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부터 은행 주도··· 커지는 'OEM펀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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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19-10-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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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에 대한 현장검사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의 설계·제조·판매 과정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내부통제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1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사태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리스크 관리 소홀, 내부통제 미흡,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의 경우 은행이 주도적으로 수익률 등 조건을 제시하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발행 및 펀드 편입을 했다는 점이 특이사항”이라며 “이런 과정을 반복해 사실상 같은 자산을 편입한 동일한 운용방식의 펀드가 다수 설정돼 투자자들에게 판매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현재 잔액이 남아있는 독일, 영국, 미국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상품은 210개로 총 7950억원이 판매됐다. 잔액은 6723억원이며 예상손실액은 3513억원(52.3%)에 육박했다. 투자자 대부분(92.6%)이 개인 일반투자자였으며 이 중 60대 이상이 1462명(48.4%), 법규상 고령자인 70대 이상이 643명(21.3%)에 달했다.

DLF 상품의 설계·제조 과정에서 판매처인 은행이 개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DLF는 외국계투자은행(IB)이 국내 증권사에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을 제안하면, 증권사가 은행과 협의를 거쳐 DLS를 발행하고 자산운용사에 이를 편입 요청해 유통됐다.

이 과정에서 은행은 국내 증권사에 DSL상품의 수익률, 만기 등 구체적 상품조건을 제시하거나, 해당 DLS의 펀드 편입·운용 가능 여부를 협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자본시장법에 위배되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펀드’ 방식으로 DFL상품이 운용된 셈이다.

OEM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아닌 펀드투자자나 판매처의 지시에 따라 만들어지고 운용된 펀드를 의미한다. 일반제조업에서 판매자의 요청에 따라 외주공장이 만드는 제품인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에서 따온 표현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운용이 금지돼 있다.

DLF상품의 유통 과정에서 공모 펀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사실상 동일한 상품을 쪼개 판 정황도 포착됐다. 사실상 같은 자산을 편입하고 유사한 방식으로 운용되는 복수의 DLF를 발행사, 약정수익률, 손실배수 등 일부 조건만을 변경해 반복 설정한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판매사인 은행이 특정 DSL의 편입을 요구한 것만으로 OEM펀드에 해당한다”며 “동일한 운용 방식의 상품을 반복 설정한 것도 규제를 피하기 위해 쪼개 판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금감원의 조사에 따라 보다 구체적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증권사와 운용사에 대한 징계도 가능할 전망이다. 실제 금감원은 OEM펀드를 만들고 판매한 자산운용사 2곳, 이를 도운 증권사 2곳에 대해 지난 6월 중징계 및 과태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일반적인 OEM펀드의 경우 운용회사가 일상적으로 판매사의 지시를 받아 상품을 운용하는 경우를 말한다‘며 ”이번 사태의 경우 특정 DSL를 펀드에 편입하는 행위가 '운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보는 ”다만 이런 부분을 OEM펀드라고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하며 현재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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