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벤처 붐' 분위기 살려놨더니 "무례하다" 찬물…“타다가 벌써 승자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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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19-05-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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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도 아닌데…금융위 수장이 스타트업 ‘승자’ 규정

  • 美 공유차 사업 회의론 고개 드는데, 韓 시작도 전에 “이기적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왼쪽)과 쏘카 이재웅 대표.(사진=연합)]


문재인 대통령이 제2벤처 붐 계획 발표로 달군 혁신경제 열기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무례하다” 발언 한 마디에 차갑게 식고 있다. 정부의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의 수장이 재벌이나 외국계 사모펀드도 아닌 직원 300여 명 규모의 스타트업 대표를 저격하는 모양새가 만들어지면서 벤처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이 만만하냐”, “입 다물고 살라는 거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2일 명동에서 열린 ‘청년 맞춤형 전‧월세 대출 협약식’ 이후 최 위원장이 기자들과 가진 질의응답 자리였다. 이날 최 위원장은 이재웅 소카 대표가 '타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분신한 뒤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에 대해 “택시업계에 대해 상당히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너무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말했다. 쏘카는 '타다'를 운영하는 브이씨앤씨(VCNC)의 모회사다.

최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이 대표는 즉각 “갑자기 이분(최 위원장)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고, 다음날 최 위원장이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어야 한다"고 발언하자 이 대표는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며 다시 한 번 맞받아 쳤다.

금융위의 수장과 스타트업 대표가 공개적으로 서로를 저격하는, 좀 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되면서 벤처업계는 어리둥절해 하는 분위기다. 주관 부서도 아니고, 재정 정책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금융위원장이 왜 이 대표를 콕 짚어 저격했냐는 의문도 끊이질 않는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최 위원장은 "비아냥거릴 일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하나부터 열까지 새롭게 만들어가는 스타트업들은 생존을 위해 정말 신경 쓸 일들이 많다. 합법적으로 일 잘 하고 있는데, 주관부서도 아닌 금융위에서 왜 갑자기 스타트업 대표 한 명을 콕 집어 저격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한 쪽에서는 벤처 육성한다면서 정책 내 놓으면서 이렇게 대놓고 비판하면 무슨 말을 꺼낼 수 있겠냐. 이런 게 입에 재갈을 물리는 거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전통산업인 택시업계와 공유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다를 패자와 승자로 나누고, 이 대표가 택시업계를 이끌어야 한다는 발언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 최대 공유차 업체 우버는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주가가 급락했고, 경쟁사 리프트 또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익성 문제와 함께 공유차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돌고 있는 상황에서 본격적인 공유차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한국에서는 타다를 승자로 규정하고, 양보를 강요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시각이다.

공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쏘카와 타다가 국내 공유차 사업의 선두주자지만, 이렇게 전방위로 공격을 받으면서 탈탈 털리면 정작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쳐야 할 때 힘이 다 빠져 후발주자에 뒤쳐질 수도 있다”며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한 벤처기업을 이미 승자인 것처럼 표현한 것도 맞지 않고, 중재자의 역할과 혁신에 따른 소외계층 돌보기를 고민해야 할 정부가 한 쪽 편들기만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 위원장이 “생계형 일자리로 들어가는 혁신서비스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이번 발언의 배경을 밝혔지만, 막강한 재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위에 있는 만큼 과정과 형식에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실무를 담당하는 곳이 국토부라면 재정 정책으로 지원해야 하는 곳이 금융위이기 때문에 최 위원장이 발언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이번 논쟁은) 그 과정과 형식에 있어서는 바람직하지 못했다”며 “정부는 관련 업계와 국민이 사회적 타협에 이를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정기 회의체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실질적인 의견을 교환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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