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금지법 1주일] 노조탄압도 직장내 괴롭힘...반격 벼르는 노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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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서민지·장은영 기자
입력 2019-07-2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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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능적인 노조탄압 수단으로 악용됐던 ‘은밀한 괴롭힘’

  • 노동계 “직접 폭력보다 더 악랄...앞으로는 불가능”

  • 재계 “정당한 경영상 조치를 괴롭힘이라 규정할 가능성... 고심 중”


“주인이 머슴을 때리면 뉴스가 안되고, 머슴이 주인을 때리면 뉴스가 되는 모양이다.”
지난해 12월 ‘유성기업 노조 폭력사태’ 직후, 도성대 전국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쏟아지는 언론보도를 보며 탄식했다. 노조원들이 사측의 폭력 앞에 쓰러질 때에는 아무 관심이 없던 언론들이 단 한번 노조의 폭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유성기업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상시적인 폭력과 위협을 당했다. 소소한 손찌검은 물론 회사 측 용역직원에 맞아 두개골이 함몰된 조합원과 광대뼈가 으스러진 조합원도 있었다.

하지만 유성 노조를 진짜 힘들게 한 것은 직접적인 폭력보다 보이지 않는 감시와 괴롭힘이었다. 지능적이고 집요한 사측의 ‘괴롭힘’은 노조원들의 일상적인 생활과 인간성을 파괴했다.

2016년 8월 시민단체 조사에 따르면 유성기업 노조원 중 절반 이상이 회사의 녹취와 감시에 시달렸고, 녹취와 감시에서 비롯된 고소고발과 징계로 고통받았다.

이 고통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스트레스는 우울증을 낳았다. 사회적 관계는 단절됐고 가족들과도 멀어졌다. 급기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까지 나왔다. 2016년 거듭되는 징계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한광호 조합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성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은밀한 괴롭힘’이 노조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등 상당한 효과가 있지만 두드러진 불법적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불법이라고 해도 증거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은밀하고 조용한 ‘노조탄압 수법’으로 사용됐던 수단 대부분이 ‘직장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되는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괴롭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도 과거에 비해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노동계는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을 계기로 대대적인 공세를 벼르고 있다.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진행됐던 사용자 측의 ‘노조탄압’이 대부분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된다는 것이 노동계의 판단이다.

지금까지는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것이 딱히 불법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있다.

복잡한 내부갈등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법 시행 첫날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노동청에 진정을 낸 것 역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라는 견해가 많다. 노조 간부나 단체행동 주도자에 대한 부당한 전직이나 ‘유배’, 격리 역시 전통적인 노조탄압의 방법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결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경영계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정당한 경영과 인사상 조치를 노조가 ‘괴롭힘’으로 몰고 가려할 수 있다는 우려다.

방위산업과 건설, 금융 쪽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재벌그룹 관계자는 “직장 괴롭힘을 막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직장인이 누가 있겠나”라면서도 “노조 측에서 문제를 삼겠다고 든다면 논란이 될 만한 사안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관련 경제단체 관계자 역시 “노조가 정당한 경영-인사상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갈등 요소는 충분하다”라고 동의했다. 그는 최근 민주노총이 ‘과도한 경영성과 독려’를 ‘직장 괴롭힘 유형’에 포함시킨 것을 예로 들면서 “무리한 요구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우려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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