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비상] 오늘 먹는 삼겹살이 최저가? 빠르게 번지는 가격급등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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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홍승완 신동근 기자
입력 2019-09-2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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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매에서 가격 올리는 데 반영안할 도리 있나"

  • 일부 식당에서 지난주부터 속속 가격인상 반영

  • "처음 있는 일이라 가격추이는 좀더 지켜봐야"

지난 20일 서울시 종로구에 있는 한 식당은 삼겹살 1인분(160g)의 가격표를 기존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바꿔 달았다. 식당 주인인 박모씨는 "19일부터 가격을 올려서 표시했다"면서 "도매점에서 가격을 올리는데 우리라고 가격을 안 올릴 도리가 없지 않으냐"라고 호소했다. 박씨는 일단 도매에서 들여온 3일치 정도 고기의 물량이 떨어질 때까지는 1만4000원으로 팔겠지만, 다음 주에는 1인분당 1만7000원으로 가격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공포에 돼지고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 16일 의심 사례가 보고되고 17일 확진 판정이 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도매시장부터 시작해 정육점, 식당까지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인다. 아직 ASF가 전국적으로 확산하지 않았지만, 돼지고기 생산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에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지난 19일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 만난 도매점 상인들은 돼지고기 가격이 이미 오르고 있으며, 한동안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비축된 고기를 시장에 공급해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방침이지만, 시장 상인들은 생고기의 가격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뉴스가 나온 이후로 실제로 가격이 껑충 뛰었다"라면서 "도매가 오르면 소매도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냉동은 재고가 있지만, 생고기는 상황이 다르다. 냉동은 변화가 없을지라도 생고기 가격은 이미 오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도매상인 이모씨는 "지난 18일 기준 삼겹살이 ㎏당 5000원가량 올랐다. 정말 많이 오른 거다"면서 "1㎏에 1만5000원이던 가격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터진 다음에 바로 2만원이 된 셈이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손님들이 많이 찾는 삼겹살, 목살, 항정살이 가격 인상 폭이 제일 크다고 강조했다.

이모씨는 "모두 눈치를 보면서 돼지고기를 많이들 안 풀고 있는 추세라서 가격은 더욱 오를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탓인지 19일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에 찾은 마장동 축산물 시장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인들은 최근 며칠간 돼지고기 판매량이 확연히 줄었다고 답했다. 인간에게 해는 없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마장동에 있는 대강부산물 직원은 "돼지가 비싸져서인지, 병이 발생해 불안감이 커진 탓인지 손님도 많이 줄었다"라고 답했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위치한 볶음밥 전문점은 "국산 등심을 납품해주는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전반적으로 30%가 올랐다고 말했다"면서 "부위별로 다르지만, 영향이 꽤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소매점에서는 아직 체감하기 힘들다는 이들도 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마트 정육점 직원은 22일 "도매에서 조금 가격이 올라서 들어오기는 하지만 아직 급등한 것은 잘 모르겠다"면서 "명절 바로 뒤라 수요가 아직 크게 늘지 않아 가격변동이 (소매에서는) 아직 덜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의 경우에는 1∼2주 정도 재고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도매점에서의 가격 인상은 이번 주나 다음 주에 마트 고기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대한한돈협의회 ]


지난 16일 파주 양돈 농가에서 ASF가 발병한 뒤 정부가 48시간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리면서 시중 유통되는 돼지고기 물량은 급감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ASF 발병 직후인 17∼19일 전국 돼지 도매시장에서 경매된 돼지 도축 두수는 7346두로, 추석 전인 3∼5일의 1만5554두에 비해 52%가 줄었다.

일시이동중지명령이 19일 오전 해제된 뒤 돼지고기 도매가 급등세는 다소 꺾였지만, 한동안 가격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전 ㎏당 1만5000원 안팎이던 국산 냉장 삼겹살 도매가는 ASF 발병으로 2만2000원까지 상승했다가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2만원 전후로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4시 40분 마장동 축산물 시장 주변의 모습.   [사진=홍승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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