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교의 골프& 休] ‘골프 여제들’도 난감한 퍼팅의 오묘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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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9-08-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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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은 돈이고 드라이버는 쇼”라는 말은 골프계의 정설이다. 평생 ‘방울뱀’이라는 애칭이 붙은 퍼터 하나로 디 오픈 우승 4회 포함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5승을 휩쓴 ‘퍼팅 천재’ 바비 로크(남아프리카공화국)가 남긴 유명한 말이다.

그런데도 프로의 세계에서 꾸준하게 퍼팅의 일관성을 갖추고 있는 선수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것도 “저는 퍼팅이 좋지 않아서…”라는 말이다.
 

[고진영의 퍼트 모습. 사진=KLPGA 제공]


사실 주말 골퍼들이 투어 프로를 가장 손쉽게 따라할 수 있는 스윙도 퍼팅이다. 그래서인지 주말 골퍼들이 연습을 가장 게을리 하는 것도 퍼팅이다. 연습장에서 퍼터를 손에 쥐고 있는 주말 골퍼들은 거의 없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도 매일 300개 이상의 퍼트 연습을 하면서 그린 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 말이다.

11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한‧미 톱랭커들도 퍼팅 이야기가 나오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은 “요즘 가장 아쉬운 건 퍼팅이다. 몇몇 분들은 퍼팅을 어떻게 잘하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퍼팅이 약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놨고, KLPGA 투어 상반기 4승을 수확한 최혜진도 “퍼팅을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라고 말을 아꼈다. ‘퍼팅의 신’ 박인비도 최근 가장 큰 고민이 “2m 거리의 퍼팅”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이들에게 ‘퍼팅 잘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돌아온 답변이 참 오묘하다. 쉽게만 느껴지는 퍼팅은 골프 여제들에게도 알면 알수록 어려운 세계였다.

올해 주요 타이틀 부문 1위를 싹쓸이 하고 있는 고진영은 시즌 평균 퍼팅 수 29.86개로 45위에 불과하다. 신인상을 받았던 지난해 91위(29.92개)보다는 크게 상승했지만, 그의 말대로 퍼팅이 강한 선수는 아니다. 대신 그린 적중률이 79.6%로 1위에 올라 있다.

고진영은 어드레스 때 무게중심을 발가락이 있는 앞쪽에 놓고 스트로크를 한다. 또 방향보다는 거리를 맞추는데 집중한다. 이보다 중요한 건 어드레스다. 고진영은 “어드레스가 편해야 항상 일정파게 퍼트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날의 컨디션도 무시할 수 없다고. 고진영은 “자세가 틀어지거나 조금만 달라지면 미세하게 빗나가는 게 퍼팅”이라며 “몸 컨디션이 좋으면 눈에 보이는 거리감과 브레이크가 자세하게 잘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린 위에서 퍼팅 라이를 살펴보는 박인비. 사진=KLPGA 제공]


‘퍼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박인비다. 그런데 최근 그는 혼란스럽다. 박인비는 “20년간 골프를 해오면서 ‘퍼팅 하나만큼은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다 질 것 같이 느껴진다”며 “나도 평생 잘할 줄 알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그게 참 공식도 패턴도 없더라”며 마치 ‘득도’를 한 것처럼 중얼거렸다. 박인비는 “결국은 마지막은 퍼팅 싸움이라는 말처럼 멘탈이 가장 중요한 클럽인 것 같다”면서 “편하게 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연습을 많이 했는데 안 될 때도 있다. 심지어 펑펑 놀아도 퍼팅이 엄청 잘 될 때가 있다. 복합적으로 다 잘 돼야 하는 것이 퍼팅인가보다”라고 말한 뒤 그저 미소만 지었다.

최혜진은 ‘그 분이 오신 날’만 바라보며 연습에 전념하는 스타일이다. 최혜진은 “퍼팅은 매일매일 감이 달라서 ‘다 들어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만 잘 되는 것 같다”며 “그나마 퍼팅이 잘 되게 하려면 연습을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상 포인트 1위의 조정민은 “넣으려고 하면 잘 안 되고, 편하게 지나가려고 하면 잘 되는 것이 퍼팅”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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