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24시] 서울대 복제견 '메이'의 죽음…탐지견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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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19-05-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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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청원을 비롯해 화제가 되지 않아도 사연만으로 국민 동의를 받고 있는 청원까지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코너를 통해 다양한 청원글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정보를 알리려 합니다.




◆ [4월 16일] "XX대 수의대에서 실험중인 퇴역 탐지견을 구조해주십시요" 

오늘 2019년 4월 15일자 KBS 9시 뉴스를 통해 보도된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센터의 복제 탐지견에 대한 실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사)비글구조네트워크는 지난 1월에 이와 관련된 제보를 받고 3개월에 걸쳐 자체 조사를 한 뒤 KBS 보도국에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자체 조사와 KBS 보도의 내용에 근거하여 아래와 같이 청원 드리고자 합니다.

1. **대학교 수의대의 불법 동물시험을 즉시 중단시키고 실험 중인 퇴역 탐지견을 구조해주십시요

-KBS 보도와 같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3년부터 5년간 인천공항 검역센터에서 검역탐지견으로 일하던 복제 탐지견 비글 '메이'와 다른 두 마리 페브, 천왕이와 함께 **대학교 수의대 이**교수에게 2018년 3월에 동물실험용으로 이관시켰습니다. **대학교 실험용으로 이관된 3마리 중 한 마리는 자연사했고, 현재 두 마리는 아직 살아있는 것으로 알렸습니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제24조에는 '장애인 보조견 등 사람이나 국가를 위하여 사역(使役)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불법을 떠나서 5년간이나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했던 국가 사역견들에게 수고했다고 새 가정은 찾아주지 못할 망정 어떻게 남은 여생을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도록 동물실험실로 보낼 수 있다는 말입니까? 동물실험 문제를 떠나서 이 문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국민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대학교에 살아남아 있는 (메이, 페브, 천왕이 중) 두 마리는 오랜 시간의 실험으로 인해 구조가 시급하므로 실험을 즉각 중단하고 저희 비글구조네트워크 실험동물 전용 보호소로 이관해줄 것을 청원 합니다.


2. **대학교 수의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연구사업 '우수탐지견 복제생산 연구' 및 '검역기술 고도화를 위한 스카트견 탐지개발 연구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재검토해줄 것을 청원합니다.

-**대학교 수의대가 사역견을 복제 생산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이를 평가하는데 그 평가의 공정성을 조사해주십시오. 비글구조네트워크의 자체 조사에 의하면 평가 방법이나 평가 주체가 일부 간부에게만 집중되어 있고 탐지견을 직접 데리고 현장에서 검역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핸들러들의 의견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청의 경우 복제견이 우수하다는 점을 느끼지 못해 더 이상 복제견을 경찰견으로 쓰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3. 마지막으로 장애인 보조견이나 국가 사역견에 대한 예우를 확실히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시스템을 정비해주십시오.

-이번 사례와 같이 OECD 국가 중 국가 사역견이 실험동물로 쓰이는 현실은 대한민국밖에 없습니다. 장애인 보조견들과 현역 국가 사역견들의 더 나은 복지 증진과 퇴역 후 행복하고 안전한 여생을 보장하는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과 기반을 마련해줄 것을 청원 드립니다.

 

[사진=KBS방송]

지난 2월 27일 세상을 떠난 메이는 이병천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수의대 연구팀에서 2012년 10월 탄생시킨 복제견으로,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으로 인천공항 검역탐지견으로 활동하다가 지난해 은퇴했다. 역할을 마친 메이가 지난해 3월 향한 곳은 따뜻한 보호자의 곁이 아닌 차가운 바닥만이 있는 서울대 실험실이었다. 

그렇게 실험실로 보내진 지 8개월 만에 검역본부에 잠시 맡겨진 메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먹이를 먹지 못해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라있었고, 생식기는 비정상적으로 크게 튀어나와 있었다. 또한 허약해진 탓에 계단을 오르지 못했고, 밥을 먹던 중 코피를 쏟기도 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비글구조네트워크 측은 지난 22일 이병천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했다. 또한 24일 동물보호단체들은 '세계 실험동물의 날'을 맞아 서울대 수의대 동물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병천 교수의 비윤리적 복제 사업을 영구 폐지하고, 책임자인 이병천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지금도 식품을 비롯해 의약품, 화장품 개발 등을 위해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이 무수히 많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국내 실험동물 사용 현황'에 따르면 5년간 1004만 7782마리의 동물이 실험에 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동물대체시험법을 도입해 동물실험을 줄이고 있으나, 한국은 오히려 2015년 1월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을 위한 법률'로 인해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상황. 이에 동물단체들은 3D 프린팅, 세포배양, AI, 오가노이드, 컴퓨터 시뮬레이션, 인체장기모사 등 방법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탐지견 중 복제견이 공항 검역에 배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지역본부별 탐지견 배치 현황'에 따르면 활동 중인 탐지견 51마리 중 복제견은 42마리(82.3%)에 달한다. 복제견 비중은 '실력이 입증된 우수한 탐지견을 복제하면 그만큼 노력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주장에 따라 2012년 이래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편, 최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복제견 메이와 이병천 교수에 대한 충격적인 이야기가 공개됐다.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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