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객사 나주 금성관 보물 지정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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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9-08-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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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 화령전 운한각·복도각·이안청, 안성 칠장사 대웅전 보물 지정

[문화재청]

전남 나주 금성관이 보물로 지정될 예정이다.

문화재청은 경기 수원시에 있는 ‘수원 화령전 운한각·복도각·이안청’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35호로,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14호인 칠장사 대웅전을 ‘안성 칠장사 대웅전’으로 명칭을 바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2036호로 지정하고 전남 나주시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호인 ‘나주 금성관’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사적 제115호로 지정된 ‘수원 화령전’은 화성 축조(1793~1796)를 주도했던 조선 22대 임금 정조(1752~1800)가 승하한 뒤 어진을 모실 영전으로 사용하기 위해 1801년 건립됐다. 전주의 경기전과 함께 궁궐 밖에 영전을 모신 드문 사례로 정조 이후의 모든 왕이 직접 이곳을 방문하여 제향하였다는 점에서 위상이 높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운한각과 복도각, 이안청은 수원 화령전 내 중심 건축군으로 ㄷ자형으로 배치돼 있는 가운데, 운한각은 화령전의 중심인 정전이고, 운한각 옆면을 바라보고 서 있는 건물이 이안청, 두 건물을 잇는 통로가 복도각이다. 이안청은 불가피한 상황에 어진을 임시 봉안하는 곳으로, 정자각 정전에 이안청이 별도로 있던 조선 초기 영전과는 달리 정전(운한각)과 이안청을 복도각으로 연결한 건물 구조는 조선 후기의 변화된 새로운 형식의 영전 공간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운한각(정전)의 평면구성은 중앙에 어진을 봉안하는 합자(작은 문이 달린 공간)를 두고 좌우에 온돌이 있는 협실을 뒀고, 여러 물품을 보관했던 퇴칸(정면이 여러 칸으로 된 건물에서 좌우 끝 쪽에 있는 칸)을 배치해 주칸(기둥과 기둥의 사이)의 크기를 달리했다. 기둥의 가공이나 창호, 창틀, 지붕마루, 기단 석축 가공 등 세부적으로도 격식이 돋보이는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승정원일기’와 ‘순조실록’에 건물 준공과정과 ‘화령전응행절목’에 제사 절차와 건물 관리 규범, 각 건물에 보관한 기물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전해오고 있다.

‘수원 화령전 운한각·복도각·이안청’ 세 건물은 이후 수원의 근대적 도시 발전 과정에서도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고 1801년 창건 당시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고, 건물의 역사적 기록도 잘 남아 있다. 19세기 궁궐건축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인의 동원과 기술, 기법이 건물 각 세부에 충분히 적용돼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의미에서 보물로 지정가치가 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안성 칠장사 대웅전(이하 대웅전)’은 1790년(정조 14년) 중창되고 1828년(순조 28년) 이건된 건물로, 경기도 권역에 조선 후기 사찰 중심 불전의 건축 상황을 잘 보여주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건축물이라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전체 평면은 정면 3칸, 옆면 3칸으로 화려한 다포식(공포를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배열한 공포 형식) 공포(처마의 무게를 받치려고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를 전후면에만 두고, 구조는 짓고 관리하기 쉬운 2고주(한옥에서 대청 한복판에 다른 기둥보다 높게 세운 기둥) 5량(대들보)의 맞배집(건물 앞뒤에서만 지붕면이 보이고 추녀가 없으며 용마루와 내림마루만으로 구성된 지붕(책을 엎어놓은 형태)집)으로 처리했다. 이는 전반적으로 교세가 위축돼 있던 조선 후기에 지어진 불전 건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대웅전은 공포의 구성과 더불어, 덩굴무늬를 그린 초각(덩굴풀이 뻗어나가는 꼴을 그린 무늬를 새긴 것), 내부의 가구(기둥이나 공포위에 얹혀 내부공간을 형성하는 구조나 구조물) 구성과 불단의 조성, 소란반자(반자틀을 우물정자(井字)로 짜고 그 안에 넓은 널 등으로 꾸민 천장)와 연등천장(서까래 사이의 개판 또는 앙토 밑이 그대로 치장이 되게 한 천장), 닫집(사찰 등에서 불상을 감싸는 작은 집이나 불상 위를 장식하는 덮개)을 함께 사용한 천장의 처리, 대들보와 기둥은 자연 그대로의 휘어진 나무를 활용한 점, 사방의 벽면에 둔 창호의 배열 등 18~19세기 불전 건축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고려 전기 이래로 면면히 이어온 유래 깊은 사찰 건축의 전통에서 비롯한 특수한 모습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대웅전 전면의 석축과 계단, 초석 등에서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수준 높은 석공작의 기법을 엿볼 수 있다.

우물천장 널판에는 화초 모양을 도드라지게 그린 금색의 고분단청이 일부 남아 있는데, 현재까지 전해오는 사례가 적어 가치가 크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고분단청은 호분(흰색 안료의 일종) 등으로 여러 번 칠해 도드라지게 한 다음 채색하여 입체감을 주는 채색법이다.

칠장사(문화재자료 제24호)는 1014년(고려 현종 5년) 혜소국사가 중창했지만, 정확한 창건 시기는 전하지 않는다. 대웅전에는 1685년 만들어진 안성 칠장사 목조석가삼존불좌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13호)이 모셔져 있고, 1628년 그려진 칠장사오불회괘불탱(국보 제296호), 1710년에 그려진 칠장사삼불회괘불탱(보물 제1256호)이 전한다. 칠장사 경내에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보물 제488호) 등 고려 시대의 불교 유적 등 다수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고, 사찰의 역사를 전하는 사적기와 현판 등도 남아있다.

문화재청은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이번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들이 체계적으로 보존‧활용될 수 있도록 주변 시설 등을 적극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한 ‘나주 금성관’은 조선 시대 전패(임금을 상징한 나무패로 殿(전)자를 새김)와 궐패(임금을 상징한 나무패로 闕(궐)자를 새김)를 모시고 망궐례를 행하던 객사 건물이다. 객사란 조선 시대 지방 관아의 하나로 고을마다 두며 궐패를 모셔 두고 초하루와 보름마다 망궐례(궁궐이 멀리 있어서 직접 궁궐에 나아가서 왕을 배알하지 못할 때 멀리서 궁궐을 바라보고 행하는 유교의례)를 올리고, 지방에 오는 관원을 접대하는 공간이다. 창건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목조 가구와 공포형식은 1775년과 1885년 중수 당시의 기법을 보여주고 각종 기록으로 보아 전체적인 규모와 골격은 1617년 중수 당시의 형태로 추정된다.

금성관은 주심포(기둥위에 짜 놓은 공포)계 양식의 요소를 채용한 익공(창방과 직교하여 보를 받치며 쇠서모양을 내고 초각한 공포재)계 공포(처마의 무게를 받치려고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 구성이 돋보인다. 월대(대궐의 전각 따위의 앞에 세워 놓은 기단)와 건물의 외관 그리고 내부 천장 등을 일반적인 객사와 달리 궁궐의 정전과 유사하게 구성한 점은 금성관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금성관 정청은 조선 시대 객사 건축물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팔작지붕을 하고 있어 일반적인 맞배지붕의 정청(객사 건물 가운데 중심 건물)과 대비돼 희귀성을 갖는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인근 나주향교 대성전이 일반적인 조선 시대 지방향교 대성전의 맞배지붕과 달리 팔작지붕을 하고 있어 지역적인 특수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금성관은 지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유산이고,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오랫동안 나주군청과 시청으로 사용되면서도 전반적으로 원형을 유지해 온 역사적 건축물로 높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금성관은 나주 읍치(조선 시대 지방 고을의 중심 공간)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대표하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원래 자리를 잘 지키고 있고, 다른 객사와 뚜렷한 차별성을 띤 격조 높은 건물로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역사적, 건축적, 예술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한 나주 금성관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수렴된 의견을 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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