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ㆍ대우조선 등 M&A ‘각자도생’ 불가피...불황 우려로 고심 가중

이성규 기자입력 : 2019-08-30 06:35
성장·수익성 확보 기본...저금리 불구 탐색전 심화

[사진=아시아나항공]

[데일리동방] 글로벌 주요국들이 각자도생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나온다. 정치로부터 시작된 싸움이 경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기업들도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불안한 환경은 인수합병(M&A) 시장에 독(毒)이다. 다음달 예비 입찰을 앞두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고배를 마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황 둔화, 과도한 재무 부담 등이 거래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저금리 기조는 인수금융에 긍정적이지만 재무부담과 수익성 악화 우려로 탐색전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아시아나항공, 가격이냐 감정이냐

올해 국내 인수합병(M&A)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거래는 아시아나항공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후보는 애경그룹과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 두 곳뿐이다. 주요 그룹사들이 직접 혹은 컨소시엄 구성을 통해 참여의사를 내비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들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쉽게 속내를 밝히지 않는 이유로는 가격 부담이 꼽힌다. 1조5000억~2조원 규모의 딜(deal)로 추정되지만 여기에는 산업은행이 매수한 아시아나항공 영구전환사채(CB) 5000억원, 경영정상화를 위한 신주발행까지 고려한 자금도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산은이 영구채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영구CB를 선택한 이유에는 여러 해석이 존재한다. 영구CB는 금리조건 등은 영구채와 다르지 않지만 주식전환 옵션이 포함됐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불발되면 주식전환을 통해 경영권 행사, 성공 시에는 안정적 자금회수 등 다양한 포석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매각 주체로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채권단인 산은이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반면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2%를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존속법인) 주식과 교환한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금 한 푼 받지 않는 거래다.

큰 틀에서 보면 항공업과 조선업 모두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은 과도한 경쟁 제한, 아시아나항공은 우수한 전략적 투자자(SI) 확보를 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M&A는 이해관계자별 그 목적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부터 금호그룹과 산은의 마찰은 지속됐다. 대우조선해양에는 ‘기회’를 주는 데 반해 아시아나항공은 ‘당장’ 거래를 마쳐야 한다는 점에서 인수자가 느끼는 부담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항공업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불안한 글로벌 시장환경이 더해지면서 고민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과감한 성장’ 크로스보더 눈길···국제 정세는 불안

CJ제일제당은 미국 식품업체 쉬완스컴퍼니 지분 70%를 확보(약 1조9000억원)했다. 재무부담 여파로 기존 80%에서 10%포인트 축소된 것이다. 당초 CJ제일제당은 인수를 위해 재무적투자자(FI)와 공동으로 100% 지분에 해당하는 대금을 마련할 계획이었다. 자금부담이 줄면서 최종적으로 단독 인수에 나섰다.

쉬완스컴퍼니는 냉동식품 제조업체로 50년 이상의 업력을 자랑하며 주력 판매제품은 현지 시장점유율 1~2위를 확보하고 있다. 원재료 구매부터 생산, 물류, 유통 등 밸류체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피자공장을 포함해 총 17개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안정적 매출, 영업 비용 효율성에 따른 수익성 개선, 실질 무차입 기조 등 긍정적 측면이 주를 이룬다.

CJ제일제당은 인수 과정에서 신용등급 압박을 받기도 했다. 지속된 투자로 재무여력이 약화된 가운데 대규모 자금지출이 부담으로 작용한 탓이다. 성장을 위해 인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재무부담 완화를 위해 지속 노력했다.

KCC는 SJL펀드, 원익QNC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미국 실리콘 제조업체 모멘티브를 인수했다. 전체 거래액은 3조5000억원으로 올해 국내 기업의 M&A 중 최대규모다.

인수 이후 인적분할을 통해 실리콘·도료·소재 중심 기업으로 재편했다. 성장동력은 확보했으나 업계 평가는 다소 부정적이다. 재무부담이 확대된 가운데 이익창출력이 우수한 유리사업이 신설회사 KCG(가칭)로 넘어간 탓이다. 기존에 발행된 회사채는 연대 변제 책임이 있으나 점차 상환되면 그 연결고리가 희미해진다.

물론 KCC(존속회사)와 KCG가 각각 B2B(기업간 거래)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에서 입지를 공고히 해나간다면 이러한 우려 또한 해소될 전망이다.

CJ제일제당과 KCC는 또 다른 고민이 있다. 크로스보더(국경간거래)인 만큼 거래대금이 달러화 등 외화로 결제되는 점이다. 지난해 1100원대에 머물렀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00원을 넘어섰다. 신평사들이 재무부담을 지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규모에만 있지 않다.

헤징을 위해 해외 M&A는 인수 주체가 현지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차입하는 방안을 추진하지만 해당 기업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되면 단연 추가자금이 필요하다. 그러나 등급 강등 우려가 커질수록 조달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양사 모두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에 대한 노출도 커진 셈이다.

◆전사적 성장 or MS 싸움···일본 수출 규제 대응도

SKC는 전기차 배터리 동박업체 KCFT 인수 대금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크로스보더가 아닌 만큼 환율 변동 위험은 낮지만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는 단연 부담이다. 인수금융과 함께 비핵심자산 매각 등 자금조달을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SKC가 KCFT를 인수하는 이유는 단연 전기차 수요 증가 대비다. 전자 소재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다. SKC는 PO, PET필름 등 화학과 필름부문 내수시장에서 우수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안정된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사업다각화 측면은 물론 향후 성장동력을 미리 확보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SK그룹 전체로 보면 배터리 수직계열화에 일조하는 것이며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늘 그래왔듯이 시장점유율 싸움에 한창이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를 8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 주식과 티브로드 주식을 교환해 유료방송 시장 공략에 나섰다. KT는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딜라이브 인수 추진에 나서고 있지만 국회에서 유료방송 합산 규제 재도입 여부를 놓고 결정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통신업은 규제산업인 만큼 정책 방향에 민감하다. 일반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인 만큼 신중에 신중을 더한다. 향후 통신 3사를 둘러싼 재편 과정도 국내 M&A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한편 일본 수출규제로 국내 기업들이 자체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는 물론 기술 확보를 위해 해외 M&A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형 M&A를 예고하고 있으며 여타 주요 그룹사도 관련 검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게임사들도 수익성과 IP(지식재산권) 확보를 위해 분주하다. 넥슨 인수가 불발된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등도 영토확장을 위해 글로벌 M&A시장을 탐색하고 있다. ‘불황’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는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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