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극한 대치' 홍콩의 당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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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대교수/국제지역연구센터장
입력 2019-11-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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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교수]

홍콩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지난 6월 홍콩 정부의 범죄인 인도법 , 즉 송환법 제정 시도에 대한 반대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지난 9월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 제정 자체를 공식적으로 폐기한다고 선언했음에도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10월 4일 홍콩 정부가 시위 때 복면 착용을 전면금지하는 ‘복면금지법(蒙面法)’을 시행하자 시위는 더욱 과격해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여전히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홍콩의 안정과 질서유지를 이유로 초강경 대응을 계속하면서 인명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극단 양상이다.

5개월여의 대치 과정을 거치면서 시위 양상도 과격해 졌지만 시위의 형태나 저항의 범위도 달라지고 있다. 당초 시위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폐기, 과격한 경찰 진압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기구 설치, 시위대에 대한 ‘폭도’ 규정 철회와 체포된 시위대에 대한 조건 없는 석방과 불기소 그리고 행정장관 직선제 관철이었다. 당연히 중국 중앙정부는 이 요구들을 질서 파괴 행위로 간주하면서 홍콩 정부의 강경 진압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불과 10분 거리인 선전(深圳)에 무장경찰 부대를 집결시켜 놓고 군 개입 카드까지 경고하는 상황이다.

최근 시위는 기존의 홍콩 시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극한 대치다. 이미 송환법 폐기를 넘어서는 ‘반중(反中)’정서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으며, 주말 시위 형태가 아니라 평일 게릴라형 기습 시위로 확산되는 조짐이다. 모든 홍콩시민이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파업과 수업 거부, 일부 불매 운동 등 3파(三罷) 투쟁도 전개되고 있다. 홍콩 경찰도 대학 안이나 성당에까지 진입해서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으며 비무장 시위대에 대한 실탄 조준사격까지 하는 초유의 강경 대응을 계속해 인명피해까지 속출하고 있다. 경찰 진압이 시위대를 자극해 극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다시 진압을 위해 더욱 강경 대응하는 악순환 구조가 어느덧 고착되었다.

홍콩 정부의 초강경 진압의 배후에는 당연히 중국 중앙정부가 있다. 홍콩은 법적으로는 분명히 자치 정부지만 선천적으로 중앙정부의 낙점으로 행정수반이 선출되는 구조이므로 독자적인 해결 방안을 내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 폐막된 제19차 공산당대표대회 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결의에도 나타나듯이 홍콩 시위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한 중앙정부는 홍콩에 대한 전면 관할권 행사를 천명해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시진핑 주석은 공권력을 책임지는 공안부장을 배석시킨 채 캐리 람 행정장관을 만나 강경진압에 힘을 실어줬다. 중앙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홍콩정부 차원에서 해결을 하라는 주문이다. 중앙의 의지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경 진압과 대치는 현재로서는 피할 길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사태 수습에 관한 문제이지 시위의 본질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사태의 본질은 1997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에 귀속되면서 이행하기로 했던 본질적 문제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홍콩시민들이 인식하는데 있다. 시위 확산의 표면적인 이유는 경찰의 강경진압이며 시민의 편에 서지 않는 홍콩정부에 대한 불만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결국 일국양제(一國兩制), 즉 ‘한 국가 두 체제’를 운영하기 위해 중국이 약속했던 고도의 차치(高度自治)나 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港人治港)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 홍콩 시민들의 응축된 불만과 주권 반환 이후의 세대의 불안한 미래 인식에서 찾아야 한다.

특히 이번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20대 초반의 젊은 행동파 시위대는 2014년 직선제 관철을 위해 79일에 걸친 시위로 국제적 관심을 끌었던 소위 ‘우산 혁명’을 주도했던 세력들이다. 당시 이들은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 채 저항으로만 끝난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시위의 장기화 전략과 더불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한 과격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호되든지 아니면 완전히 박탈되든지 선택의 기로에서 도박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홍콩이 한 목소리를 내려면 이들과 다른 사회 세력 간의 소통이 필요함을 잊으면 안 된다. 또 중국 본토보다 더 많은 자유와 번영을 구가하면서도 중국에 저항하는 홍콩인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중국 본토인들의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

독립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독립주의자들로 비쳐질 빌미를 줄 이유는 없다. 전략적으로 좀 더 정교해지지 않으면 중국 정부의 직접 개입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직접 개입, 특히 군사적 개입은 모험이다. 이는 50년 불변을 약속한 일국양제 시스템이 22년 만에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대만과의 통일을 염두에 두는 일국양제 시스템의 불협화음은 곧 있을 대만 대선에서 중국 정부에 부담이 되는 독립성향 정권을 유지시킬 확률도 배가시킨다. 경제적으로도 홍콩은 대중 유입 외자의 60%, 중국 대외투자의 70%를 담당하는 금융 중심지다. 섣부른 개입이 가져올 정치· 경제적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일단은 홍콩 정부를 통한 해결을 압박하면서 군사개입은 최대한 자제할 것이다.

현재의 당면 과제는 일단 중국정부나 홍콩정부 그리고 홍콩 시민사회에 얽혀있는 극도의 불신을 여하히 극복할 것인가에 있다. 상호 절충이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중국과 홍콩을 넘어서는 블랙 스완(Black Swan)이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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