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적 대학은 진화된 형태의 산학협력”…AI로 미개척 분야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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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09-0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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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고 창업하는 형태

  • 성균관대, 올해 들어 5건의 교원 창업사례 새로 발굴해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사진=남궁진웅 기자]

이동기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현재 핵산치료제를 만드는 ‘올릭스(OliX)’라는 회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핵산치료제는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이 교수의 끈질긴 연구 끝에 치료제 개발기술이 탄생했고, 창업으로 이어졌다. 이 교수는 학교에 10억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삼성데이터시스템(SDS) 기술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을 지낸 신동렬 총장은 이런 선순환적 창업 생태계 구축이 대학에 절실하다며, “대학이 기업가적 혁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과거처럼 사회와 유리된 상아탑(象牙塔)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신 총장은 “대학은 거대한 사회 생태계를 구성하는 전문가들의 조직이므로 사회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학의 학문이 사회와 유리될 때, 그 존재가치는 희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학 공간이 단순한 실험실이 아니라 글로벌 사회, 정부, 지역사회, 기업의 적극적인 파트너로서 소통하고 협업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그는 대학이 ‘기업가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으로 혁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적 대학은 스탠퍼드대나 MIT와 같이 대학이 중심이 돼 기업과 함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형태의 대학을 말한다. 스탠퍼드대 D-School은 초기에 기업과 연계한 대학원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기술개발과 창업까지 이어지는 형태로 발전했다.

신 총장이 말하는 기업가적 대학은 진화된 형태의 산학협력 프로그램이다. 기존 산학협력 모델에서 한 차원 더 진화해 대학이 개발한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고, 나아가서는 대학이 직접 창업할 수 있는 혁신적 형태다.

성균관대는 삼성을 비롯한 기업과의 지난 20년간 협업으로 매년 50억원 정도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리고 있다. 산업체 연구비를 포함한 전체 연구비 수주액도 4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신 총장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산학협력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 영입된 스탠퍼드 연구소(SRI International) 연구원들은 성균관대 교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 중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지속적 사업화가 가능한 연구 분야를 발굴하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벌써 5건의 교원창업 사례가 새로 발굴됐다.

의과대 교수 중 한 명은 유전체 분석을 통해 혈액으로 암을 선별 검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창업했다. 또 다른 의과대 교수는 신경줄기세포를 이용해 알츠하이머병 등 질병치료제를 개발해 회사를 창업했다. 신 총장은 “이런 교수들의 기술창업화를 위해 체계적인 환경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 기업가적 대학의 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가적 대학의 성패에 AI가 ‘필수’라는 것이 신 총장의 전망이다. 그는 “경제·경영학에서 AI는 새로운 이론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정치·행정학에서는 AI시뮬레이션으로 현실에 일어날 문제점을 살핀다"라며 "신도시 입지, 교통망 설치 답변도 AI가 내놓으며 유명 작품을 학습해 진품을 감별하는 등 인문학과 예술의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의 활용 여부가 모든 학문의 성패를 결정하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그의 예측이다. AI를 활용해 미개척 학문 분야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제안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신 총장은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이를 토대로 다시 도전하는 불굴의 기업가적 DNA가 사라져가고 있고 대학도 비슷한 현상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며 "대학들이 실패하지 않을 연구, 빛나는 성과에만 매몰된 연구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자성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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