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제조사…스마트폰 '단가 인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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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9-06-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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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 'W10' 中 ODM 통해 제작…베트남 생산으로 비용↓

  • 삼성, 中 생산라인 감축·재배치…갤럭시M 온라인 판매

삼성전자의 베트남 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스마트폰 생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ODM(제조자 개발 생산) 전환, 생산기지 이전 등 생산 단가 낮추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이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맞서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 말 인도에서 아마존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초저가 스마트폰 'W10'을 출시할 예정이다.

◆ LG전자, ODM 통해 'W10' 출시…인건비 줄이려 베트남 行

W10은 LG전자가 중국 윙테크와 손잡고 내놓는 ODM 제품이다. 설계와 디자인은 원청 기업이 맡되 생산만 위탁하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과 달리, 모든 과정을 윙테크가 주도한다. 윙테크로부터 완제품을 납품 받아 LG전자 로고만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LG전자가 ODM을 택한 것은 연구개발은 물론 생산관리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이를 통해 W10의 출고가 역시 크게 낮췄다. 인도 현지 언론에서는 W10 가격을 1만5000루피(약 25만원) 이하로 전망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ODM 방식은 저가형 라인업에 한정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구매 능력이 낮은 편인 인도 시장에서 저렴한 라인업을 내놓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생산 거점 재배치를 통한 인건비 감축에도 한창이다. LG전자는 이달부터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스마트폰 생산 라인을 베트남 하이퐁 캠퍼스로 이전하고 있다.

평택 공장은 단계적으로 생산 물량을 축소하다 연내에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었지만, 'V50 씽큐'의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면서 그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전이 완료되면 하이퐁 공장은 연간 110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LG전자 측은 현지의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삼성, ODM 확대 적용 검토 중…中 공장 닫고, 온라인 유통도

삼성전자 또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갤럭시A6s'는 갤럭시 브랜드 최초의 ODM 제작 스마트폰이다.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윙테크가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맡았다. 현재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 다른 갤럭시 라인업에도 ODM 제작 방식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에 위치한 자체 생산라인 또한 줄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톈진 공장을 닫은 데 이어 이달 초부터는 광둥성 후이저우의 공장에서도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4월 기준 4087명에 달하는 인력을 2000여명 수준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후이저우 공장은 2017년 기준 6000만대가 넘는 스마트폰을 생산했다. 삼성전자의 전 세계 물량의 20%에 가까운 수준이다. 현지 공장에서 축소한 물량은 ODM 방식으로 전환하는 한편 베트남과 인도 공장으로 재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벽에 부딪힌 데다 현지 근로자들의 인건비 상승이 원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통 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다. 인도 맞춤형 '갤럭시M'이 대표적이다. 오프라인 판매망 없이 아마존과 삼성전자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갤럭시M10의 경우 10만원대 초반, 갤럭시M20은 10만원대 후반에 불과하다.

이처럼 생산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침체의 영향이라고 업체들은 설명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3억대다.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좀처럼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화웨이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4대 제조사의 점유율 합계는 지난해 1분기 31%에서 올해 1분기에는 40%로 9%포인트 상승했다.

ODM이 당장의 생산 단가를 낮출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제조사로서는 가격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ODM 전환을 더욱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기획과 개발까지 맡긴다고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원청의 브랜드를 달고 나가는 제품"이라며 "직접 생산 제품과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을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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