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풍년의 역설' 언제까지 날씨 탓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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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곤 기자
입력 2019-07-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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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이 왔는데 농민들은 수입이 줄어든다. 이른바 풍년의 역설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농작물이라면 가능한 이야기다. 이런 풍년의 역설은 농산물에서 거의 해마다 되풀이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예상했던 물량보다 많은 농산물이 생산됐기 때문이다. 시장 원리에 따라 물량이 많으니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배추가 그랬고, 콩·대파·감자 등 우리가 흔히 먹는 농산물은 대부분 가격 파동을 겪었다.

우리 생활에서 필수재인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서 생산량을 늘릴 수가 없다. 그래서 농산물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좌지우지되고, 특히나 가격 변화가 크다.

올해는 양파와 마늘이 '대풍년'을 맞았다. 날씨가 너무 좋았다. 풍년이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이다. 현재 양파 가격은 평상시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양파 가격동향(도매)을 보면 이달 양파값은 ㎏당 401원이다. 평년의 877원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2년 전인 2017년 7월(1171원)과 비교하면 3분의1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 양파 가격은 400∼6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출하물량이 많아 가격이 더 이상 오르는 것은 기대하기 힘들다.

마늘도 상황은 비슷하다. 깐마늘의 ㎏당 도매가격도 4380원으로 평년 6289원의 69% 수준이다. 최근 5년 중 올해가 가장 낮다.

정부는 '풍년'에 따른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기후 탓'으로 물량이 너무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이렇다 보니 부랴부랴 양파와 마늘의 공급 과잉 물량을 시장에서 격리시키고 특판 등 소비촉진 캠페인을 전개해 가격을 다시 올리겠다고 한다.

하지만 날씨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농작물의 수요·공급 특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정부가 더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일이 터지고 난 다음 해결한다는 안일한 생각이 불러온 문제다. 농작물 수급 불균형은 한두번 겪은 일도 아니다.

결국 정부는 예측 실패가 불러온 대참사를 인정해야 한다. 보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했다면 미리 시장에서 격리할 수 있었다. 이번 양파의 경우 19만8000t이 이에 해당한다. 정확한 전망이 있었다면 과잉 생산되는 부분은 산지에서 폐기할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농민들의 인건비와 농약·비료 값도 줄이고, 공급과잉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시대가 변했다. 농산물도 생산단계에서 양을 조절하고 작황 상황을 관측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풍년이 들면 기뻐하고 함께 나누는 모습을 책이 아닌 현실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제부 이해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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