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천문시계 혼개통헌의 보물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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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선 기자
입력 2019-06-2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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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인문 ‘강산무진도’ 등 9건도 보물 지정

[문화재청 ]

조선 천문시계 혼개통헌의가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18세기 조선에서 제작된 천체 관측 기구인 ‘혼개통헌의’와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 ‘구미 대둔사 삼장보살도’, ‘고창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 등 고려~조선 시대 회화와 불교문화재, 전적, 초기 철기 시대 거푸집과 청동거울, 통일신라 시대 도기 등 총 10건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보물 제2025호 ‘구미 대둔사 삼장보살도’는 1740년(영조 16년)에 영산회상도, 제석도, 현왕도, 아미타불도와 함께 조성돼 대둔사에 봉안됐던 작품으로, 이 중 삼장보살도만 유일하게 전해오고 있다.

세로 238cm, 가로 279cm의 대규모 화면에 천장보살과 지지보살, 지장보살 등 세 보살의 모임을 묘사한 그림으로, 월륜, 치흠, 우평 등 18세기 경상북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화승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이 삼장보살도의 도상은 1661년에 간행된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이라는 경전에 근거한 것으로, 천장보살이 중생들을 구제하는 부처인 약사여래처럼 약호(약병)를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약호를 든 천장보살의 모습은 같은 시기 다른 지역 불화에서는 좀처럼 확인되지 않고 경상북도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그려졌으므로 18세기 삼장보살도의 새로운 도상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미술사적인 가치가 크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현재 16세기 이전에 제작된 삼장보살도의 대부분은 일본 등 해외에 전해지고 있고, 17~18세기 초에 제작된 ‘안동 석탑사 삼장보살도’(1699년)나 ‘대구 파계사 삼장보살도’(1707년) 조차 도난으로 그 소재가 불분명하다. ‘구미 대둔사 삼장보살도’는 18세기 전반 연대를 가진 삼장보살도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보물 제2026호 ‘김천 직지사 괘불도’는 1803년(순조 3년)에 제작된 괘불로, 현재까지 알려진 19세기 괘불 중 시기가 가장 빠르고 규모도 가장 크다. 머리에 보관을 쓴 보살형 본존이 양손으로 연꽃을 받쳐 들고 정면을 향해 당당하게 서 있는 독존 형식의 괘불도다. 괘불 하단에 쓰인 화기를 통해 직지사를 중심으로 경북 권역에서 활동한 제한을 비롯해 위전, 탄잠, 부첨, 신화 등 총 13명의 화승이 제작에 참여했음을 알 수 있다.

보물 제2027호 ‘도은선생시집 권1~2’는 고려 말 문인 도은 이숭인의 문집 5권 가운데 권1~2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금속활자로 간행한 것이다. 1406년(태종 6년) 태종은 이숭인에게 이조판서를 추증하고, ‘문충’이라는 시호를 내린 후 그의 문집을 간행하라고 명을 내렸다. 이에 변계량이 편집하고 권근(고려 말 조선 초 문신)이 서문을 지어 간행한 것이 ‘도은선생시집’이다.

보물 제2028호 ‘도기 연유인화문 항아리 일괄’은 통일신라 8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대호와 소호 총 2점으로 구성돼 있다. 대호와 소호는 제작 당시 외호와 내호의 용도를 염두에 두고 제작했는지는 불분명하나 유사한 형태와 문양, 제작기법을 보여주고 있어 같은 공방과 장인에 의해 조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보물 제2029호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는 18세기 후반~19세기 초 궁중화원으로 이름을 떨친 이인문이 그린 것으로 총 길이 8.5m에 달하는 긴 두루마리 형식이다.

이 그림은 이인문의 그림 중 처음 보물 지정이 예고된 작품으로, 조선 말기 학자 추사 김정희가 소장했던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전통적 화제인 ‘강산무진’을 주제로 끝없이 이어지는 대자연의 경관을 형상화했다.

보물 제2030호 ‘신편유취대동시림 권9~11, 31~39’는 총 70권 중 권9~11 및 권31~30에 해당하는 책으로, 1542년(중종 37년) 경에 쓰인 금속활자인 ‘병자자(丙子字)’로 간행한 것으로 추정되는 판본이다. 이 판본은 16세기 우리나라 시문집 간행의 과정을 살펴보는데 중요한 서책이다.

보물 제2031호 ‘고창 선운사 참당암 석조지장보살좌상’은 고려 말~조선 초에 유행한 두건을 쓴 지장보살좌상이다. 온화한 표정과 불룩한 입술, 양쪽에서 드리워져서 여의두 형태로 마무리 진 띠 장식, 둥근 보주를 든 모습 그리고 치마를 묶은 띠 매듭 등은 고려 말기 조각 양식을 충실하게 반영했다.

보물 제2032호 ‘혼개통헌의’는 해시계와 별시계를 하나의 원판형 의기(천체의 운동을 관측하는 기구)에 통합해 표현한 천문 관측 도구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알려진 제작 사례다.

중국을 통해 전래된 서양의 천문시계인 아스트롤라베를 실학자 유금이 조선식으로 해석해 1787년(정조 11년)에 만든 과학 기구로, 이 유물은 1930년대 일본인 토기가 대구에서 구입해 일본으로 반출했으나, 2007년 고 전상운 교수의 노력으로 국내에 환수된 문화재다.

‘혼개통헌의’는 별의 위치와 시간을 확인하는 원반형의 모체판과 별의 관측지점을 알려주는 여러 모양의 침을 가진 T자 모양의 ‘성좌판’으로 구성됐다. 모체판 앞뒷면에 걸쳐 ‘건륭 정미년에 약암 윤선생(실명미상)을 위해 만들다’라는 명문과 더불어 ‘유씨금’이라는 인장이 새겨져 있어 유금이 약암이라는 호를 쓴 윤선생을 위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모체판은 앞면 중심에 하늘의 북극을 상징하는 구멍에 핀으로 성좌판을 끼워 회전하도록 만들어졌다. 외곽을 24등분하여 맨 위에 시계방향으로 시각을 새겼고 바깥쪽부터 남회귀선, 적도, 북회귀선의 동심원, 위쪽에 지평좌표원을 새겼다.

모체판과 성좌판에는 북극성, 직녀자리, 견우자리, 처녀자리, 천칭자리, 뱀주인자리, 안드로메다(Andromeda), 오리온(Orion), 페가수스(Pegasus) 등 계절별 주요 별자리가 표시됐고 그밖에 알파드(Alphard, 바다뱀자리의 가장 밝은 별), 프로시온(Procyon, 작은개자리에 속한 별) 등 우리나라 하늘에서 주로 관측되는 별자리 사이에 있는 작은 별들의 위치도 표시했을 정도로 섬세하게 제작됐다.

‘혼개통헌의’는 서양의 관측기기인 아스트롤라베를 받아들여 동아시아에서 제작된 유일무이한 천문 도구이자 서양 천문학과 기하학을 이해하고 소화한 조선 지식인들의 창의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실례다. 제작 원리와 정밀도에 있어서도 18세기 조선의 수학과 천문학 수준을 알려주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과학 문화재라는 평가다.

보물 제2033호 ‘완주 갈동 출토 동검동과 거푸집 일괄’은 2003년 갈동 1호 토광묘에서 출토된 거푸집(용범) 2점으로, 한 점은 한쪽 면에만 세형동검의 거푸집을 새겼고, 다른 한 점은 동검(칼)과 동과(꺽창)가 각각 양면에 새겨져 있다. 초기 철기 시대 호남 지역의 청동기 제작 문화를 알려주는 유물로서, 고분의 편년과 거푸집에 새겨진 세형동검의 형식 등으로 볼 때, 기원전 2세기경에 실제로 사용된 후 무덤에 매장된 청동기 제작용 거푸집이다.

보물 제2034호 ‘완주 갈동 출토 정문경 일괄’은 초기 철기 시대인 기원전 2세기경에 사용된 2점의 청동제 거울로서, 정식 발굴조사에 의해 출토된 보기 드문 사례다. 2007년 전라북도 완주군 이서면 반교리에 자리한 갈동 5호와 7호 토광묘에서 각각 한 점씩 출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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