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탈(脫)달러' 도전…"美 국제 영향력 흔들 수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은숙 기자
입력 2019-05-30 14:5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이란에 대한 규제부활로 일부에선 자체 교역시스템 구축

글로벌 외환시장의 절대 강자인 달러에 대한 도전이 늘고있다. 미국과 적대관계에 놓인 국가들뿐만 아니라 전통적 우방국들까지도 달러를 배제한 거래 시스템 사용을 시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인도 등 탈달러 거래시스템으로 이란과 교역 

촉매제가 된 것은 지난해 미국의 이란 핵협정(JCPOA) 탈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5년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합께 체결한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했다. 원유수출까지 제한됐다. 이에 유럽과 인도 등과 같은 미국의 우방국들마저 달러에 의존하지 않고 무역을 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스텍스'(INSTEX·Instrument In Support Of Trade Exchanges·무역거래 지원 수단)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유럽 기업이 미국의 제재를 피해 합법적으로 이란과 거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V)을 출범시킨 것이다. 유로화에 기반을 둔 인스텍스는 달러화 결제를 거치지 않고, 이란산 원유·가스와 유럽산 물품 교환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교역 품목은 제재 대상이 아닌 식료품, 의약품 등으로 제한한다는 계획이다. 국경 간의 교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를 피할 수 있다.

물론 미국은 인스텍스에 불만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스텍스'에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 전했다. 인텍스가 가동될 경우 이 시스템과 관련된 이들 모두 미국 시스템에서 배제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고 시걸 맨델커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이달초 인스텍스 대표에게 보낸 서한을 입수해 보도했다. 

인스텍스와 협력하는 이란의 파트너사들이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 단쳉나 개인들과 연결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장기간 이란과 원유를 거래해 왔던 인도는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운영하고 있다. 당초 이 거래 시스템은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닌 상품의 무역을 위해 고안됐다. 하지만 WSJ는 인도의 세관기록을 검토한 결과 해당 거래 시스템 하에서 제재 대상인 이란 기업과의 거래도 발견됐다고 전했다.

◆중국·러시아 등 미국 경쟁국도 탈달러 관심 

미국 패권을 깨는데 관심이 있는 중국과 러시아 등도 스스로의 글로벌 은행 간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WSJ "글로벌 거래 대부분이 달러 진행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더 강화될 수 있었다"면서 "달러중심 체재는 미국으로부터 무역 제재를 받는 국가들에게 가장 큰 골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운 시도들이 달러 중심의 교역체제를 바꾸지는 않겠지만,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외교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며, 테러리스트, 범죄자들이 미국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지적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탈달러가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국가 중 한마다. 미국에 대적하는 국제적 영향력을 키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달러 중심제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중국 인민은행이 국축한 국제은행결제시스템 (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은 국제금융통신망(SWIFT)을 이용한 위안화 거래에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무역전문가들은 중국의 거래 시스템은 앞으로 스위프트 없이도 위안화 기반의 광범위한 무역을 허용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달러를 배제한 직접 거래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ING 그룹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3년에는 7%에 불과하던 양국 간의 위안-루블화 거래는 2017년에는 18%까지 늘었다. 

물론 이같은 대안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국제교역에서 달러의 장악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달러 거래의 편의성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치러야하는 대가가 크기 때문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 5조 달러 중 달러의 비중은 88%의 달한다. 

WSJ은 "달러의 대안으로 꼽히는 유로화는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 위안화는  여전히 취약한 중국 경제와 정부의 강력한 규제정책에 대한 우려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가상화폐 역시 지나치게 큰 가격변동성 때문에 달러를 대체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여러가지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유로, 위안화 등 대안에 비해서는 훨씬 뛰어난 안정성과 편리성이 달러가 당분간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