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LG전자 건조기 사태 '가전명가'답게 잘 풀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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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07-1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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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근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사과 대상이 기술 결함인데 LG전자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LG전자는 국내 건조기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전체 시장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건조기 시장에서 이 같은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선발주자이기도 하지만, 자동세척이라는 차별성도 크게 작용했다.

콘덴서 세척은 자동세척과 수동세척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수동세척은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분리해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국내 제조사들 중 LG전자만 유일하게 자동세척 방식을 택했다. LG베스트샵 직원들은 건조기가 알아서 세척을 해주면 소비자 입장에서 편하고, 날카로운 콘덴서를 직접 청소할 필요 없어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동세척 방식이 먼지를 충분히 씻어내지 못하고, 분사되는 물과 콘덴서에 남아있던 먼지가 결합해 악취를 유발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피해 사례가 공유되고, 청와대 국민청원으로까지 번졌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LG전자는 지난 9일 의류건조기 자동세척 콘덴서(응축기) 10년 무상보증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건조기 내 먼지로 인한 성능 저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는 "콘덴서에 먼지가 달라붙는 건 세척 방식이나 제조사에 관계없이 동일하다"며 "일정 수준의 먼지가 있더라도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먼지가 남아 있어도 마른 상태이기 때문에 냄새가 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LG전자의 입장문 발표 후 격노했다. 실제 LG 건조기 인해 악취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있는데 이를 일부 문제로 치부했다는 판단에서다. 또 근본 해법이 빠져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자동세척 기능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데 무상보증이라는 카드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제품 교환을 하자니 LG전자 건조기 제품 중 수동세척 방식은 없어 교환이 무의미하다. 그렇다고 환불을 하자니 판매 대수가 많아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환불을 하면 자동세척 방식의 기술 결함을 인정하는 셈이 되는 것도 부담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들에게 걱정을 끼친 점을 사과할 게 아니라 자동세척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점을 사과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회사는 "저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에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느낀 불편에 대해서는 겸허한 자세로 대안을 마련해 고객들께서 만족하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은 직접 콘덴서 내부를 확인할 수 없어 먼지가 얼마나 쌓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악취가 나면 그때서야 수리기사를 불러야 한다.

건조기는 인체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의류를 관리하는 기기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집에선 더욱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가전의 명가다. 아무나 가질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니다. 오랜 기간 노력한 결과다.

건조기는 가전의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는 신가전 중 하나다. 신가전을 중심으로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사업부가 LG전자 전체 실적을 이끌고 있다. 이번 사태가 신가전 열풍에 찬물을 끼얹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위기대응 능력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 건조기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했으면 LG전자와 대응 방식이 달랐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러모로 LG전자의 건조기 사태 해결 방식이 아쉽게 어겨진다. 차라리 정공법을 택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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