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 12-5] 미술에서도 무궁화는 피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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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 교수
입력 2019-04-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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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물학 전문가도 잘못 알고있는 무궁화

  • '99%의 거짓과 1%의 진실의 배합'으로 만들어진 나라꽃?

  • 반면 일본의 무궁화는 ‘터줏대감’ 겸 ‘오타쿠’

강효백 경희대 법무대학원교수

"모든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 <l.a.>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 <단원 김홍도>

"‘무궁화=일본의 꽃’(ムクゲ=日本の花) 
문건:358만건, 사진: 366만장, 동영상: 3만5100편"
<일본 최대포털 <야후 재팬>서 2019.4.25. 검색 결과>

"국정은 국법에서 나오고 국법은 국헌에서 나오고 국헌은 국혼(國魂)에서 나온다. 일제에 오래 빙의된 국혼- 국가(國歌) 국화(國花) 국장(國章)을 바로잡는데 내 여생을 던진다." <강효백>



◆가짜뉴스보다 백만배 해로운 가짜 텍스트

앞에서 우리는 구한말 이전 역사와 문학에도 무궁화는 피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필경 역사와 문학은 문자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은 문자로만 표현하기에 벅찰 수 있다.

이제 무궁화를 문자가 아닌 형태를 빌려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에서 찾아보자. 예술 중에도 우선 시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미술에서, 특히 회화에서 살펴보자, 사진이 생겨나기 전에 회화의 주류는 물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사실화(事實畵)였기에 그렇다.

무궁화를 그린 우리 옛 그림은 어디에 있는가? 지난주 내내 필자는 온·오프라인을 몽땅 뒤졌다. 우리 옛 그림 가운데 매화·난초·국화·대나무 등 사군자만 만난 게 아니었다. 복숭아꽃, 모란, 원추리, 패랭이, 맨드라미, 연꽃, 봉선화, 동백, 수선화, 붓꽃(창포), 왕벚꽃 ,함박꽃 ,석류꽃 등등 우리 옛 그림에 만발한 온갖 꽃들을 만났다. 천신만고 끝에 단 한 장의 무궁화 그림(?)을 찾았다. 단 한 장의 무궁화(?) 그림 하나가 오만군데 온·오프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오만군데 중 단 한군데만 소개하면 이렇다.
 

그림 조선후기까지의 회화 작품 중 거의 유일하게 남겨진 무궁화 그림인 유숙(1827~1873)의 작품 '장원홍(壯元紅) - <조선일보> 2017.7.29.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근세 조선시대까지 남겨진 그림 중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무궁화 그림은 조선말기 도화서의 화원 유숙(劉淑, 1827~1873년)이 민화풍으로 그린 작품 '장원홍(壯元紅)'이다.”
<서효원, “서효원의 시시콜콜 과학사- 무궁화 이야기” <조선일보> 2017.7.29.>


일단 반만년 유구한 우리 역사상 구한말 이전 무궁화를 그린 오직 한 장의 그림이라니 무궁화로 보고 싶다. 식물학 박사에다 현직 농촌진흥청 화훼과장(현재 농촌진흥청 대변인으로 영전)이, 게다가 우리나라 발행부수 1위를 자랑하는 일간지에 실은 글이니 믿고 싶다.  그런데,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 그림을 1초만 보지 말고 5초만 살펴보라. 무궁화인가? 어째 좀 이상하지 않은가?


사람들은 흔히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이같은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은 고정관념, 편견, 선입관, 인지왜곡을 낳는다. 그리고 거대 권력은 종종 사람들의 선택적 지각을 악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말인데 이 그림속의 꽃은 무궁화로 보고 싶은 것일 뿐이다.

아무리 무궁화 같지 않더라도 그림 왼편 상단의 그림제목 ‘壯元紅(장원홍)'만 없었으면 필자도 무궁화로 믿고 (싶어서) 넘어갔을 것이다.

‘장원홍’. 이는 중국의 명명백백한 국화격인 모란의 한 품종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의 고향 산둥성 허쩌(菏澤)의 특산 모란이자 모란중의 장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모란이다. 허쩌시에는 해마다 장원홍 모란 축제가 열린다.

‘장원홍은 무궁화가 아니라 모란이다’ 는 ‘산은 물이 아니고 산이다’와 마찬가지로 100% 팩트다.

그림뿐만 아니라 서효원 농촌진흥청 대변인이 화훼 과장 재임 시절 조선일보에 올린 무궁화 칼럼 내용의 대부분은 팩트와 달랐다.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필자는 서 대변인에게 최근 전화를 걸어 조목조목 근거를 들며 항의했다. 처음엔 ‘장원홍’은 무궁화의 일종으로서 임금이 장원급제자에게 하사하는 어사화라며 오히려 필자를 훈계했다. 기가 막힌 필자는 '어사화는 무궁화가 아니라 개나리 모양의 종이꽃'이라고 반박했다. 필자가 그동안 <아주경제>에 올린 무궁화 관련 칼럼들을 한번 자세히 읽어보라는 충고와 함께. 

서 대변인은 얼마 후 자신이 쓴 칼럼 대부분의 내용은 자신의 인식의 오류 또는 검증 절차 없이 올린 것 같다며 필자의 ‘나라 꽃 바로잡기’에 동참도 고려할 의사가 없지 않다며 유선상 회신했다. 이어 그는 자신의 SNS에 네이버 지식백과를 포함, 온라인에서 검색가능한 정보 대부분이 ‘장원홍’ 그림을 무궁화로 판단하고 있는 것처럼 자신도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는 글을 올렸다.

◆'99%의 거짓과 1%의 진실의 배합'으로 만들어진 ‘갑툭튀' 나라꽃?

일반 국민은 물론 정책결정자와 각계 지도층 인사들은 현직 농촌진흥청 핵심간부이자 저명한 식물학 박사의 메이저급 신문에 실린 ‘말씀’을 믿겠는가? 아니면 비전문가인 일개 법학자 필자의 ‘말을 믿겠는가? 진실을 몰랐다면 필자라도 전자 ‘말씀’을 믿겠다.

더욱이 이 분의 ‘말씀’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현재 중앙과 지방정부, 기업과 단체 할 것 없이 ‘무궁화 심기 운동’, ‘무궁화로 기업로고 만들기’ 등에 몰입하게 하는 ‘무궁화의 텍스트 내지 경전’처럼 여겨지고 있어 탈이다. 큰 탈이다.

문학과 예술을 잇는 다리, 동양의 추상화라는 서예에서도 구한말 이전 한반도의 시공에서 무궁화의 '근(槿)'은 단 한 글자도 나오지 않는다. 비단 회화나 서예에도 찾아볼 수 없다. 구한말 이전 옛 우리나라의 모든 건축· 조각· 암각화· 칠기· 목기· 자기, 유기 등과 복식· 침구· 병풍, 부채 생활용품의 와당 벽화 문양 등을 포함한 미술품과 문화재와 유물은 물론 골동품에도 무궁화는 흔적도 없다.

무궁화는 한마디로 1896년 11월 21일 애국가 작사자 윤치호(이토지코, 일본제국의회 귀족의원. 종일매국노의 대부)가 ‘무궁화 삼천리’를 언급한 이후 현재 2019년 4월 26일까지 약 123년간의 국내 언론과 문헌에만 피어 있을 뿐이다.

나치 정권의 선전장관 파울 요제프 괴벨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한 번 말한 거짓말은 부정하지만, 두 번 말하면 의심하게 되고, 세 번 말하면 이내 그것을 믿게 된다. 100%의 거짓말보다는 99%의 거짓말과 1%의 진실의 배합이 더 나은 효과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무궁화는 123년간 누적된 99%의 거짓말과 1%의 진실(무궁화 나무 자체)의 배합으로 만들어진 갑자기 툭 튀어나온, 이른 바 ‘갑툭튀' 나라꽃은 아닐까? 그 답을 이 땅의 ‘괴벨스’들에게 듣고 싶다.

◆일본의 무궁화는 ‘터주대감’ 겸 ‘오타쿠’

미술에서도 한국의 무궁화는 구한말 ‘갑툭튀’지만 일본의 무궁화는 ‘터줏대감’ 겸 ‘오타쿠(御宅)’ 이다. <야후 재팬>에 무궁화‘木槿’ ‘일본화’日本画’를 치면 사진만 35만1000장이 나온다. ‘무궁화 골동품’ 2만8300장, ‘무궁화 문화재’ 11만장 사진이 나온다.

현대 미술품은 말할 것도 없고 20세기 이전 일본의 무궁화 유명 회화 서예 작품의 수는 200점이 넘는다. 모든 서예작품에 ‘근’ 자를 반드시 넣기로 유명한 서예가에서부터 무궁화 그림만 그리는 현대 전위 화가까지 가히 일본은 무궁화 터주대감 겸 오타쿠(御宅) 세상이다. 아래 6점의 사진들이 대표적인 예다. <12-6에서 계속>
 

[사진=강효백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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