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외국인에 안방까지 내준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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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원 기자
입력 2019-07-2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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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집에서 안주인이 거처한 곳은 안방이다. 남편이나 자식을 빼면 아무나 드나들 수 없었다. 그만큼 폐쇄적인 공간이었다. 열쇠나 귀중품도 안방에 두었다. 안방은 안살림을 챙기는 중추였다.

'주식시장 안방'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넘어갔다. 외국인은 주가지수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19일까지 딱 닷새만 0.3% 넘게 상승했다. 외국인이 순매수한 날만 그렇게 올랐다. 경기나 실적 전망은 무색해졌다. 외국인만 바라보면 그만이다. 우리나라가 주식시장을 개방한 1992년 이래 해마다 되풀이돼온 현상이다. 외국인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이달 들어 38%를 넘어섰다. 13년 만이다. 비율은 연초만 해도 36%에 한참 못 미쳤었다.

일본도 외국인 비율 올리기에 한몫했다. 이달부터 일본은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반도체 소재를 틀어막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이런 악재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집하고 있다. 이달 외국인 순매수액 가운데 90% 이상이 두 종목에 집중됐다. 돈으로는 1조원이 넘었다. 외국인은 악재에 아랑곳없이 메모리 공급과잉 해소와 가격 반등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한·일 갈등이 길어지지 않을 거라는 계산도 깔렸을 수 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은 일본뿐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도 타격을 준다.

우리 주식시장에도 '큰손'으로 불리는 기관 투자자 국민연금이 있다. 그냥 '개미'부터 '슈퍼 개미'까지 개인 투자자도 많다. 그래도 외국인에 비하면 총알이 부족하다. 이달만 보아도 코스피는 기관만 사거나, 개인만 사거나, 둘만 사서는 오르지 않았다. 반대로 외국인만 사면 뛰었다.

답은 이미 증권가에서 많이 얘기해왔다. 개미를 위한 당근은 늘리고 걸림돌은 없애야 한다. 서준식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부사장은 얼마 전 본지에 이렇게 기고했다. "금융소득종합과세(금소세) 강화에 반대한다. 세금을 금융소득에 더 물릴 때가 아니다. 도리어 더 많은 중산층이 금융소득을 불릴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 2013년에도 걱정했던 일이 벌어졌다는 거다. 당시 금소세 기준을 강화하자 장기투자자가 한꺼번에 빠져나갔다. 이러면 경제를 키우기도, 일자리를 만들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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