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키코 피해자 만난 금융위원장 구체적 해법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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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장은영 기자
입력 2019-11-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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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성수 금융위원장, 키코 공대위원장과 단독면담

  • 뾰족한 해결책 없지만 분조위 일정 탄력 붙을 듯

키코(KIKO) 피해자들이 금융당국 수장과 10년 만에 만났다. 키코 문제가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던 금융위원회의 기존 입장이 크게 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제 금융위가 피해자들에게 제시할 해결책이 많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결정에 개입하기 어려운 데다, 키코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수용하기도 녹록지 않은 탓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키코 관련 분조위를 이달 중 개최할 예정이다. 분조위 일정이 계속 늦어지고 있지만,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키코 피해기업 측의 단독 면담으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지난 1일 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과 단독으로 50여분 동안 면담했다. 면담은 키코 공대위 측의 요청으로 성사됐으며, 금융위원장이 키코 피해기업과 만난 것은 키코 사태 이후 10년 만이다.

종전까지 금융위가 키코 피해자 구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화다. 불과 4개월 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키코가 분쟁조정 대상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너무 늦은 시점에 이뤄진 만남이라 뾰족한 해결책이 나올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분조위만 보더라도 금융위가 지금 시점에서 개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는 분조위 결정이 권고 사항에 그쳐 당사자 모두가 수용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하지 않는 탓이다. 보통 분조위 결정이 수용되지 않으면 소송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경우가 많으나, 키코 계약은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나 소송이 불가능하다. 즉, 분조위가 은행도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조정이 수용되지 않고 피해보상 절차가 파행에 이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금감원과 분조위는 키코 피해자와 은행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결과를 적절하게 조율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재조사가 시작된 키코 문제가 반 년 가까이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상황에서 금융위가 간접적으로 분조위에 영향을 미쳐 결과를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또 키코 피해자들이 청원하는 경영정상화 지원방안도 선뜻 약속하기가 만만치 않다. 키코 피해자들은 △보증채무 면제 △연대보증인의 보증 해지 △키코 피해기업 수출 보증지원 △피해기업과 대표자의 신용등급 상향 △구제기금·재기지원펀드 조성 등이다.

이 중 보증채무 면제와 연대보증인의 보증을 해지하기 위해서 금융권 전체에 확산된 보증채권을 정부가 사들여야 한다. 문제는 400여곳에 이르는 키코 피해기업의 보증 채권을 매입하기 위해서 얼마나 자금 지원을 해야 하는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보증 채권 규모는 키코 공대위 측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구제기금이나 재기지원펀드를 조성하는 것도 정부 예산을 쏟아부어야 해 간단치 않다. 그나마 수출 보증지원과 피해기업 및 대표자의 신용등급 상향은 다소 수월한 편이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번 만남 자체가 피해자 구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가 나서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겠지만 금융위원장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신호는 다방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 위원장의 행동으로 키코 사태 막판에 큰 변수가 생겼다"며 "당장 금융위가 대단한 것을 해줄 수 없겠지만 피해자 구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38차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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