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해외 M&A 공세, 엔화 상승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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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11-0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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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자산 강세 환경에도 올해 달러比 엔화값 1.5% 상승 그쳐

  • 日기업 해외 M&A 공세 '엔고 제동...'통화완화' BOJ 화색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수수께끼 중 하나는 엔화 오름세(엔고)가 왜 이렇게 미적지근하냐는 것이다.

엔·달러 환율은 최근 한동안 108엔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했다. 109엔대 후반에서 거래됐던 올해 초와 비교하면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5%가량 올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가 오를 만한 환경이 충분한데 실제 상승폭이 제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장기화, 글로벌 경기둔화는 모두 안전자산 가치를 밀어올리는 리스크(위험) 요인이다. 실제로 엔화와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거론되는 미국 국채는 10년물 수익률(금리)이 올 들어 0.99%포인트나 떨어졌다. 국채 가격이 그만큼 올랐다는 의미다. 상품(원자재)시장 대표 안전자산인 금 선물가격은 올 들어 18% 가까이 뛰었다. 

블룸버그는 펀드 환매나 계절적 변동 등의 변수 외에 올해 엔화 상승에 제동을 걸고 있는 중요한 변수 가운데 하나로 일본의 해외 인수합병(M&A) 공세를 꼽았다.

일본 최대 맥주회사 아사히그룹이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로부터 호주 최대 맥주회사 칼튼&유나이티드브루어리를 110억 달러(약 12조8500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10일 일본 대표 제지업체인 일본제지는 호주 오로라로부터 골판지 사업부문을 17억2000만 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일본에선 인구 감소로 내수시장이 위축되고, 경기도 살아나지 않는 탓에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일본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선 엔화를 팔아 외화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엔화 가치가 하방 압력을 받게 된다.

미국계 대형 로펌 베이커맥킨지는 최신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통상갈등과 경기둔화 영향으로 아시아의 M&A 활동이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은 예외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해외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새 시장을 확보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도쿄 소재 다이와증권의 이시즈키 유키오 선임 외환 전략가는 "기업 인수는 증권 거래와 달리 한 방향으로 이뤄진다. 그 영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엔화의 투기적 매수·매도를 능가할 정도로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이런 거래는 금리격차와 같은 외부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엔·달러 환율 거래 범위는 약 8엔 정도로, 지난 50년 새 가장 좁은 편이다. 지난 1월 3일 엔화 가치가 순식간에 4% 급등한 '플래시크래시'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이후 환율은 심한 변동성 없이 움직이고 있다.

도쿄 소재 미즈호은행의 가라카마 다이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순해외자산 구성이 변하면서 위험회피에 따른 엔 매수 모멘텀이 확실히 약화하고 있다"며 "리스크 오프(위험자산 매도) 분위기에서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 증권을 매도할 수는 있지만 인수한 해외 자산을 내다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일본발 해외직접투자(FDI) 총액은 지난 5년에 걸쳐 미국 국채와 같은 국외 유가증권 매입액을 능가했다. 또 해외투자에서 얻은 수익은 일본으로 돌아오기보다 해외에서 재투자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화 유입이 제한되니 엔화 값 상승 흐름에도 마냥 힘이 실릴 수 없는 구조다.

전례없는 통화부양책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해온 일본은행(BOJ)으로선 엔화 상승이 억제되는 현상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엔화 약세는 수출업계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기업 순이익을 뒷받침하며 수입 물품의 가격을 높여 물가 상승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시즈키 전략가는 "엔고 공포증은 이해할만 하지만 자금 흐름이 계속 편향되면 엔고가 쉽게 실현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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