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담보대출' 있으나 마나… 상반기 거래액 785억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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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19-07-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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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엔 문턱 높고 은행은 리스크 부담

  • 정부 독려에도 실효성 낮아 실적 미미

  • 증권·운용사 IP 발굴·투자 유도해야

네트워크 보안 부문 스타트업인 A사는 지난해 취득한 특허권을 담보로 대출받기 위해 한 은행을 찾았지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자사 지적재산권(IP) 가치가 5억원 이상이어야 대출 집행이 가능한데 가치평가를 받는 데 최소 3주가 걸리는 데다, 최대 1500만원의 비용을 들여 평가를 받은 IP 가치 결과가 5억원 미만일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어서다. A사 대표는 "이럴 바엔 조금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서도 기술금융 신용대출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 금융정책 중 하나가 IP 담보대출이다. 부동산 등 자본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자사의 IP 가치를 담보로 인정받아 사업자금을 수월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은 2022년까지 IP 담보 및 보증·투자 등 IP 금융 공급액을 연간 2조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래픽=아주경제]


은행들은 IP 담보대출 활성화에 대한 취지엔 기본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담보 IP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 관련 대출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허권을 담보로 둔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사업성만 따져 대출을 내보낸다는 것인데, 사업성의 가치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며 "사업 아이템이 구체화돼 수익성이 가시화되기 전에 IP만을 담보로 대출을 취급하는 것은 현재까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은행들이 앞다퉈 IP 담보대출을 내놨지만 실적이 미미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IP 담보대출 취급액은 785억원(92건)에 불과하다.

IP를 자산으로 유동화하기가 곤란한 탓에 해당 대출채권에 부실이 발생해도 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점 역시 IP 담보대출 취급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2003년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특허권 등 재산권도 자산유동화가 가능해졌지만, IP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IP 담보대출을 받는 데 큰 매력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기업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은행 관계자는 "담보가치가 충분한 IP를 가진 경우라면 수년간 R&D(연구·개발)를 진행할 만큼의 웬만한 중견기업일 가능성이 높은데, 중견기업이 IP를 담보로 내놓는 건 대출의 '최후 수단'"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담보대출, 신용대출 등을 받았는데도 사업자금이 부족할 경우 IP 담보대출에 눈을 돌린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중견기업으로선 IP 담보대출을 받은 후 부실이 발생하면 IP를 내놔야 하는데, 이는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굳이 IP를 담보로 내놓을 이유가 없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자본금이 부족한 스타트업도 IP 담보대출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최소 500만원, 최대 1500만원에 달하는 IP 평가비용이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으로선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평가를 받고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받는 것보다 대출금리가 낮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지원의 취지라면 은행권의 IP 담보대출을 활성화하기보다 IP에 대한 증권사나 자산운용사의 투자를 확대하는 게 보다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지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지식재산이 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해선 민간금융의 활성화가 절실하다"면서도 "IP 금융은 기본적으로 '고위험-고수익'의 성격을 지닌 만큼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가 우수 IP를 발굴하고 IP 기반의 혁신기업에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독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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