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문재인 대통령, 지금은 결단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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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전 국회 부대변인)
입력 2019-04-15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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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인사 실패가 계속되는지 살펴야

  • 조국, 조현옥 수석은 정치력 복원 카드로도 쓸 수 있어

[사진=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사람은 위험에서 벗어나면 쉽게 지난 일을 잊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현 상황을 당연하게 여긴다. 남북문제가 좋은 예다. 불과 2년 전 한반도는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미 항공모함과 최신예 전투기가 우리 바다와 하늘을 덮었다. 북한 정권은 ‘불바다’와 핵 도발로 위협했다. 외국자본은 빠져나갔고 주식시장은 롤러코스트를 탔다. 한반도 리스크를 이유로 해외 직접투자 계획은 유예 또는 철회됐다.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미국을 오간 끝에 얻은 소중한 결실이다. 그런데 까마득히 잊고 있다. 오히려 더디다며 비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상식 있는 야당이라면 제대로 평가하는 게 옳다.

현 정부에 대한 공(功)은 여기까지다. 경제 문제와 함께 계속되는 인사 실패가 쌓여 성과를 단박에 허물고 있다. 조동호, 최정호 장관 후보자 여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문제로 또 불이 붙었다. 정국은 다시 안개속이다. 덮어놓고 반대한다며 야당에게 주먹질을 날리기엔 간단치 않다. 국민들은 적절한지 묻고 있다. 청와대 말처럼 주식을 많이 보유했다는 이유로 반대해서는 안 된다. 위법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들이 공감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앞선 최정호 후보자 역시 위법은 없었다. 국민 정서를 넘지 못했을 뿐이다. 이미선 역시 헌법재판관으로서 온당한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CBS와 리얼미터 여론조사(15일)는 여기에 대한 답이다. 헌법재판관 후보로서 ‘부적격(55%)’ 응답이 ‘적격(29%)’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 ‘적격’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지역과 연령, 이념을 가리지 않고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치권은 걸핏하면 국민 눈높이와 국민 정서를 들먹인다. 국민 눈높이, 국민 정서는 객관적인 사실과 여론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내로남불’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상식을 벗어난 5,500회에 달하는 잦은 거래와 공직이해충돌 금지 위반 의혹, 그리고 헌법재판관으로서 자질에 대해 분명한 해명을 필요로 한다. 국민들은 여기에 의문을 갖고 있다.

정치적 셈법으로 강행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화를 부를 수 있다. 더는 밀릴 수 없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 대신 왜 인사 실패가 계속되는지 살펴야 한다.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은 그런 책임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사 추천과 검증을 책임진 당사자들이다. 야당 공격 때문이 아니라도 거취를 검토할 때가 됐다. 대통령과 민주당, 그리고 자신들을 위해서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때 도덕적 우위도 확보할 수 있다. 만일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 후보자는 재판관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하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야당 공세를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조조 수석이 거취를 밝힐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조국, 조현옥을 정치력 복원하는 카드로도 쓸 수 있다. 가파른 대치 정국을 돌파할 수 있는 방책이다. 개혁입법에도 물꼬를 틀수 있다. 현재 국회 의석으로는 야당 도움 없이 한계가 있다. 정치란 주고받는 것이다. 거듭된 인사 실패 책임을 묻고 이미선 후보자를 내줄 때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력을 얻게 된다. 긴 호흡에서 봐야 한다. 경제 문제와 인사 실패가 국정을 발목잡고 있다는 비등한 여론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럴 때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궤멸 직전까지 갔던 한국당은 청와대와 민주당 실책을 발판으로 부활했다. 더는 빌미를 주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 결단과 읍참마속이 필요한 이유다.

중국 수나라가 망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관료들 사이에 퍼진 ‘적당한 인간관계’라는 안일함이다. 좋은 게 좋다는 적당주의다. 결국 대란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고 제국은 무너졌다. 당 태종은 “적당한 인간관계에 안주한다면 수나라 관료들과 똑같은 결말을 맞게 된다”고 경고했다. 지금은 결단할 때다. <대통령의 결단>을 쓴 닉 래곤은 “나라의 운명을 뒤바꾼 역사적 순간 뒤에는 항상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다”면서 풍부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제퍼슨은 당시는 쓸모없는 땅이었던 루지애나 주를 매입해 미국이 번성하는 기틀을 놓았다. 또 링컨은 노예제를 폐지함으로써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트루먼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 투하를 결정해 2차 대전을 종식시켰다. 이 모든 역사적 사건 뒤에는 내부 반발과 비난을 무릅쓴 대통령 결단이 있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통령이 결단할 수 있도록 보좌할 의무가 있다. 이미선 후보에 대한 금융위원회 조사도 그 가운데 하나다. 위법 여부를 신속하게 정리해 대통령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 태종을 도와 ‘정관의치(貞觀之治)’를 열었던 위징(魏徵)은 “군주 된 자는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얻으려 노력해야 한다. 측근들이 눈과 귀를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을 만큼, 국가 상황과 백성의 생활을 똑바로 바라보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제대로 된 현실인식을 의미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확한 상황 파악과 여론 수렴에 나서야 한다. 조국, 조현옥에 대한 국민들 피로는 한계에 달했다. 이제는 결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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