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꺾인 임금과 코스트코

베이징=이재호 특파원입력 : 2019-09-05 10:49
임금 인상률 기준선 8년만 하락 무역전쟁에 기업경영 악화 자인 실업률 적신호에 물가도 상승세 코스트코 촌극은 서민경제 민낯

[그래픽=이재호 기자]


중국은 매년 지방정부 차원에서 임금 인상률 기준을 정하는데 올해 가이드라인이 지난해보다 소폭 낮아졌다.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월 중국의 도시지역 실업률은 5.3%로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일자리는 최대의 민생이며 발전의 우선 목표"라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달 27일 상하이에서 문을 연 코스트코 중국 1호점은 개장 첫날 고객이 지나치게 몰리자 영업을 조기 종료했다. 소득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오르는 상황에서 저가 전략을 구사하는 대형 할인마트가 새로 생기자 소위 '대박'이 난 것이다.

중국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중국 경제는 고도 성장기가 막 끝난 시점에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터지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내년 모든 인민이 중산층이 되는 전면적 소강사회(小康社会) 진입을 선언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수뇌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中 지방정부 임금 인상률 기준 줄줄이 낮춰

4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베이징은 올해 임금 인상률 기준선을 8.0~8.5%로 설정했다. 지난해 기준선이 8.5%였으니 실질적으로 0.5%포인트를 낮춘 셈이다.

임금 인상률 하한선은 3.5%로 전년의 4.0%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베이징뿐 아니다. 최근까지 임금 인상률 기준선을 발표한 9개 지방정부 중 6곳이 기준선을 낮췄다.

상하이가 8.0%에서 5.0~6.0%로 최대 3%포인트 낮아졌다. 톈진(0.5%포인트), 신장위구르자치구(2.0%포인트), 산시(섬서·陝西)성(0.5%포인트), 산시(山西)성(0.5%포인트) 등이 인상률 인하를 선택했다.

하한선을 낮춘 지방정부는 8곳이다. 톈진이 지난해와 동일한 3.0%의 하한선을 설정했다.

중국은 지난 2010년 대규모 파업 사태를 겪었다. 2010년 5월 광둥성 포산시의 난하이 혼다자동차 부품 공장 근로자들이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이후 두 달 동안 중국 전역에서 수천건의 파업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 공장에서도 2010년 한 해 동안 14명의 근로자가 연쇄적으로 투신 자살했다.

이 같은 사건들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중국 정부는 이듬해인 2011년 제12차 5개년 계획(12·5 규획)을 수립하며 근로자 임금을 연평균 13% 이상 인상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매년 임금 인상률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는데, 기준선이 낮아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에서야 7~8% 임금 인상률이 부러운 수준이지만 중국은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6% 이상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인상률 기준선은 법적 효력이 없다. 기업이 준수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베이징의 임금 인상률 적용 기준을 살펴보자. 경영과 생산 활동이 정상적이거나 수익성이 양호한 기업은 기준선에 맞춰 임금 인상률을 책정해야 한다.

수익성이 예년과 같거나 다소 낮아진 기업은 하한선에 근거해 임금 인상률을 결정할 수 있다. 적자가 발생해 임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임금 인상률을 전년과 같은 수준으로 동결해도 된다.

가이드라인은 제시하지만 기업 사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그 가이드라인까지 낮췄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이 많아졌다는 걸 지방정부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4.8%로 2002년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4.5%로 평균 이하였다. 신규 일자리 창출이 많았던 동부지역 산업생산 증가율 역시 3.0%에 그쳐 평균을 밑돌았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실업률 관리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실제 7월 도시지역 실업률은 5.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2017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4.9%였던 실업률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19일 하얼빈에서 열린 '고용 안정 업무 좌담회'에서 "7월 도시지역 실업률이 상승한 것은 매우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콕 집어 언급했다.

리 총리는 "매년 도시지역에서 발생하는 신규 노동력이 1500만명 안팎이고, 300만명의 농촌지역 잉여 노동력이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정책의 어려움과 상황의 복잡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공산당은 신중국 성립 이후 70년간 권력을 유지하며 고용 안정을 최대 과제로 삼아 왔다. 반대로 말하면 고용 불안은 집권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최대 악재다.

◆코스트코 해프닝에 투영된 中 경제 위기

지난달 미국의 대형 할인마트 코스트코가 상하이에 중국 첫 점포를 열었다. 새벽 2시부터 매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상하이 시민들은 셔터가 올라가기가 무섭게 매장 안으로 기어들어갔다. 주차장 진입을 위해 3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매장 안에서는 서로 물건을 사겠다며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직원이 돼지고기를 자르는 도중에 맨손으로 이를 낚아챈 고객도 있었다.

코스트코 측은 영업시간을 8시간이나 앞당긴 오후 1시 영업을 중단했다. 이 같은 촌극에 관영 환구시보는 "수많은 미국 기업이 코스트코의 눈부신 출발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중국 시장의 구매력과 잠재력이 증명된 사례라고도 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사기 위해 난투극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이면을 짚지 않은 분석이다.

중국은 돼지고기 등 육류 가격 폭등으로 소비자 물가가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주요 식재료 가격은 8월 들어 18% 상승했다.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3월 이후 반년새 65% 급등했다.

같은 기간 과일값은 40% 올랐다. 미국에서 들여오던 과일에 관세가 붙어 가격이 뛴 탓이다.

가처분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에 물가 상승까지 겹친 상황에서 저가 전략을 앞세운 대형 할인마트가 문을 여니 반응이 폭발적일 수밖에 없었다.

관영 언론도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쥔(章俊) 화신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관영 증권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아직 연중 고점에 도달하지 않았고 4분기에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돼지고기 가격의 경우 성수기 도래로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 등 중국 수뇌부는 악화하는 서민 경제를 다잡을 수 있을까. 무역전쟁의 전개 양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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