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대 병기는 '국가안보위협'....글로벌 무역전쟁 더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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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05-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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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웨이에서 수입차까지 '국가안보위협' 명분 공세…무역전쟁 오래 가고 더 꼬일 듯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무역 공세 명분으로 내세운 '국가안보위협'을 두고 하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수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결정을 180일 미루기로 했다. 주목할 건 그가 수입차를 국가안보위협이라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폭탄관세를 물리고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금수조치를 취할 때도 같은 명분을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과 국가안보를 결부시키면서 그가 촉발한 무역전쟁이 보다 길어지고 해결이 어려운 새 국면으로 들어서게 됐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안보' 정의가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미국이 수입하는 사실상 모든 제품에 국가안보위협이라는 꼬리표를 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말 그대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차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수입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수입차와의 경쟁이 심해지다보니 미국 업체들의 판매가 줄었고, 실적악화에 따른 연구·개발(R&D) 투자 부진으로 장기적인 기술우위를 점하는 데 절실한 혁신에 취약해졌다는 게 이유다.

더글러스 어윈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전에는 들어본 적 없는 재미있는 논리"라며 "뭐라도 수입 중단을 정당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블룸버그는 수입차 관세가 주로 미국의 오랜 동맹인 유럽연합(EU)과 일본을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차 문제를 거론하며 기술우위를 강조한 건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전쟁이나 화웨이에 대한 공세 때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오랫동안 중국 정부를 위한 스파이 노릇을 한다는 의혹을 받아온 화웨이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 밖에서 수입차가 미국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믿을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시 선임 고문도 지난 수십년간 반도체를 비롯해 보다 민감한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지금의 트럼프 행정부와 비슷한 국가안보위협 주장을 하는 전문가들이 있었지만, 이를 자동차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심각하게 주장한 이는 없다고 거들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술우위에 방점을 찍은 만큼 수입차·부품 관세가 이른바 'ACES' 차량 기술에만 적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CES'는 ​자율주행(Automated), 커넥티드Connected), 전기화(Electrified), 공유(Shared) 등 미래형 자동차의 핵심 기술을 일컫는다.

무역에서 국가안보위협이라는 명분은 당초 전쟁 같은 비상시에 한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국가안보위협을 이유로 한 수입 제한을 정당화한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의 미국은 오히려 다른 나라들이 국가안보위협 명분을 과도하게 내세우는 걸 경계했다. 너나 없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보호무역조치를 취하면 국제무역질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 사이 중국은 같은 명분으로 인터넷을 검열하고 전략 부문에 대한 외국기업의 접근을 제한해 미국의 반발을 샀다.

미국 컨설팅업체 크럼튼그룹의 중국 전문가인 주드 블란쳇은 "이제는 미국이 가장 과격한 방식으로 국가안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중 초강경파로 꼽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지난달 하버드대 연설에서 "미국은 매일 국가안보를 지키면서, 미국인을 위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방법을 고민하면서 일어나는 대통령을 가진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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