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유럽 환율조작에 맞서야"...'환율냉전' 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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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07-0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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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중국·유럽 환율조작게임...맞서거나 바보로 있어야"

  • 전문가들 "트럼프 환율개입 뭐든 대비해야"...美연준 행보 촉각

미국발 '환율냉전(cold currency war)' 전운이 짙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재차 비판하며 "우리도 맞서야 한다"고 밝히면서다. 자국 통화 가치를 경쟁적으로 낮추는 '환율전쟁'을 시사한 발언에 달러 값이 약세로 기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본인 트위터에 "중국과 유럽이 큰 환율조작 게임을 벌이며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시스템에 돈을 퍼붓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도 맞서야 한다. 아니면 다른 나라들이 지난 수년간 그랬듯 그들의 게임을 계속할 때 뒤로 물러나 앉아 점잖게 바라보는 바보로 계속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과 유럽이 미국에 대한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와 유로화 가치를 낮추는 환율조작을 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새롭지 않다.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미국 재무부는 지난 5월에 낸 환율보고서에서 어느 나라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중국과 유럽에 환율조작 혐의를 제기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경제 성장세를 자극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는 건 정당한 일이라는 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의 견해라고 전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위안화 가치를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위안화 절하 속도를 늦추는 데 힘써 왔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미국은 2011년 이후 외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 달러 값을 띄워 올리기 위한 미국의 2011년 개입은 그해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뒤 엔화 가치가 치솟은 데 따른 국제적인 대응 차원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외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환율조작 비판이 심상치 않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유럽이 환율조작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계정 캡처]


캐나다임페리얼상업은행(CIBC)은 트럼프가 달러 강세에 대해 계속 불평하는 건 대응 차원에서 뭐든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 은행의 바이펀 라이 외환전략 부문 북미 책임자는 "(트럼프의) 환율조작에 대한 집착은 우리가 뭐든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미국 재무부는 지난 수십년간 달러 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시장 개입을 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정권 아래 변화가 있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강달러 정책(strong dollar policy)'을 고수했다. 달러는 세계 기축통화로 미국 경제의 번영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슈퍼 달러(super dollar)'다. 미국 재무부는 원칙적으로 달러 강세가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이롭다는 입장이었고, 미국 대통령은 시장에 맡긴 환율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달러 강세가 지나치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말고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유세 때부터 줄곧 달러 강세를 문제삼았다. 2017년 1월 취임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회견에서도 "달러가 이미 너무 강하다"며 "이는 부분적으로 중국이 자국 통화인 위안화 가치를 낮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달러 강세가 지나쳐 미국 기업들이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며 "달러 강세가 우릴 죽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호아킴 펠스 세계경제 고문은 2016년 미국 대선 결과를 보고 낸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전 세계가 이미 '환율냉전'에 돌입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CIBC의 라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통화 완화에 나서지 않으면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 개입 리스크(위험)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이 금리인하를 단행해도 시장에서 이미 예상한 일이라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춰도 달러 약세에 큰 힘이 실리지 않아 트럼프의 환율 개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환율조작 관련 트윗(트위터 게시글)으로 유로화 대비 달러 가치는 장중 저점으로 기울었다. 블룸버그는 연준의 교역가중 환율을 반영한 달러 값은 2002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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