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혁신 불어넣겠다"는 당국…'혁신성'을 수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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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19-09-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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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다로운 인가조건·인센티브 부족

  • ICT기업들 인터넷은행 진출 포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취임과 함께 '규제 혁파'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 혁신 환경을 조성해 신(新)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과제와 맞닿아 있는 행보다.

하지만 시장에선 은 위원장의 의지가 관철될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금융시장이 촘촘한 '규제 그물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흥행 빨간불' 인터넷銀··· 진출해도 성공 불투명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불과 몇 개월 만에 인기가 식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에서 '낡은 규제'를 엿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 등 굵직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진출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언한 점과 유력주자로 꼽혔던 키움증권의 인가 재도전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비바리퍼블리카와 달리 이들 기업은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적용을 받더라도 탄탄한 재무건전성 유지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제3인터넷은행 도전에 부정적이거나 주저하는 것은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인가 조건이 필요 이상으로 까다롭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항목이 '혁신성'이다. 앞서 지난 5월 키움증권이 꾸린 컨소시엄은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예비인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혁신성은 수치화할 수 없어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난 18일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핀테크 관련 현장간담회에서 "정성적인 이슈여서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발언한 것 역시 이를 꼬집은 것이란 해석이다.

인터넷은행업 진출에 성공하더라도 영업하는 데 인센티브가 없는 점도 인터넷은행업에 대한 시각이 달라진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인터넷은행이 기존 금융권과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 각종 비금융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종 법률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시장 발전을 위한 법제화는 국회의 몫이지만, 그전까지 시장 육성을 위한 당국의 '당근책'조차 없는 것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은 위원장은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P2P 육성방안'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규제 개선 문제는 국회 부분도 있다"며 "당국이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또 "인터넷은행 발전에 대한 정부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은데, '의지가 많다'고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혁신금융?··· 2금융권 "그림의 떡"

카드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당국의 규제가 워낙 강해 혁신은커녕 신사업조차 나서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금융권에서 유일하게 '포지티브 규제'가 적용되는 저축은행업권이 대표적이다. 저축은행은 '표준업무방법서'에 열거된 19가지 업무 외에 다른 사업은 영위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사는 자산규모가 지방은행 수준으로 커졌는데 여전히 제한된 업무만 할 수 있는 점이야말로 혁신금융에 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카드사도 예외는 아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취임 후 처음으로 카드사 사장단과 만나 혁신을 당부한 바 있다. 윤 원장은 "카드업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서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도전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은 지난 4월 카드산업 건전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발표했지만 업계의 핵심 요구 사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산업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레버리지 규제를 그대로 둔 점이 대표적이다. 마이데이터 산업 겸영 허용, 빅데이터 서비스 등을 위해 필요한 규제도 법 개정으로 미뤘다.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P2P 금융 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 정책토론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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