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슈르뱅킹, 국내 도입하려면 보완할 문제는?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동 기자
입력 2019-07-11 05: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불완전판매 리스크 줄여라

#미국이나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진과 금융 산업의 효율성·경쟁력 제고를 위해 금융겸업화를 확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추세인 금융겸업화에 동참하고 있다. 은행이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그 예다. 그렇다면 비은행금융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겸업화도 생각해볼 만하다. 본지는 이미 주요 선진국에서 대중화된 아슈르뱅킹의 국내 도입 시 기대효과와 보완점 등을 분석해봤다.

보험사가 은행의 상품을 판매하는 '아슈르뱅킹(assurbanking)'이 최근 성장 한계에 직면한 국내 금융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제도 도입에 앞서 불완전판매 문제와 금융소비자의 인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아슈르뱅킹은 '보험(Assurance)'과 '은행(Banking)'의 합성어로, 보험사가 은행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 창구에서 보험 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Bancassurance)'의 반대 개념이다.


아슈르뱅킹이 도입돼 보험사에 예·적금 상품 등의 판매대행을 허용하게 되면 보험사의 업무 다각화, 방카슈랑스와의 형평성 확보, 글로벌 추세인 원스톱 금융 서비스에 부합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다. 특히 보험사는 수수료를 취득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미래의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금융전문가들은 아슈르뱅킹에 대해 새로운 시도라며 긍정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제도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측면에 우선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아슈르뱅킹의 문제점으로 우선 보험사 직원이 은행 상품에 대한 전문성 및 이해가 부족해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 첫 번째로 꼽힌다. 특히 은행 상품은 다른 금융권 상품보다 신뢰·안전성이 매우 중시되는 측면이 있어 불완전판매에 대한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은행과 보험사의 영업 방식이 상이한 점도 불완전판매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신뢰·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상품 판매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창구 판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반면 보험사는 상품 특유의 전문성과 복잡성, 사후관리의 중요성 때문에 보험설계사(모집인) 등의 모집조직에 의한 위탁판매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보험사 특유의 모집조직이 은행 상품 판매에 필요한 업격한 내부통제 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은행과 보험사가 직원·모집조직 교육 등을 통해 불완전판매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아슈르뱅킹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더욱 고민이 필요하다. 은행 입장에서 보험사와 업무를 제휴할 만한 이익이 있을지 확실치 않은 탓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에서 가장 큰 보험사인 삼성생명의 점포수는 708개(해외점포 제외)이며, 2~3위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점포수는 600여개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이나 국민은행이 1000여개 점포를 보유한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또 대형 보험사의 점포 근처에 은행 점포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은행 입장에서 보험사와 업무제휴를 맺는다 하더라도 판매채널을 크게 늘리는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아슈르뱅킹 도입으로 은행과 보험사 양 쪽에 판매대행 시스템 도입 및 직원 교육, 내부통제시스템 구축 등 신규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금융사가 많을 수 있다.

 

[사진=한국금융연구원]

금융소비자의 인식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지난 2007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에서 보험 상품 구매(방카슈랑스)의 경우 53%가 좋다고 답변한 반면, 보험사에서 은행 상품 구매(아슈르뱅킹)의 경우 26%만이 좋다고 답변했다.

74%나 되는 응답자가 보험사를 통해 은행 상품을 구매하는 일이 꺼려진다고 답변한 것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소비자의 인식도 이와 유사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아슈르뱅킹에 대한 최종적 선택이나 가치판단은 금융소비자의 몫인 만큼 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아슈르뱅킹의 도입 전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절한 통제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