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vs SK이노, 재계 3·4위 자존심까지 건 배터리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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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룡 기자
입력 2019-06-1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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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화학 美 ITC·연방법원 제소…SK이노, 국내서 명예훼손 '맞소송'

  • SK "기술유출 등 소송근거 없어"…LG "ICT, 심리 필요판단해 조사개시"

[사진=백승룡 기자]

[데일리동방] 국내 배터리업체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갈등이 '맞소송'으로 번졌다. 이로써 재계 3·4위 주력 계열사인 두 회사는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을 펼치게 됐다.

◇ SK이노베이션 "근거없는 발목잡기 그만…억울하면 처우 개선하라"

SK이노베이션은 10일 국내 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LG화학이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및 델라웨어주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데 따른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국내에서 청구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을 제기하면서 손해배상액 10억원을 우선 청구했다. 향후 소송 진행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구체적으로 조사해 손해배상액을 추가로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 측에서 LG화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근거없는 발목잡기'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인력빼가기·기술유출'로 영업비밀을 침해 당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명확하게 제시할 근거조차 없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LG화학에서 이직한 직원들은 공개채용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지원한 이들로, LG화학의 낮은 처우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LG화학의 평균연봉은 8800만원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의 평균연봉은 1억2800만원에 달했다.

기술유출도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배터리 핵심소재 중 하나인 양극재의 경우 국내 파트너와 양극재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을 통해 성장해 왔다"며 "경쟁사(LG화학)가 해외 업체의 NCM622를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과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11년에도 LG화학은 LiBS(리튬이온분리막) 사업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1, 2심에서 패소한 뒤에야 합의종결 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그때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당시 내부적으로는 엄중하게 대응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국내 대기업 간 소송에 대한 국민적 인식 등을 고려해 화해를 해준 바 있다"며 "'아니면 말고 식'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행태가 또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LG화학 "30여년 쌓아온 권리 보호…해외기업 악용 우려"

같은 날 LG화학은 입장문을 내고 "이미 ITC에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본안 심리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개시'를 결정한 상황"이라며 "경쟁사(SK이노베이션)에서 지속적으로 '근거없는 발목잡기'라고 표현하는 것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고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 4월 29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을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보는 시각은 '불공정한 경쟁'이다.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은 두 차례나 SK이노베이션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자사의 핵심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SK이노베이션은 도를 넘은 인력 빼가기(76명)를 지속했다"며 "이 과정에서 자사의 핵심기술이 다량으로 유출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 법적 대응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측에서 경력직 채용과정 중 프로젝트를 함께 한 동료 및 책임자의 실명, 상세한 성과내역 등을 기술하도록 요구한 점은 어떤 업계에서도 결코 일반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 공정기술 등과 관련된 LG화학의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LG화학 측은 주장했다.

LG화학은 입장문을 통해 "LG화학이 제기한 소송의 본질은 30여년 동안 쌓아온 자사의 핵심기술 등 마땅히 지켜야 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후발업체가 손쉽게 경쟁사의 핵심기술 및 영업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그 어떠한 기업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며 해외 기업도 이를 악용할 것이라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배터리시장·기업신뢰도 놓고 '건곤일척'…최후 승자는?

미국 ITC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LG화학 본사와 미국 현지법인인 LG화학 미시간에서 제기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수입 및 미국 내 판매 중지 요구에 대한 조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ITC는 이날부터 45일 내에 조사 마감일을 정할 예정이다. LG화학은 내년 하반기께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은 최대 3년까지 소요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이 제소한 국내 소송은 ITC조사와 별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명예훼손은 일반적으로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SK이노베이션이 민사소송만 제기한 것은 대응 수위를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미국에 이어 국내로 번진 '소송 전면전'은 국내 배터리업계 1위와 3위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향후 시장 지위를 갈라놓을 전망이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재계 3위인 SK그룹의 주력 계열사, LG화학은 재계 4위 LG그룹의 주력 계열사라는 점에서 두 대기업그룹 간 자존심 대결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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