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시론] 미래에셋과 나머지 금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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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영 증권부 부장
입력 2019-06-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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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도 앉지도 눕지도 움직이지도 마. '그대로 멈춰라'는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로 시작하는 동요다. 노래는 "서 있지도 말고 앉지도 말고 눕지도 말고 움직이지 마"로 이어지다가 다시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로 끝난다.

금융판 '그대로 멈춰라'도 비슷하다. 자칫하면 못 움직인다. 구체적으로는 '금융그룹통합감독'에 대한 얘기로, 금융위원회가 법제화에 나섰다. 과거 동양사태와 같은 금융그룹 동반부실을 통합감독으로 막겠다는 거다. 해당 기업집단은 중복자본이나 전이위험, 집중위험을 더 깐깐하게 따져 자본비율을 매긴다. 이번에는 삼성(221%)과 교보(210%), 롯데(168%), DB(167%), 한화(157%), 현대자동차(142%) 순으로 자본비율이 높게 나왔다. 미래에셋은 125%로 꼴찌를 차지했다. 조금만 투자를 늘려도 100% 아래로 떨어지고, 그러면 아무것도 못한다. 손자회사와 증손자회사를 많이 두는 바람에 중복자본을 늘린 탓이라고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미래에셋을 손볼 생각이다. 이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에 몸담았던 2016년 '미래에셋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짧게 줄이면 미래에셋캐피탈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라는 거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부채를 늘리는 식(자회사 주식 비중을 50% 미만으로 축소)으로 지주전환을 피해왔다고 한다. 3년 전 경제개혁연대는 금융그룹통합감독을 실시해야 이를 막을 수 있다고도 했다. 금융그룹통합감독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권고한 사항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현재 지주전환뿐 아니라 내부거래도 지적하고 있다. 미래에셋 총수 일가가 개인회사로 사익을 챙기고 있다는 거다.

미래에셋은 자본비율로 꼴찌했어도 일등도 많이 한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을 포함한 미래에셋 금융사는 2018년 매출 가운데 15%가량을 해외에서 올렸다. 재벌로 불리는 기업집단 가운데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가장 큰 삼성을 보면 삼성생명과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을 비롯한 금융사가 2018년 해외에서 번 돈은 전체 매출에서 1%도 안 됐다. 금융투자지주 가운데 가장 큰 한국투자금융지주도 1%를 밑돌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래에셋은 5대 재벌과 비교해도 롯데(14%)보다는 앞서고 있다.

지주전환이 불리해 보이는 사례는 재계에 많다. 자산총계로 매긴 기업집단 순위는 현재 삼성과 현대차, SK, LG 순으로 높다. 꼴찌인 LG는 2000년만 해도 삼성에 이어 2위를 달렸다. 삼성과 현대차, SK는 당시부터 2017년까지 자산총계를 많게는 8배 가까이 불렸다. 그에 비해 LG는 2배도 못 키웠다. LG는 2003년 지주로 전환했다. 4대 재벌 가운데 가장 빨랐다. SK는 얼마 전에야 지주로 바꾸었고, 삼성과 현대차는 아직 그럴 기미를 찾기 어렵다. 지주전환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자본효율성을 높인다고 보기도 어렵다.

미래에셋은 정말 나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일단 순환출자 고리는 없다. 재벌 가운데 현대차와 태광, 영풍, SM 4곳만 현재 순환출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미래에셋은 기업집단 밖으로 빠져 있는 계열사도 없다.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을 일으키는 회사가 주로 이런 곳이다. 미래에셋과 달리 SK와 LG, 롯데, GS, CJ를 비롯한 다른 재벌은 기업집단 밖에도 계열사를 두고 있다. 더욱이 미래에셋은 2018년 내부거래 비중도 1% 미만으로 유지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투자를 늘리느라 손자(증손자)회사를 많이 두었을 뿐이다.

외국계 증권사라고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미국 골드만삭스도 손자회사투성이다. 골드만삭스 한국법인은 본사 대신 싱가포르법인에서 100% 출자했다. 일본에서 가장 큰 노무라증권도 마찬가지다. 네덜란드법인이 한국 노무라금융투자 지분을 모두 쥐고 있다. 이런 외국계사가 1년 전 국내 증권사 순이익(4조1200억원)에서 차지한 비중은 13%(5200억원)에 가까웠다. 우리나라 한 곳에서만 이랬다는 거다.

통합감독을 하더라도 잣대는 다시 다듬어야 한다. 미래에셋은 금융투자사(증권·자산운용사) 중심인 기업집단이다. 동양증권조차 망하지 않았다. 부도가 불 보듯 뻔한 기업어음을 팔아 동양사태를 일으켰지만, 이름만 유안타증권으로 바뀌었다. 증권사는 보험사처럼 회사와 고객 계정을 섞지 않는다. 은행과 보험사처럼 지급준비율과 지급여력비율을 바탕으로 없는 돈을 굴릴 수도 없다. 애초 중복자본이나 가공자본도 상호출자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A와 B가 서로 맞출자하니 그럴 수밖에 없다. 손자회사나 증손자회사가 문제라면 지주회사와 자회사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출자자와 피출자자가 회계처리하는 방식은 똑같다.

자본시장법이 요구하는 영업용 순자본비율(NCR)만 가지고도 숨이 막힐 지경이다. 투자를 늘릴 때마다 NCR을 떨어뜨린다. 여기에 통합감독에 따른 자본비율까지 요구하겠다고 한다. 꼼짝도 말라는 거다. 애초 동양사태를 못 막은 책임은 공정위와 금융위에 있다. 비정상적인 내부거래만 막았어도 결과는 달랐을 거다. 국회가 통합감독 법안을 다시 손대면서 자본비율 기준을 낮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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