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현대중공업, 지주사 밑에 '중간지주사' 두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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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룡 기자
입력 2019-06-3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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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SK텔레콤 제공]

[데일리동방] '중간지주사 전환'에 나섰던 SK텔레콤이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중간지주사 전환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다른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를 설립하기 위해 물적분할을 한 뒤 노조 측으로부터 무효소송을 당했다. SK그룹이나 현대중공업그룹은 모두 지주회사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중간지주사를 또 만들거나 추진하고 있다. 중간지주사가 무엇이길래 이들 기업은 만들려고 하는 것일까.

우선 '지주회사'는 다른 기업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기업을 지배·관리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적은 자본으로도 다수 자회사·손자회사를 거느리는 피라미드형 지배가 가능하다. '중간지주회사'는 기존 지주회사 지배를 받는 동시에 다른 기업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회사를 말한다. SK이노베이션이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 지배를 받으면서 SK에너지·SK종합화학·SK루브리컨츠·SK아이테크놀로지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려는 배경에는 향후 SK하이닉스의 투자·인수를 용이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통해 덩치를 키웠지만 새로운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지주사의 손자회사는 자회사를 보유할 때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따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SK텔레콤 자회사이자 SK㈜ 손자회사다. 중간지주사 전환 이후 중장기적으로는 SK㈜와 합병, SK하이닉스를 지주사의 자회사로 두는 것이 최종 시나리오라는 관점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반도체업황이 꺾인 데 이어 SK하이닉스의 대형 거래처인 화웨이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제재에 놓이면서 SK하이닉스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자금을 M&A에 활용할 상황이 아닌, 실적 회복을 위한 재고자산으로 쌓아둬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다른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것 역시 업황 악화에 따른 고민이지만, 중간지주사 추진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아보다는 것이 재계의 판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중간지주사를 활용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였던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사(한국조선해양)·사업자회사(현대중공업)로 물적분할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에 이어 대우조선해양까지 자회사로 두고 2조1000억원 규모의 자사 주식을 인수비용으로 KDB산업은행에 제공키로 했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ESG 본부장은 "지주사·중간지주사 전환은 관련 규제가 많아 기업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이라면서도 "SK나 현대중공업처럼 이미 지주회사 체제가 갖추어진 그룹 내에서 지배력을 추가적으로 확장하기엔 중간지주사 전환이 가장 적합한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대우조선해양을 품는 과정에서 2조1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비용을 조달하는 것은 쉽지 않고, 합병을 택한다면 지분을 나눠 갖게돼 지배력이 약해진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며 "현대중공업은 인수비용을 최소화 하면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주사 체제가 항상 득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가 자·손자회사를 거느릴 때 보유해야할 지분을 명시해두고 있고, 일반지주사는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제도 따르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가 지주사 전환을 거부하는 것도 금융계열사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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