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새벽배송(下)] 쿠팡 일반인 배송기사 “잠재적 범죄자 취급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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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조아라 기자
입력 2019-08-0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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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름·휴대폰·희망지역만 입력하면 지원완료

  • “최소한의 검증절차 없는 모집방식이 문제”

'쿠팡 플렉스'를 지원할 때 작성해야하는 간편지원서다. [사진='쿠팡 플렉스' 간편지원 캡처 ]


지난 24일부터 일주일간 쿠팡의 자가 보유 차량 배송서비스인 ‘쿠팡 플렉스’에 참여하고 있는 쿠팡플렉서(일반인 라이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는 점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보안이나 경비가 상대적으로 덜한 새벽 시간대에 신원 확인을 거치지 않은 라이더들의 공동현관문 출입으로 범죄 위험 노출에 대한 우려가 지적되고 있던 것.

경기도의 한 캠프에서 쿠팡플렉서로 일한 김도윤씨(35‧남‧가명)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일반인 라이더로 일하고 있다. (우리에 대한) 안 좋은 시각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가 아닌 모집방식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씨의 말처럼 쿠팡플렉서가 위험하다는 지적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모집해서가 아니다. 라이더로 등록하는 절차에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단계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웹사이트에서 쿠팡플렉스를 검색한 후 모집글을 확인해 누구나 바로 등록할 수 있다. 등록할 때 요구하는 정보는 단 3가지다. 이름, 휴대전화번호, 배송을 희망하는 지역이다. 이 세가지만 적으면 바로 쿠팡플렉서로 등록된다. 사실상 지원자 자격제한이 없는 셈이다. 이는 쿠팡플렉서가 될 수 있는 문턱이 낮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쿠팡의 일반인 배송서비스 '쿠팡 플렉스'에는 대학생, 직장인, 주부들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쿠팡 플렉스' 유튜브 캡처모음]


사정이 이렇다보니 소비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소한의 검증절차나 안전장치도 없이 ‘유연함’만 지나치게 강조했다는 얘기다.

지원자 입장에서도 이런 편의성 때문에 모두가 잠재적 범죄자로 오해받아 일하기 힘들다는 불만이 나온다. 올해 초부터 쿠팡플렉스를 이용한 한 라이더는 “우버이츠의 경우 신분증을 사진으로 찍어 첨부하는 게 필수다. 쿠팡플렉서 지원자들도 신분증을 첨부하는 등 시스템을 갖춰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일을 사전에 막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낮은 단가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쿠팡은 수요공급 원리로 건당 배송비가 측정된다. 물량 대비 같은 시간대에 라이더가 많으면 건당 가격이 낮아지고, 반대로 물량대비 라이더가 적으면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독특한 수익 구조다.

안지윤씨(29‧남‧가명)는 “지난해부터 시작했던 쿠팡플렉서를 이제는 그만뒀다. 갈수록 단가가 낮아지고 있어서다. 쿠팡에서 쿠폰을 뿌리며 일반인 라이더를 모집하고 있다. 750원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600원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모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스템을 정비할 때”라고 쓴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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