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농어촌상생협력기금]FTA로 1400억 벌고도 ‘상생기금’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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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9-09-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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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운천 의원 "올해 국감때 FTA 수혜 기업들 증인 신청 예정"

  • 외면받는 '농어촌상생기금'...목표액 20%도 못미쳐

  • 매년 1000억씩 조성 목표에도 3년간 겨우 599억 모금

  • FTA수혜 대·중견기업 무관심속 공기업만 그나마 출연

#산업용 공구 전문 업체 A사는 세계 80여개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중견기업이다. 한 분야에서 40년간 제품을 만들다 보니 세계시장에서도 입지를 차지했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저가 중국제품이 쏟아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연구·개발(R&D)에 투자해도 가격경쟁력을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A사는 2010년대 발효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기회를 찾았다. 선제적인 R&D 투자와 함께 FTA로 가격경쟁력까지 갖추면서 A사의 매출은 해마다 15% 이상 증가했다. FTA 발효 전 수출액은 5000만 달러(약 597억원)에도 못 미쳤지만, 지금은 1억7000만 달러(약 2030억원)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직원도 FTA 발효 전과 비교해 27% 더 채용했다. A사는 FTA 수혜를 톡톡히 봤지만, 농어업인과의 ‘상생기금’엔 관심이 없다.

여‧야‧정이 상생이란 기치를 내걸고 만든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상생기금)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FTA 협상 당시 국익을 위해 자신의 일터를 내줬던 농어촌이 정부와 수혜기업의 외면 속에서 홀대 받고 있는 것이다.

15일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따르면, 상생기금이 발족된 2017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599억2871억원(누적)이 모였다. 이 기금은 연간 1000억원씩 10년 동안 1조원을 조성하는 게 목표인데, 3년차 달성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상생기금은 FTA협정 이행으로 피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농어업‧농어촌과 기업 간 상생협력 촉진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강제성은 없고, 수혜기업이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으로 운용된다.

지금까지 조성된 상생기금은 공기업이 528억5131억원(88.2%, 56건)으로 가장 많이 냈다. 직접 수혜를 본 민간기업(대‧중견‧중소기업)에서 낸 기부금은 2년7개월 동안 23건, 70억2440억원으로 전체 기부금의 11.7%였다. 개인·단체는 5300만원(0.1%, 98건)이다. 

상생기금 논의가 활발히 이뤄진 건 한·중 FTA 체결을 준비할 때다. 당시 여‧야‧정은 무역이득공유제(FTA 수혜기업 이익 일부를 환수해 농어업 등 피해산업을 지원하는 제도) 대안으로 ‘자발적’ 상생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논의 시점은 한·중 FTA였지만, 기부금을 내는 기업은 한·중 FTA 뿐만 아니라 모든 FTA에서 수혜를 받은 곳이다.

경제계는 환영했다. 중국시장을 공략할 카드였던 한·중 FTA 발효가 앞당겨진 데다, 기금이 의무가 아닌 자발적 조성으로 합의됐기 때문이다. 경제5단체는 바로 자료를 내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기금이 우리 농수산물에 대한 국내 소비 활성화, 취약한 농어업부문 경쟁력 제고, 새로운 수출상품 육성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상생기금 발족 첫해인 2017년에는 공기업이 306억원을 냈지만, 민간에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각각 1곳에서 총 3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일부에서는 이전 정부에서 터진 ‘최순실 사태’로 기업이 기부금을 내는 게 껄끄러워졌기 때문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기금이 조성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경제계의 무관심이 여전한 것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상생기금에 대한 유인책이 부족하고, 출연기업이 사용처를 지정하는 지정기금의 한계도 지적된다. 이에 상생기금을 운용하는 협력재단은 단순 시혜성 사업을 벗어나 기업-농어촌 간 상생형 사업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와 기업의 외면으로 목표 대비 조성액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됐다”며 “FTA로 수혜를 받은 기업들을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해 기업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기금 출연 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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