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재벌, 토지 5분의 1 사회에 ‘쾌척’… “시진핑 눈치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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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9-2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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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세계개발, 300만ft² 농지 사회기부 발표…공공주택 건설계획

  • 홍콩 시위 근본적 원인 살인적 집값, 빈부격차란 지적에

  • 中 관영언론 "홍콩시위 화살을 부동산재벌 '탐욕'으로 돌려"

홍콩의 한 부동산재벌이 비축한 토지의 5분의 1을 사회에 '쾌척'하기로 했다. 최근 홍콩내 넉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시위의 근본 원인을 부동산 개발업자들의 탐욕 탓으로 돌리고 있는 중국 지도부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홍콩 4대 부호 중 하나인 신세계개발그룹(뉴월드)이 25일 실적보고서 발표 자리에서 비축하고 있는 300만 평방피트(ft², 약 28만㎡) 농지를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갑작스레 밝혔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26일 보도했다.

정즈강(鄭志剛) 신세계개발 부회장은 공공주택 서비스를 제공하는 홍콩 사회적기업인 '라이트비'와 함께 공공주택을 지으며 사회 주택사업을 발전시켜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주주 이익만 생각하지 않고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를 통해 홍콩 현지 저소득층 가정의 주택난 해결에 일조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신세계개발이 쌓아놓은 토지가 약 1700만 ft²에 달하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비축한 토지의 5분의 1을 무상으로 기부해 공공주택을 짓기로 한 셈이다. 현재 홍콩 정부는 민간 토지를 회수할 시 특혜보상비율에 따라 ft²당 1124홍콩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신세계개발이 기부한 토지 가치는 최소 약 33억7200만 홍콩달러(약 5158억원)에 달한다.

신세계개발은 새로 짓는 공공주택은 약 3층짜리 높이에 1가구당 면적이 약 200~300ft²에 달할 것이라 했다. 또 임대료 수준은 고정적이지 않고 각 가구별 지불능력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만약 의료비 등으로 지출이 많이 나가는 가구에겐 더 저렴한 가격에 임대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신세계개발에 이어 홍콩의 다른 부동산재벌인 청쿵(長江)그룹, 헝지(恒基)부동산 등도 토지를 기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명보는 전했다.

일각에선 홍콩 부동산재벌의 토지 기부가 최근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 사태 배경엔 치솟는 집값에 따른 빈부격차 확대 등의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중국 중앙정부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을 동원해 홍콩 부동산 재벌의 '탐욕'을 질타하며 홍콩 시위의 근본적 원인인 주택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이 ‘진심’을 보여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그동안 부동산재벌이 막대한 토지를 손에 쥐고 있어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는 홍콩 정부의 노력도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 주택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는 것. 

 

[자료=홍콩명보]

명보에 따르면 홍콩 4대 부동산 재벌인 청쿵, 순훙카이(新鴻基), 헝지, 신세계개발이 쌓아놓은 토지만 1억ft², 그러니깐 약 281만평이 넘는다. 이를 개발하면 홍콩에 10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최근 홍콩 친중파 진영에서는 '토지회수조례' 법안도 추진 중이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 정부가 민간 토지를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으로, 이를 통해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쌓아놓은 토지를 서둘러 수용,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홍콩 재벌은 부동산은 물론 운수, 호텔, 금융, 유통, 통신, 전력 등 홍콩의 모든 경제 영역을 지배하면서 홍콩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게 사실이다. 심지어 장쩌민,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과도 '끈끈한' 관계도 이어왔다. 

하지만 시진핑 지도부 들어 이같은 관계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홍콩 시위 사태를 계기로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재벌들의 고삐를 죄고 나서면서 이들의 앞날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보도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각에선 중국 지도부가 홍콩 시민이 요구하는 정치적 자유 대신 주택문제 해결 등을 통해 홍콩 사회 불만을 달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홍콩시내 전경.[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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