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정용진, ‘6년간 한솥밥’ 이갑수 이마트 사장 등 11명 교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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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9-10-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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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사상 첫 분기 적자, 실적 위기감 고조...후임에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 유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사장) 등 임원진 11명을 교체했다. 

이마트는 해마다 12월 1일자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으나, 한달 반이나 빨리 인사 조치하면서 신세계그룹 안팎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대형마트 점유율 1위인 이마트가 이커머스의 공세 등에 밀려, 올해 창립 이래 첫 분기(2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리자, 정 부회장이 빠른 인사 카드를 통해 쇄신을 꾀한다는 분석이다.

이갑수 사장 후임으로는 내부  인사가 아닌 이마트 창립 이래 첫 외부 인사가 기용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이상 '고인 물'로는 혁신이 힘들다는 정 부회장의 위기 의식이 읽히는 대목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8일 오후 김동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하남시 스타필드를 방문하자 반갑게 응대하고 있다. 왼쪽 뒤가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 2018. 6. 8. [연합뉴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21일 예고된 인사를 통해 이갑수(62) 이마트 대표이사(사장)와 부사장보, 상무, 상무보 등 11명을 교체한다. 김득용 고객서비스본부장, 민영선 트레이더스 본부장 등 지난 6월 말 기준 미등기 임원 40명 중 11명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다.

이례적인 인사 소식은 이갑수 사장이 지난 18일 오후 이마트 계열사 임직원들을 불러다 놓고 자신의 사임 사실을 공개하면서 외부에도 알려졌다. 이 사장은 "신세계그룹에서 37년을 근무해 영광이었고, 나머지 임원들이 마무리를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사장은 지난 1982년 신세계에 입사한 뒤 1999년 이마트로 자리를 옮겨 판매와 상품, 고객 서비스 부문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2014년 이마트 영업부문 대표에 오른 뒤 6년간이나 이마트를 이끌어왔다.

정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지만, 4차 산업혁명 소용돌이 속에서 급속히 바뀌는 쇼핑 트렌드, 이커머스 공세 등으로 이마트가 최근 실적 저조를 빚자 결국 물러나게 됐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창립 26년만에 사상 첫 분기 기준 적자(299억원)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순매출은 4조5810억원으로 작년 2분기보다 14.8%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832억원이나 줄었다. 올 3분기에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이번 인사 조치를 통해 "실적이 나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위기론을 설파한 셈이다.

또한 '젊은 이마트'를 위한 쇄신 작업으로도 읽힌다. 1957년인 이갑수 사장은 이마트 미등기임원 40명(오너 일가 제외) 중 유일한 1950년대생이다. 이 대표와 김득용 고객서비스본부장(1965년생), 민영선 트레이더스 본부장(1963년생)이 물러나면서 1968년생인 정 부회장과 함께 할 차기 이마트 주요 임원진은 40대~50대 인사로 재편될 전망이다.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 [연합뉴스]


차기 이마트 사장은 외부 인사인 재미교포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리 대표는 미국 미네소타주 칼튼 칼리지(1990년 졸업), 미국 하버드대 MBA(1994년 졸업)을 마친 뒤 글로벌 유통업체에서 온라인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특히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옥시레킷벤키저 한국지사장을 지내며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으로 소송의 당사자가 됐으나,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2010년부터는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에서 중국 시장 마케팅과 사업 운영을 총괄했고, 말레이시아에서 전자상거래 사업도 맡았다. 2014년부터는 구글코리아에서 일해왔다.

정 부회장이 존 리 대표를 기용할 경우, '이마트의 온라인화'에 무게가 더 실릴 전망이다. 올해 신규 출범한 온라인법인 SSG.COM를 필두로 오프라인 이마트 점포는 온라인사업의 물류센터 역할로 축소하고, 비효율 점포를 매각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이 매년 단행하던 12월 인사 대신 10월 인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제부터 이마트가 진짜 '정용진의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을 상징하는 셈"이라며 "사상 최초 외부 대표를 기용할 경우, 이마트의 혁신 속도는 한층 빠르고 보다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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