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판 '대연정' 시작…지속 가능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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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입력 2019-09-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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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임기 지킬 수 있을지 관심…정치분석가들 '쉽지않다' 전망

  • 2차대전 이후 들어선 67번째 내각…평균 재임 기간 1년 1개월 불과

이탈리아에서 정치성향이 반대인 좌·우파가 내각에 동거하는 ‘대연정’이 출범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우파정당 오성운동과 좌파 성향의 민주당의 새 연립정부가 이날 대통령궁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사실상 행정업무에 들어갔다.

현지 언론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2개월간 극우정당 동맹과 오성운동의 연정을 이끈 주세페 콘테 총리가 재추대된 점을 고려해 이번 정부를 '콘테 2기 내각'으로 칭한다.

오는 10일 상·하원의 신임 표결을 남겨두긴 했지만, 양당은 이미 의회 과반 의석을 보유해 신임안 통과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대통령 집무실인 퀴리날레궁에서 취임 선서를 한 새 내각 장관들. [사진=AP연합뉴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단의 대연정이 얼마나 올래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고 있다.

이론적으로 양당은 현 의회 임기가 만료되는 2023년까지 내각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대다수 정치 평론가들은 이탈리아의 오성운동과 동맹의 소연정 사례에서 보듯이 파국은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며 새 연정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당이 26개 항목에 이르는 정책 합의안을 내놓긴 했지만, 끈끈한 정책 연대라기보다는 '동맹'이라는 외부의 적을 배제하기 위한 정치적 연대 성격이 강해 기반이 그리 단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마시밀리아노 파나라리 루이스대 교수는 가디언에 "새 연정은 분명히 브뤼셀(유럽연합·EU)이 선호하는 연정"이라면서도 "임기를 마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의 경제학자인 플로리안 헨스도 AFP통신에 "정부를 운영하는 것은 연정에 합의하기보다 더 까다로운 일"이라며 가시밭길 미래를 예상했다.

사실 의회 내에서 반목과 갈등을 거듭하며 원수지간처럼 지내온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연정을 구성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오성운동은 작년 3월 총선에서 다수당에 오른 뒤 민주당에 먼저 연정을 해보자고 제안했으나 협상이 결렬되면서 정치이념이 정반대인 동맹과 손을 잡은 바 있다.

정치 지향점은 물론 정책이나 지지 기반 등이 크게 다른 양당이 결국 서로에게 밀착한 것은 결국 동맹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8일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파탄 낸 동맹 대표 마테오 살비니의 의도대로 조기 총선을 치를 경우 필패가 명약관화하다는 위기감이 두 당을 끌어당겼다는 것이다.

이번 새 내각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에 들어선 67번째 내각이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이탈리아 내각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 1개월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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