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충칭 자동차부호의 몰락…리판그룹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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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6-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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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 제때 상환 못해···6억株 법원 압류조치

  • "자동차 사업 부진에···" 경영 내리막길

  • 오토바이로 시작해 '자동차제국' 일군 자수성가 기업인

중국 '자동차 도시' 충칭(重慶)을 대표했던 자동차 부호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때 충칭시 최대 부호였던 리판(力帆)그룹 인밍산(尹明善)  창업주 이야기다. 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 부진으로 그룹이 경영난에 빠진 가운데 채무도 제때 상환하지 못해 주식은 법원에 압류되는 등 잇달아 위기를 맞는 모습이라고 중국 21세기경제보 등 현지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중국 베이징 유력일간지 신경보는 중국 자동차 고속성장 시대가 이미 막을 내렸다며 3~5년 내 중국 국내 토종자동차 기업의 3분의 2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리판그룹이 생사 갈림길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 부채 제때 상환 못해···6억株 법원 압류조치

리판그룹 주식이 법원에 압류됐다는 소식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상하이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시장에 흘러나왔다. 

리판그룹은 공시에서 "자회사 리판승용차가 1억 위안(약 170억원) 규모 융자 일부를 제때 상환하지 못해 리판그룹이 보유한 리판승용차 지분 47.24%인 6억2100만주 가운데 97.28%인 6억400만주가 법원에 의해 3년간 압류된다"고 밝혔다. 

이어 공시는 "주식 압류 조치는 그룹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그룹 경영도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문제를 적극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며 "법원의 주식 압류 조치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사실 리판그룹 부채 위기설은 올 들어 불거졌다. 리판그룹 자산부채율은 빠르게 급증해 최근 2년간 70% 이상에 달했다. 올 1분기말 기준 총자산과 총부채는 각각 268억, 193억 위안으로, 자산부채율이 72%에 달했을 정도다. 

앞서 지난달 중순 상하이증권거래소는 리판그룹 측에 질의서를 보내 부채 상환계획과 유동성·부채 리스크 존재 여부에 대한 답변을 촉구하기도 했다.  

리판그룹이 발표한 지난해 실적보고서도 부진했다. 앞서 4월 발표된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10억13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47.95% 증가했다. 하지만 비경상손익 공제후 순익은 21억4900만 위안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3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자동차 사업 부진에···" 경영 내리막길

[사진=바이두]


사실 리판그룹의 본업은 오토바이다. 인밍산 창업주는 지난 1992년 단돈 20만 위안으로 충칭에 오토바이 기업을 세운 게 오늘날 리판그룹의 시작이다. 오토바이 사업 성공을 바탕으로 리판그룹은 지난 2003년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리판그룹은 수년간 충칭시 자동차·오토바이 수출업체 1위 행진을 이어가며 간판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에너지차 자동차 사업이 부진하면서 리판그룹의 발목을 잡았다. 리판그룹은 그동안 신에너지차 사업을 새로운 전략적 방향으로 삼고 자동차 사업에 매진해 왔다.

하지만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이 나날이 팽창하는 가운데서도 정작 리판그룹의 신에너지차 판매는 부진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5~2018년 4년간 리판그룹의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1만4874대, 5550대, 7738대, 1만166대로 들쑥날쑥이었다. 올 들어 1~5월 판매량은 1011대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7% 이상 하락했다. 

리판 자동차 품질도 도마에 올랐다. 리판그룹이 지난 2015년 생산한 신에너지차량 중 2395대는 중국 정부의 신에너지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정부 보조금 1억1400만 위안을 도로 토해내야만 했다. 

리판 전기차 자연발화 문제도 불거졌다. 지난해 8월 리판 전기차종인 650EV가 광저우 시내에서 돌연 자연발화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 리판그룹은 당시 광저우에 연일 내린 폭우로 차량이 2시간 넘게 침수됐던 게 이유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15일에도 또 한 차례 자연발화 사건이 벌어져 논란이 일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본업이었던 오토바이 사업도 최근 일부 지방정부의 '오토바이 시내 주행 금지령'에 타격을 입었다. 올 들어 1~5월 리판그룹 오토바이 판매량은 24만49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33% 하락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리판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리판그룹의 장부 상으로 유동부채 잔액은 187억8000만 위안에 달했는데, 이 중 단기차입금이 91억6100만 위안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리판그룹은 지난해 10월 자동차 생산공장까지 충칭시 정부 측에 매각해 33억1500만 위안 현금을 보충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 왔지만 결국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주식을 압류당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 오토바이로 시작해 '자동차제국' 일군 자수성가 기업인 

인밍산 리판그룹 창업주. [사진=신화망]


오토바이로 시작해 자동차제국을 일군 리판그룹은 충칭시 경제를 떠받쳤던 주요 기업 중 하나다. 2003년엔 중국 최대 오토바이 제조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인밍산 리판그룹 창업주는 이미 지난 2000년 포브스 중국 부호 50위 순위에도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1939년생으로 올해 80세인 그는 지난 2017년 회장직에서 은퇴하고 현재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물려줬지만 최대주주로 그룹 경영에 영향력을 미쳐왔다. 

사실 인밍산 창업주는 중국에서 입지전적인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과거 고등학생 시절 반혁명우파로 몰려 18년간 충칭 플라스틱 공장에서 노동개조를 받으며 힘든 젊은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이후 개혁·개방 시대에 그는 노동개조 시절 독학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영어 강사를 하던 중 출판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1992년 54세 늦깎이 나이에 단돈 20만 위안으로 충칭시에 오토바이 회사를 차린 게 리판그룹의 시작이다. 2003년 중국 최대 오토바이 업체로 성장한 리판그룹은 2003년엔 자동차 사업에도 뛰어들며 '자동차 제국' 건설에 나섰다. 

리판그룹은 2010년 11월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제1호 중국 민영자동차 기업 타이틀을 따냈고, 인밍산은 충칭시 최대 부호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개혁·개방 40주년 걸출한 기업인으로 표창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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