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회담서 한·일 갈등 논의…中 "역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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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8-2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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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경화 만난 왕이 "한중일 3국 힘 합쳐야"

  • "中 입장에서 할 일 하겠다" 중재자 자처

  • 한반도 정세·시진핑 방한 등도 의견 교환

20일 베이징 외곽 구베이수이전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줄 밑에서 셋째)과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둘째)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오른쪽줄 밑에서 셋째)과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베이징 특파원단 ]


중국이 한·일 갈등에 우려를 표명하며 중재자 역할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한·일 간 경색 국면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과 판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0일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중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베이징 외곽의 휴양지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1시간 정도 진행된 회담에서 왕 국무위원은 최근 한·일 간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왕 국무위원은 회담 전 모두 발언에서 "한·중·일 3국은 이웃나라로 힘을 합쳐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같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담이 시작되자 왕 국무위원은 강 장관에게 "갈등이 잘 해결돼야 동북아시아 발전에 좋다"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김포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난 강 장관이 (한·일 관계와 관련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한 걸 왕 국무위원이 알고 있더라"며 "미국처럼 중국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우리는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일본 측에서 응하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고 화답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자 무역협정 체결로 활로를 찾으려 한다. 이를 위해 역내 안정을 바라는 중국 입장에서 주변국인 한국과 일본이 갈등을 겪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중국이 한·일 갈등 봉합을 위한 중재자로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의 적극적인 행보가 한·일 양국 모두에 우방인 미국을 자극해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와 함께 한·중 외교 수장은 이날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강 장관은 "최근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우려스러운 행위가 있었다"며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고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한 방안도 긴밀하게 논의하자'고 주문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시점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시 주석의 방한은 양국 관계 발전에 중요한 요소이며 이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연내 방한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강 장관은 이날 회담에 앞서 삼성·SK하이닉스·포스코 등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강 장관이 이날 만난 한국 기업인들의 의견과 애로 사항을 중국 측에 밀도 있게 전달했다"며 "경제 분야의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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