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병(重病)’ 한국 경제, 반(反)시장적 정책으로 치유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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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9-10-2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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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념에 치우친 아마추어 대신 균형 잡힌 프로에 운전대 맡겨야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축구 국가대표 감독 자리는 늘 바늘방석이다. 그래서인지 한국 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말까지 들린다. 그만큼 편치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감독을 선임할 때 두 가지 카테고리로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국내파냐 아니면 해외파를 두고 일차적인 고민을 한다. 전문가들이나 여론도 국내파보다 해외파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역대 성적을 보면 후자가 더 좋은 결과를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몇 가지 고려 요인이 있지만 우선은 선수 선발과 기용에 따른 잡음이 적다는 것이 강점이다. 국내파 감독의 경우 학연 등 연고에 얽혀 낭패를 보여준 경우가 허다했다. 그 외에도 해외파 감독은 철저한 데이터 분석, 기초체력 강화, 맞춤형 전술 개발 등에서 능력이 한 수 위라는 것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 한국 경제에 한번 비유해 보자. 우선 경제를 운용하는 국가 사령탑의 면면이다. 정권이 바뀌면 의례히 ‘캠(캠프)·코(이념)·더(집권당)’ 인사가 횡행한다. 반대편 진영에서도 이에 대해 비난할 명분은 없다. 그러나 가장 경계해야 부문은 경제 부문의 인사이다. 흔히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파격적인 인물을 기용하여 경제의 근간을 흔들어 놓으려는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경향이 더 농후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면서 자기 진영의 편에 서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이 파이를 돌려주려고 집착한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부동산 규제 강화’, ‘복지 포퓰리즘’ 등이 대표적인 정책 패키지들이다. 이러한 것들이 그들에겐 지선이고, 거부하는 자들은 악을 간주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집착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후유증이 나타나기 마련이고, 특히 경제는 헝클어지게 되어 있다. 균열이 생기면서 표류하게 되고, 결국은 엄청난 암초에 부딪히면서 좌초하게 된다. 지금 한국 경제가 딱 이 지경이다. 이념에 편향된 어설픈 아마추어 인사들이 경제를 망쳐놓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마저 나온다. 또 하나의 특이점은 이들이 남이 하고 있는 것들을 애써 외면하고, 조언이나 충고에 대해서도 귀를 닫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의 위기 징조가 선명하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실정(失政)에 대한 비난이 두려워서인지 아전인수식 통계 해석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허언만 일삼는다. 이 정도 되면 무능과 무지의 극치 수준이다.

경제는 진단이 잘못되면 엉뚱한 처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들의 항변은 내부는 잘하고 있는데 외부 변수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글로벌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 와중에 나타나고 있는 각국의 경제 성적표를 보면 우리의 위치가 어디에 가 있는 지가 정확히 인지된다. 위기 대응 측면에서 거의 꼴찌라고 해도 변명할 여지가 별로 없다. 경제성장률, 수출, 제조업 가동률, 투자, 고용과 소비 등 어느 하나도 경쟁국보다 나은 지표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경제심리는 갈수록 더 위축되고 있으며, 파이를 국내에서 만들기 보다는 해외에서만 만들려고 한다. 자기 진영으로 인위적으로 기울여놓은 운동장을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지 않으면 경제는 더 빠른 속도로 궤멸한다.

왜 우리가 후퇴하고 있는 지는 밖에 있는 경쟁자들이 하고 있는 것들을 보면 알아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지면서 우물 안 개구리 신세로 전락하면서 나타나는 현상들이 수도 없이 많다. 아마추어리즘 경제 운전대가 빚어내고 있는 결과이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제조업의 혁신이고, 이를 통해 선진국들은 잃어버린 성장 잠재력을 다시 찾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우선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밖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들을 안방으로 불러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해외 투자 경험이 있는 국내 기업 중 77%는 ‘외국의 투자 환경이 더 좋다’고 79%는 ‘국내에 돌아와 투자할 생각이 없다’고 토로한다. 미국, 일본, 독일 기업의 사례와 보면 매우 대조적이다. 국내 기업도 대부분 나가려고 하는 판에 해외 진출 기업이 국내로 돌아오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제대로 국가들은 산학협력에 열을 올린다. 혁신의 닻을 올리면서 이에 명운을 건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기업·대학이 모두 따로 논다. 그리고 혁신적인 생태계를 만들어 글로벌 기업과 인재. 스타트업의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세계 대학 순위를 보면 서울대학이 겨우 37위로 싱가포르, 중국, 일본 홍콩 대학들에도 순위가 밀려난 지 오래다. IT 강국이라는 위상도 빛 좋은 개살구다. IT 인프라는 글로벌 1위지만 제도는 33위이다. 온갖 규제에 묶여 시장 주도권을 경쟁국들에게 넘겨주고 있다. 공유경제, 원격진료, 빅데이터, 문화콘텐츠 등 성장 여력이 있는 분야들에 대한 반(反)시장적인 정책이 즐비하다. 남들은 규제를 푸는 경쟁을 하는데 우리만 엮어 꼬이게 하는 타성을 고집한다.

제조업 성장 생태계는 최악이다. 가동률은 최악이고, 청년실업률은 경쟁국 중 악화 속도가 독보적이다. 노동 시장은 이중적 구조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있는 파이를 독식하기 위해 눈이 시뻘겋다. 기업을 키우는 데는 관심이 없고, 기업도 노동자도 다 망하는 치킨게임만 보인다. 현대차 노조원 절반이 50대일 정도로 귀족노조들이 그들의 밥그릇만 늘리면서 청년 세대의 기회는 냉정하게 박탈한다. 일본의 도요타차는 세계 시장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는데 한국차의 추락은 끝이 안 보인다. 경제에는 아군과 적군이 없다. 힘을 합쳐도 살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런 식으로 살면 5년, 10년 후 우리 제조업이 어떻게 되어 있을 지는 자명하다. 한국 경제의 운전수를 바꾸어야 한다. 균형 잡힌 프로패셔널리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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