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번 할까요' 이정현 "'말죽거리' 패러디? 저는 '와' 도전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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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9-1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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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제가 이런 밝은 역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재밌다. 1980년 광주항쟁으로 가족을 잃고 실성해버린 소녀(영화 '꽃잎')를 비롯해 만신이 된 여자(영화 '파란만장'), 치열하게 살지만 언제나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리는 인물(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등 지독하고 처절한 캐릭터를 도맡아왔던 배우 이정현(39)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 때문에 애를 먹었다니.

이정현이 데뷔 24년 만에 선보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 '두 번 할까요'(감독 박용집)는 이혼식을 거행한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치 않던 '싱글 라이프'에 입성하게 된 선영은 이정현이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가볍고 사랑스러운 인물. "어려워 혼났다"라고 앓는 소리를 하는 그에게 영화와 캐릭터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이정현의 일문일답이다

영화 '두번할까요' 선영 역의 배우 이정현[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드디어 밝은 역할이다
- 그간 어두운 역할만 했다. 개인적으로 영화 현장을 정말 좋아하고 배우들과 어울리고 모니터하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어두운 캐릭터만 맡다 보니 카메라 앞에서는 힘든 일도 떠올려야 하고 감정을 추슬러야 하더라. 심적으로 힘들었다. '두 번 할까요'를 찍고 현장에서 매번 놀랐다. '아!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좋아도 되는구나!'

밝은 역이라고 덥석 선택한 건 아닐 거 같은데
-해보지 않은 캐릭터인데 즐거운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개인적으로 코미디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가벼운 걸 해보고 싶었다. 분석 안 하고! 사람들을 웃기는 그런 거! 하하하. 그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딱 들어온 거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너무 재밌었다. 회사에 바로 '하겠다'고 했더니, '바로 답변 주면 창피하다'며 몇 시간 뒤에 하자고 하더라. 하하하.

그간 어두운 캐릭터들을 맡아왔다. 감독님은 이정현의 어떤 면에서 선영을 보았나?
-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속 수남에게서 선영의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수남의 밝은 면이 있고 4차원처럼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 비현실적인 4차원의 특이한 인물이 선영과도 닿아있다고 보신 거 같다.

선영은 사랑스러운 인물이다. 이정현의 필모그래피를 지우고 '인간 이정현'을 보자면 가깝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 그래도 연기하기는 너무 어렵더라. 애교 넘치는 캐릭터! 하하하. 4차원 캐릭터라는데 집중하려고 했다. 선영이는 감정 기복도 크지 않나. 그런 모습들에 집중하려고 했다.

영화 '두번할까요' 선영 역의 배우 이정현[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연기하면서 극 중 선영과 이정현이 맞닿아있다고 생각한 적 있나?
- 거의 없다. 선영의 입장에서 모든 행동을 이해하려고 했다. '선영이라면 이럴 수 있지' 하고 그저 받아들이려고 한 거 같다. 가끔 설정이 과하다고 여겨질 때도 있었는데, 때마다 감독님은 '웃기는 데 주력하자'고 하더라. 그렇게 촬영에 집중한 거 같다.

이해가 안 갈 때도?
- 이혼식을 하자고 우기는 일 등. 선영이 이해 가지 않을 때도 있었다. 감독님께 말하면 '어렵게 생각지 말아야 한다'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다. 웃기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코미디 영화의 몫을 하려고 한 거지.

베테랑 배우지만 첫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는 게 부담일 수도 있었겠다
- (권)상우 오빠와 설렁탕집에서 밥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신이 저의 첫 촬영이었다. 숟가락을 드는데 손이 벌벌 떨리는 거다.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상우오빠, (이)종혁 오빠가 편안하게 대해줬고 긴장을 풀어줘서 잘 찍을 수 있었다. 두 사람 덕이다.

거기에 상대 배우인 권상우가 코미디 연기를 해 본 경험이 있으니 더 도움이 됐겠다
- 그렇다. 시나리오 속 현우를 보고 단박에 상우 오빠를 떠올렸다. '탐정' 시리즈를 재밌게 봤던 터라,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상우 오빠 생각이 나더라.

팀내 분위기가 좋은 건, 기자간담회 등에서도 느껴졌다
- 하하하. 현장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편안하게 대해줬고 재밌게 찍을 수 있었다. 촬영장이 꼭 놀이터 같았다.

영화 '두번할까요' 선영 역의 배우 이정현[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상대배우들이 워낙 개그 욕심이 있어서 힘들지는 않았나?
- 웃느라 NG가 많이 났다. 상우 오빠를 보기만 해도 웃기더라. 애드리브도 많이 하는 편이다. 극 중 명품 티셔츠를 바닥에 던지며 화내는 모습은 오빠의 아이디어였다.

이정현의 애드리브도 있었나?
- 애드리브는 아니었는데 합이 잘 맞아서 만들어진 장면이 있다. 현우가 공항에서 선영을 안아주는 장면이다. 의사소통되질 않아서 선영을 번쩍 안아 올리는데 제가 키가 작다 보니 몸이 경직되어있는 모습이 재밌게 표현되는 거다. 현장에서는 많이 웃었다. 일반관객들도 재밌어 해야 할 텐데.

'두 번 할까요'로 실제 결혼관이 바뀌기도 했나?
- 특별히 그런 건 없다. 영화를 찍을 당시에는 미혼이었는데 현장에서 가족들을 챙기는 상우 오빠, 종혁 오빠의 모습을 보고 내내 '부럽다'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빨리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찍기 전엔 미혼이었고, 개봉할 때는 기혼인 셈이다
- 그렇다. 영화를 찍기 전만 해도 결혼은 포기한 상태였다. 남자 만날 기회도 있고 나이도 있으니 '일만 열심히 하자'고 했지. 워낙 아이를 좋아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 상우 오빠, 종혁 오빠가 마음에 불을 지핀 거다. 어찌나 가족들에게 잘하는지.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 정말 착한 사람이다.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종혁 오빠가 연기하는 상철처럼. 다 참아주고 이해해주는 성격이다.

영화 '두번할까요' 선영 역의 배우 이정현[사진=리틀빅픽쳐스 제공]


요즘 온라인에서 '탑골 공원' 시리즈가 화제다. 방송국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과거 음악프로그램 방송분을 틀어주는데 댓글들이 재밌더라. 다들 추억여행 중이다
- 전지현 씨가 MC를 보더라. 하하하. 댓글들도 다 봤다. 그래도 제가 노래하는 건 못 보겠더라. 하하하!

팬들이 음반을 내달라고는 안 하나?
- 자꾸 물어본다. '음반 낼 생각 없느냐'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부담이 된다. 너무 큰 걸 바라는 거 같다. 마이크를 어디에 달아야 할 거 같고 엄청나게난 콘셉트를 선보여야 할 거 같다.

권상우, 이종혁도 '말죽거리 잔혹사' 패러디를 했는데. 이정현도 필모그래피 중 한 가지를 패러디한다면?
- 역시 '와'를 불러야겠지? 하하하. '말죽거리 잔혹사' 패러디를 보고 저도 엄청 웃었다. 포스터를 보면 나름대로 제 패러디도 있다. 1999년 노래인 '와'의 가사가 포스터로 사용됐더라. "설마 했던 니가 나를 떠나 버렸어"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는데
- 300만 관객이 들면 '와'를 부르기로 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이정현의 독립영화 출연에 관한 관심도도 높아진 거 같다
- 저도 관심이 많다. 상업영화에서 건드리지 않는 소재들이 많으니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대본을 찾아보는데 아직 눈에 띄는 시나리오를 만나지 못했다. 제가 다시 배우로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독립영화의 힘이 컸기 때문에 애정이 많다. 시나리오를 보며 출연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작품으로 어떤 '평'을 얻고 싶나
- 평가보다는 '두 번할까요' 이후 다양한 장르를 만나봤으면 좋겠다. 우리 영화를 재밌게 보는 관객이 있다면 가장 큰 선물일 거 같다. 이렇게 밝고 다양한 장르 영화를 많이 만나보고 싶다.

예비 관객에게 '두 번 할까요'만의 매력을 어필한다면
- 재밌는 영화다. 그러니 생각 없이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다. 복잡한 일도 많으니까. 생각 없이 오셔서 실컷 웃다 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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