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크면 안된다는 저축은행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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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19-05-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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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대웅 기자]

"저축은행은 저축은행다워야 한다." 저축은행이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거나 이를 위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면 금융당국에서 하는 말이라고 한다.

최근 이 말을 금융당국에서 직접 들었다.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에 대한 완화 계획이 있는지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었다.

2017년 4월 당국이 마련한 저축은행 대주주 인가 기준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주주는 저축은행을 2개까지만 소유할 수 있고, 영업구역 외 저축은행은 합병조차 할 수 없다. 오직 부실 저축은행만 인수 또는 합병할 수 있다.

즉 M&A와 관련해서 '저축은행다워야 한다'는 건 저축은행의 양적 성장엔 선을 그어야 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그러나 대형화 방지를 위해 M&A를 규제하는 게 적절한지는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저축은행 대형화에 대한 당국의 우려를 이해 못할 건 없다. 2011년 터진 부실 사태로 30개 저축은행이 파산해 국민 혈세 27조원이 투입됐다. 앞서 2005년 12월 저축은행 간 인수를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고 이 틈을 타 부산, 한국, 솔로몬 등 3대 대형계열을 포함한 11개 계열사, 31개 저축은행들의 대형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주홍글씨’에서 당국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당국이 주홍글씨 때문에 '저축은행다워야 한다'는 논리에 갇히는 건 당국답지 못한 처사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당국의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정상'을 유지 중이다. 수치상으로 현재 ‘부실’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문제는 수치 이면에 있다. 어느 소형 저축은행은 수년 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하자 ‘정상’ 수치를 유지하기 위해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 다른 몇몇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년 새 3%포인트 가깝게 악화됐다. 자기자본이익률이 마이너스 전환해 새 주인을 찾는 저축은행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정상으로 분류되지만 이들 저축은행은 자신들이 미래 경쟁력을 잃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실질적인 정상화를 위해 회사를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그럼에도 까다로운 M&A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부실화된 이후 팔려봤자 사들인 회사는 물론 저축은행업권 전체, 나아가 해당 지역의 서민 가계에도 약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M&A를 다시 활성화해 몇몇 저축은행들만 더 키워주자는 게 아니다. 대형화 방지를 위해 마련한 이 규제로 피해가 우려되는 서민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보완장치를 마련해 이들 저축은행의 M&A를 성사시킬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 책임이 당국에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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