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악의 한일관계] ② 무너진 신뢰관계 '첩첩산중'

한준호 IT과학부 부장입력 : 2019-07-18 16:42
“한·일관계에는 3개의 안전판(Safty Valve)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기능부전을 일으켜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한·일관계를 지탱해 온 3개의 안전판(안보협력, 민간협력, 경제협력)이 무너져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는 지난해 화기 관제레이더 조사(照射) 문제로 진실공방을 벌였고, 욱일기를 게양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행사 참석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이 해산되고, 일본기업에 배상을 요구한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등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상시화 됐다.

일본 정부는 한·일 간 갈등의 상시화로 촉발된 경제보복을 계기로 우호적 지위에 있던 한·일관계를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보통의 관계로 격하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우대국)'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킨 것도 그 일환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는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수출 관리를 엄격히 하려면 정부 간 신뢰관계에 기반을 둬야 하는데 최근 한·일 정부 간 그런 신뢰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일본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양국의 신뢰관계가 무너진 탓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로 행해온 조치“라고 했고,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관방부장관도 "한국과 신뢰 관계 하에서 수출관리를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한·일관계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신뢰’와 관련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을 가리키는 것 같다”며 “미국의 기본적인 스탠스가 중국은 좋은 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인데, 미국을 선택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를 왔다갔다 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이 한국과의 신뢰관계 재정립을 고민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과 합의한 ‘사드 3불(不) 정책’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이 3불 정책 △추가 사드배치 △미국 탄도미사일방어체제 참여 △한·미·일 안보협력 진행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에 합의한 것을 보고 한국이 더이상 신뢰할 만한 파트너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일관계에 발벗고 나서 중재할 가능성도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 한·일관계 전문가는 "오바마 외교의 가장 큰 특징이 중재외교인데, 실제로 박근혜 정권 시절에 한국과 일본을 중재한 적이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의 모든 정책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오바마가 했던 중재외교에는 관심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내한한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한·일 갈등과 관련 "기본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이 민감한 이슈를 해결해야 하며 해법을 곧 찾기를 희망한다"면서 한·일 양국의 자체 해결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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