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 15] 공수처의 놀라운 반부패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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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19-1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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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수처,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다

  • 아르헨티나 vs 브라질…공수처 유무에 국가청렴지수 차이 '극명'

  • 국가청렴지수 높은 국가 공통점…①검찰 권한은 '기소권'뿐 ② 검찰 감찰제도 설치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한국과 일본의 법학이 법조문과 판례를 암기 해석하는 해석법학임에 반하여 미국의 법학은 사회의 근본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제안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것이다." <안경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상대를 알고 자기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손무(孫武), 『손자병법』>

"타무아유 타유아우 백전백승(他無我有 他有我優 百戰百勝)": 남은 없는데 자기는 있고, 남도 있으나 자기가 우수하면 백번 싸워도 백번 이긴다. <강효백 교수>


국제투명성기구(IT)에서는 매년 국가별 청렴도 순위 부패 인식 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를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는 국가청렴지수로 불리는데 공무원과 정치인의 부패 정도를 국제 비교하고 국가별로 순위를 정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엔부패방지협약을 비준한 해인 2008년부터 2018년까지 지난 10년간 CPI 추이를 비교하면서 공수처(부패방지전담기구)와 국가청렴지수의 상관관계 및 효과를 살펴보도록 하자
 

*청색글자 표기 국가는 공수처 있는 나라, 홍색글자 표기 국가는 공수처 없는 나라, 자색글자 표기 국가는 유명무실한 공수처 있는 나라.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공수처,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다 - 타무아유(他無我有)

공수처의 유무가 국가청렴지수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중남미 국가들이다. 공수처를 설치한 중남미 국가는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중미의 자메이카, 두 나라뿐이다.

아르헨티나 vs 브라질

브라질 vs 아르헨티나, 두 나라는 남미의 양대 축구 산맥이다. 면적과 인구수, 각종 경제사회지표로 우위를 다투는 남미의 인접국가이자 라이벌 국가다. 그런데 공수처의 있고 없음에 따라 국가청렴지수 '맑을 청(淸)'과 '흐릴 탁(濁)'이 엇갈리고 있다.

국가청렴지수 순위에서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2008년 CPI 순위는 각각 109위와 80위로 브라질이 앞섰는데, 2018년 각각 85위와 105위로 아르헨티나가 앞섰다. 아르헨티나는 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부패방지 전담기관인 반부패청(Oficina Anticorrupció 1999년)을 설치하고, 2010년 OAC에 수사권과 기소요청권을 부여하는 등 부패 척결을 위한 제도 장치의 기능 개선에 매진했다.

그 결과 2012년 102위, 2014년 96위, 2016년 95위, 2018년 85위로 부패지수가 꾸준히 낮아져 CPI 순위는 10년만에 24계단 껑충 뛰었다. 반면, 공수처 없는 브라질은 2018년 CPI 순위가 105위에 그쳤다. 10년 전보다 25계단 하락한 것이다.

브라질 외에도 페루 72위→105위, 볼리비아 102위→124위, 베네수엘라 158위→168위 등, 공수처 없는 남미 대다수 국가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부패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자메이카 vs 멕시코

세계 최고급 커피 블루마운틴 산지로 유명한 카리브해 섬나라 자메이카의 2008년 국가청렴지수 순위는 96위로 중하위권에 머문 나라였다. 2005년 유엔부패방지협약에 가입한 자메이카는 2007년 9월 기소권·수사권·조사권을 보유한 '슈퍼 공수처'인 ‘주요범죄 반부패청(Organised Crime and Anti-Corruption Agency)'을 설치했다. 권력형 비리와의 전쟁을 전개한 결과 2018년 CPI 순위는 70위로 10년전에 비해 무려 26계단이나 상승했다.

반면에 멕시코는 자메이카와 정 반대의 길을 걸었다. 검찰과 경찰 등 법집행기관의 부패가 극을 달리는데도 수수방관하면서 공수처 설치 등 제도적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2008년 CPI 순위 세계 중위권이던 72위에서 2018년 세계 최하위권 138위로 급락했다. 지난 10년간 무려 56계단 떨어져 세계 최다 국가청렴지수 하락폭을 기록한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멕시코 외에도 파나마 85위→96위, 과테말라 96위→144위, 니카라과 134위→152위 등 공수처 없는 중미 대다수 국가들은 남미국가들과 국가청렴지수 꼴찌 경쟁이라고 하듯 해가 갈수록 부패의 밑바닥까지 떨어지고 있다.

폴란드 vs 이탈리아

“공수처,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다”는 건 유럽의 상황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폴란드와 이탈리아의 2008년 국가청렴지수 순위는 각각 58위, 52위로 비슷했다. 폴란드는 기소권·수사권·조사권을 보유한 '슈퍼 공수처' 중앙반부패국(Central Anticorruption Bureau)을 설치했다. '부패와의 전쟁'을 치열하게 전개한 결과 2018년 폴란드의 국가청렴지수는 36위로 10년 만에 22단계 상승했다. 반면, 공수처를 설치하지 않은 이탈리아는 유럽 국가 중 최하위권인 53위에 머물고 있다.

루마니아 vs 불가리아

남유럽 인접국이자 옛 사회주의 국가 루마니아와 불가리아는 2008년 CPI순위가 각각 70위, 72위로 루마니아가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루마니아는 2014년 기소권·수사권·체포권을 보유한 공수처, 국가반부패국(National Anticorruption Directorate)을 설치했다. 부정부패 퇴치작업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2018년 CPI 순위는 61위로 상승했다. 반면, 공수처를 설치하지 않은 불가리아 CPI 순위는 77위로 하락했다. 10년 전엔 별로 차이가 안났던 두 국가 순위는 오늘날 16계단으로 크게 벌어지게 됐다.

리투아니아·라트비아 vs 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

공수처를 설치한 구소련의 연방국 리투아니아는 58위에서 38위로, 라트비아는  52위에서 41위로 상승했다. 반면, 공수처가 없는 구소련의 연방국 우즈베키스탄은 148위에서 158위로, 투르크메니스탄은 167위에서 162위 하락했다. 

부탄 vs 네팔

중남미나 유럽, 멀리까지 갈 것 없다. “공수처, 없는 것보다 있는 게 좋다”는 가까운 아시아국가 상황을 보면 공수처의 효과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행복지수 세계 1위국, 부탄은 2006년 기소권· 수사권· 조사권을 보유한 독립 공수처, 부패방지위원회(Anti-Corruption Commission)를 창설하고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사회 및 경제 발전'을 위한 반부패 정책을 제도화 해 실천했다.

그 결과 CPI 순위는 2008년 45위에서 2012년 33위, 2014년 30위, 2016년 37위, 2018년 25위로 해마다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부탄의 인접국이자 공수처가 없는 네팔의 CPI 순위는 2008년 121위, 2018년 CPI 순위 124위로 국가청렴지수 하위권에 계속 머물고 있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인도네시아·파키스탄·필리핀 vs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예멘

인도네시아 126위→99위(27계단 상승), 파키스탄 134위→117위, 필리핀 141위→117위 상승했다. 이들 나라는 부패척결에 대한 최고통치권자의 정치적 의지와 강력한 리더쉽,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이념적 가치의 조화를 추구하는 개발도상국이다. 이들 나라의 공수처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에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공수처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좋다.

공수처를 설치하지 않은 이슬람 국가군 시리아 147위→178위(32계단 하락), 아프카니스탄 176위→172위 , 예멘 141위→176위 등이 중남미지역보다 오히려 더 부패한 시궁창으로 곤두박질 치는 상황과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공수처는 일단 있는 게 좋다. 공수처의 질적 업그레이드는 차후에 하더라도.

대만 vs 한국

끝으로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법계와 사법 체제가 가장 흡사한 대만을 살펴보자. 한국과 대만의 2008년 CPI 순위는 각각 40위와 39위였다. 우리나라처럼 일제 식민지의 뼈아픈 역사를 겪어 구일본 법제의 영향을 많이 받아온 대만은 2010년 검사와 법관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범행에 대한 기소권·수사권을 지닌 ‘염정서(Agency Against Corruption)’를 설치,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 그 결과, 대만의 CPI 순위는 2018년 31위로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 10년간 공수처 설치등 구체적 제도개혁 조치 없이 “이번 일을 뼈를 깎는 자성의 기회로 삼자” 자성론, 내부감찰시스템 강화, 상설특검제 설치, ‘신중 검토’ 추진 방안 등등 검찰발(發) 미봉책 내지 지연책만 남발해왔다. 그러다 보니 2018년 국가청렴지수 순위는 45위로 하락했다. 10년 전 한국과 대만은 불과 그야말로 한 끗 차이(한국 40위, 대만 39위)였는데, 지금은 열네 끗(한국 45위, 대만 31위) 차이로 청렴도 순위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공수처, 일단 있으면 우수해야 한다. -타유아우(他有我優)

공수처를 설치한 국가는 대부분 국가청렴지수가 상승했다. 하지만 공수처를 설립해도 별 효과가 없고, 오히려 국가청렴지수가 오히려 악화된 나라도 소수이지만 존재한다. 마다가스카르 85→152위, 그리스 57→67위, 태국 80위→99위, 러시아 147위→149위, 카메룬 141위→152위, 케냐 147위→152위 등이 그 예다.

이들 공수처를 설치하나 마나한 국가들을 살펴보면 일각에서 우려하는 공수처가 검찰·경찰의 법집행기관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 기관화되거나, 나치즘의 게슈타포와 구소련의 KGB 등 악명높은 정보기관처럼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언터처블 괴물' 기관화한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음 아래와 같은 큰 결함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유명무실하다. 공수처의 설립근거와 법적지위가 불명확하고 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둘째, 기소권·수사권·조사권 등 실제적 권한이 부여되지 않고 정보수집과 반부패 교육과 홍보와 선전에 주력할 경우.

셋째, 국회의원, 판검사, 왕족과 군부 등 특정사회·특권층 일부가 부패혐의에 대한 수사와 조사 또는 기소의 대상에서 제외되었을 경우.

넷째, 기득권층의 개혁에 대한 저항이 완강하고 최고통치권자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의지와 지원이 부족할 경우.

다섯째, 검찰·경찰 등 법집행기관과 감사원 등의 회계검사기관, 법원의 사법기관, 또는 정보기관 등 기존의 권력기관간의 권한 배분의 불명확으로 기관간의 갈등으로 기관간 권력투쟁으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여섯째, 정치적으로 극히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 극빈한 나라일 경우.

◆국가청렴지수 '베스트 일레븐'의 공통점은? 

2018년 국가청렴지수 '베스트 일레븐(Best 11)' 국가는 다음과 같다. 1위 덴마크, 2위 뉴질랜드, 3위 싱가포르· 핀란드· 스위스· 스웨덴, 7위 노르웨이, 8위 네델란드, 9위 캐나다· 룩셈부르크, 11위 영국.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검찰의 권한이 기소권 뿐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현대 세계 민주법치제도의 모델국가이자 53개 영국연방의 종주국 영국, 역시 검찰의 권한이 기소권뿐인데도, 별도로 기소권·수사권·조사권을 보유한 중대부패수사청(SFO)이 있는데도,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감독하고 검찰업무를 감찰하기 위한 HMCPSI 검찰감찰청(Crown Prosecution Service Inspectorate)을 독립기관으로 설치(2000년)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이러한 영국의 선진 검찰 감찰제도를 한국 헌정체제와 글로벌스탠더드에 적합하게 창조적으로 벤치마킹 할 것을 제안한다.

덧붙여 공자 말씀 하나 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자기 직분에 충실하도록 각각 기소, 수사, 반부패를 전담하게 하는 등 제도장치 틀의 획기적 개선이 시급하다.
 

영국 검찰청의 유일한 권한 기소권과 검찰청 직무를 상시 감찰하는 독립기관 영국 검찰감찰청(HMCPSI) 로고(왼쪽). 영국 런던 시내에 위치한 검찰감찰청 HMCPSI 본부 건물 사진속 인물은 캐빈 맥긴티Kevin McGinty 검찰감찰청장 (2015년 부임 북아일랜드 법무청장 역임) [자료=강효백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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