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니엘 칼럼] 日 신임 외무대신 모테기는 총리 후보감 ... '아베 외교' 계속된다

노다니엘 아시아리스크모니터(주) 대표이사, 정치경제학박사 입력 : 2019-09-22 13:36
 
 

지난 11일 단행된 일본 개각에서 외무상에 임명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가 도쿄 총리 공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관계가 격랑을 헤쳐나가는 가운데 일본의 외무대신이 새로이 임명되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라는 이름의 64세 사나이다. 2021년까지 아베가 총리 자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외무대신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매우 높고, 나아가서 차기 총리 후보의 한 사람이라는 말이 일본 정가에 돌고 있다.

30년 이상 일본정치를 관찰해 온 내 눈에, 이 모테기라는 사람은 새로운 품종의 외무대신으로 보인다. 1955년에 창당된 자민당의 전통 중 하나는 복수의 파벌이 존재하고, 큰 파벌의 우두머리들이 총리를 비롯한 대신 자리를 나누어 가지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외무대신은 총리대신의 ‘아랫 사람’이 아니라 동격의 동업자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 자민당의 파벌이 과점화하면서 아베가 속하는 청화회를 중심으로 5대 파벌이 자민당 의석의 70% 이상을 차지한 연합정권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제3의 파벌인 평성연구회(다케시타파)의 회장대리를 맡고 있던 모테기는 파벌의 사람이 아니라 아베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의 가장 큰 의미는 '모테기가 추진하는 외교는 바로 아베 외교'라는 것이다.

최근에 일본에서 만난 한 원로 금융인은 "문재인 정권이 있는 한 아베의 한국외교는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본 내부의 분위기를 전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문 대통령은 2022년 5월까지 현직에 있을 것이고, 아베는 2021년 9월 말까지 자민당 총재로서 현직에 있을 것이다. 따라서 모테기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금부터 2년 후인 2021년 9월까지 '총리 아베+외상 모테기+방위상 고노'의 팀을 상대로 한국은 외교를 펼치게 된다.

모테기와 관련하여 일본정가에서 가장 왕성한 화제는 그가 아베의 뒤를 잇는 총리가 될 것인가이다. 강력한 총리였던 다나카 가쿠에이는 일본 총리의 조건으로 네개의 포스트 역임을 꼽았다. 즉, 내각에서 외무·재무·경제산업 중에서 두 개, 그리고 당에서 간사장은 필수로 그 외에 총무회장이나 정조회장 중의 하나를 역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이러한 조건을 갖춘 자민당 의원은 소수이다. 그런 점에서 모테기가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이번에 외무대신에서 취임함으로써 돈 문제에 이어 외교에 정통한 행정가의 입지를 굳히게 되고, 당에서는 간사장은 못했지만 정조회장을 역임하였다. 자민당의 내부역학에서 간사장의 비중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모테기는 상기 4개 요건의 충족도가 높은 정치가이며, 중의원 당선도 9회로서 무시할 수 없는 경력이다.

정치가 모테기의 또 다른 일면은 일본의 우수한 관료들이 쩔쩔맬 정도로 깐깐한 실무가형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많은 정치가들과 달리 모테기는 젊은 시절에 종합상사의 사원, 신문기자, 그리고 세계적으로 알려진 컨설팅회사 맥킨지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정치라는 ‘예술’보다 세밀한 것을 따지고 정리하는 일이 몸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맥킨지에서의 컨설팅 경험과 케네디스쿨에서의 공부를 통하여 영어로 전문적인 정보를 자유롭게 읽고 이를 정리해 개념화할 수 있는 능력은 그에게 다른 정치가에게 없는 무기가 되었을 것이다.


일본정치외교의 새로운 풍토

‘아베 패러다임’이라고 불러도 좋을 자민당의 새로운 정치풍토의 핵심은 과거의 경제중심주의에서 외교중심주의로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미·일동맹의 견고한 관리, 이를 위하여 헌법의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정규군화,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강온 양면외교, 한반도의 친중세력권화 방지 등이 주요한 어젠다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경제(내부)지향적인 패러다임에서 대장성과 통산성이 일본을 이끄는 엔진이었다면, 이제는 외무성과 방위성이 파워트레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자리에 하버드대 석사인 모테기를 외무대신에, 그리고 조지타운대 외교학사로서 외무대신을 역임한 고노 다로를 방위대신에 임명한 것은 ‘아베외교’의 마지막 장을 완성하겠다는 생각의 발로라고 본다. 그리고 이 두 자리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인 사람이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정치를 관찰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현재 관방장관을 맡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를 차기 총리 후보로 주목하기도 한다. 지방의원에서 시작하여 중앙정치에 진출, 아베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비서실장이자 대변인 역할을 해 온 스가가 강력한 정치가로 등장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이번에 모테기=외무, 고노=방위로 낙점을 한 아베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자민당 정치가 들어 있다고 본다.

이 새로운 일본정치를 이끌어 갈 상위주자들은 모테기, 고노, 그리고 이번에 환경대신으로 입각한 고이즈미 신지로(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아들)를 꼽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우익의 꽃이라 불리며 총무대신에 임명된 여성정치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그리고 여성으로서 방위대신을 역임하고 현재 자민당 간사장대행을 맡고 있는 이나다 도모미(稲田朋美) 등이 선두 그룹을 형성할 것이라고 본다.

이 예측이 부분적으로 틀린다 하여도, 큰 그림으로서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는 한국인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일본 자민당 정치의 그림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종래의 자민당 정치의 핵심은 타협과 담합이었다. 당선 횟수 10선을 넘는 파벌의 영수들이 담배연기 자욱한 방에 모여 ‘언어 명료, 의미 불명료’한 형태의 대화 속에서 권력의 배분이나 정책을 결정하고, 저녁에는 요정에 모여 술을 나누면서 이를 추인하고 지시하는 그림은 이제 벽에 걸린 오랜 시계와 같은 것이다. 이 시절의 또 하나 특징은 정치가 행정을 주도하되, 정치가는 행정가보다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정치권력의 나가타초와 전문지식의 가스미가세키가 서로서로 이용하고 의지하며 일본을 통치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일본정치의 새로운 주자들은 전문성에 있어서도 관료를 압도할 수 있다고 믿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이러한 국내정치가 외교에 연장되고, 따라서 한국과의 외교에서도 과거와 달리 따질 것은 극명한 언어로 따지고, 필요하면 영어로 따지려고 할 것이다. 외무대신으로 취임하는 모테기가 한국과의 외교를 ‘유도의 밀고 당기기’로 비유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사소한 동작 하나가 승패로 이어지니 따질 것은 다 따지겠다는 것인지 모른다.




모테기 도시미쓰
1955년 10월 7일생(64세)
학력: 도쿄대학교 학사(경제학), 하버드 케네디스쿨 (석사)

주요경력

마루베니상사 사원, 요미우리신문 정치부 기자, 맥킨지컨설팅 일본지사 컨설턴트, 경제평론가
정계 경력

1993년 중의원 당선(도치기현) (현재 당선 9회)
1999년 통상산업성 정무차관
2002년 외무부대신
2008년 금융행정개혁대신
2012년 경제산업대신
2016년 자민당 정조회장
2017년 경제재생담당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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