의 모델로 꼽히는 성수동 일대를 찾았다. 오랜기간 중공업지대였던 이곳은 동화 속에 들어온 듯 아기자기한 카페가 모여 있는 곳, 그러면서도 여전히 '옛날 흔적'을 가득 품고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인쇄공장의 낡은 간판과 가죽 앞치마를 입고 구두를 매만지는 수제화 장인들의 모습이 드문드문 눈에 들어왔다.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요즘은 서울 중구 을지로, 종로구 익선동 등과 더불어 '인싸'(인사이더 :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 동네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날 탐방에 동행한 백영화 '사계절공정여행' 대표는 "성동구에는 카페, 수제화점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정말 많다"며 "지금 같은 풍경을 지속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게 성동이 안고 있는 과제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성동구는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 등을 만들기도 했다.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힙한'(고유한 개성과 감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신 유행에 밝고 신선하다는 뜻의 신조어) 공간에 따라붙기 마련인 둥지내몰림(젠트리피케이션) 이슈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우리 조례에 따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대신 용적률을 더 주는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이런 곳들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 적용도 받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률도 2.5%선"이라며 "지속가능발전구역이다가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인 뚝섬 쪽(서울숲 카페거리)은 아예 프랜차이즈가 진입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할아버지 공장 같은 대형 카페는 임대료가 비싸 상임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임대료 인상률이 연 10% 정도"라며 "임대료 인상률이 높다는 걸 인정하지만, 이것까지 막을 명분은 사실상 없다. 값비싼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을 소상공인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찾은 '공공안심상가'도 성동구가 선도적으로 추진 중인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 중 하나다. 성동구가 직접 건물주로 나서, 임대료 상승으로 쫓겨난 소상공인, 청년창업자 등이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도록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70% 수준으로 유지하고 5~10년간 장기 임대하는 공간이다.

성동구가 보유한 공공안심상가는 지상 1~4층 규모로, 1층에는 '고기다', 2~4층에는 사회적 기업, 소셜벤처 기업 등이 입주해 있다. 모두 값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내몰린 임차인들이다. 이 상가는 부영그룹이 서울숲 부지에 호텔을 지으며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은 대신 기부채납한 건물이다.

정 청장은 "서울시가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데 후하지는 않지만 명분이 충분하면 쾌히 동의한다"면서도 "현재 공공안심상가 1개, 지식산업센터 내 17호를 구가 보유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집합상가 보유를 늘리기보다 구분상가 소유를 늘리는 방향이 효율적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안심상가가 처음부터 순탄하게 굴러온 것은 아니다. 정 청장은 "최초 임차인들이 입지, 시설 등을 문제 삼으며 계약 중도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당시에는 억울한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이후 임차인을 선정할 땐, 둥지내몰림 현상을 얼마나 많이 겪었는지뿐 아니라 음식 맛 등 다양한 기준을 내세우니 임차인과 갈등을 겪을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성수동이 소상공인들이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동네가 되려면 지금처럼 많은 이들, 특히 청년들이 성수동을 찾아줘야 하지만 힙한 동네가 으레 그렇듯 성수동 역시 빠르게 뜨거워진 만큼 빠르게 식어버릴 여지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해 정 청장은 "성수동이 확 타올랐다 금방 꺼져버리지 않도록 천천히, 자연스럽게, 소화할 만큼만 변화를 주고 있다"며 "우리 구는 성수동 말고도 7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 숫자 자체도 늘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수제화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수제화 명장 1호 유홍식 장인의 공방. 왼쪽부터 정원오 성동구청장, 백영화 사계절공정여행 대표, 유홍식 장인[사진 = 윤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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