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신조어] 럭셔리한 가짜를 선호한다 '클래시 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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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19-05-3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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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의 사전적 의미는 '거짓을 참인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영단어 '페이크(fake)'도 '가짜, 거짓'에 이어 '모조품'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더 강하다. 특히 상품에 '가짜' '짝퉁'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덧씌워지면 상품 가치가 확 떨어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가짜를 진짜보다 더 선호하는 독특한 소비 트렌드가 생겨났다. 진짜를 압도할 만큼 멋지거나 가치 있는 가짜 상품을 소비하는 추세를 '클래시 페이크'라고 하며, 이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소비활동을 하는 사람을 '페이크슈머(fakesumer)'라고 부른다.

클래시 페이크는 의식주에 쓰이는 상품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클래시 페이크 상품이 ‘인조 모피(에코퍼)’다. 매체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동물에서 얻어진 천연 모피가 얼마나 잔인한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밝혀졌다. 사람들이 천연 모피를 혐오하기 시작했고, 천연 모피보다는 다양한 디자인까지 가능한 인조 모피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구찌, 버버리 등 명품 패션 브랜드도 이런 흐름에 맞춰 '럭셔리한 가짜'를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식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콩이나 채소를 이용해 고기 맛이 나도록 하는 식물성 고기인 '가짜 고기'는 고기를 먹지 않는 베지테리언(채식주의자)과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비건(엄격한 채식주의자)에게 인기 있는 식품이다.

이 외 옥수수, 사탕수수, 콩 등으로 만든 가짜 플라스틱인 '바이오플라스틱'과 완두콩 등 10여 가지 식물로부터 단백질을 추출해서 만든 인조 달걀도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새로운 대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페이크슈머는 문제 있는 진짜를 포기하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가짜를 선택한다. 과거 진짜를 닮기 위해 발버둥 치는 '짝퉁' 상품에서 벗어나, 지구와 사회와 환경을 생각하는 의식 있는 소비자로서 당당하게 행동한다. 인조 모피를 명품처럼 걸치고,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든 식기에 인조 달걀과 인조고기로 요리된 음식을 담아 먹으며 건강과 환경에 직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도 '진짜 지구'를 위해 '가짜 상품'을 소비하는 당당하고 똑똑한 '클래시 페이크'를 소비하는 페이크슈머가 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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