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꽃'..일본의 벚꽃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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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4-0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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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벚꽃 경제 효과 연간 6조6000억"

일본에는 “꽃보다 만두”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보기 좋은 것보다 쓸모 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 꽃이 벚꽃이라면 얘기가 달라질지 모르겠다. 벚꽃은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들여 일본 경제에 톡톡히 도움을 주고 있어서다. 블룸버그통신은 5일(현지시간) 일본 벚꽃이 거대한 산업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일본의 벚꽃 경제를 조명했다.

벚꽃은 일본 문화에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봄이 되면 으레 TV에서 벚꽃 개화 시기를 예보하고 개화 속보도 나온다.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은 새로운 회계연도 시작과 맞물려 풋풋함이나 시작과 같은 긍정적 의미와도 관련이 깊다. 

벚꽃을 감상하며 봄을 축하하는 나들이를 의미하는 단어(하나미)가 있을 정도로 일본인은 벚꽃을 즐긴다. 지난해 하나미에 나선 일본인은 6300만 명에 이른다고 간사이대학교는 집계했다. 이들이 쓴 돈은 3010억엔(약 3조660억원)으로 추산된다. 일본 전역에서 공원, 사원 등을 포함해 하나미 명소가 600곳을 넘으며, 그중 하나인 도쿄 우에노공원은 지난해에만 하나미 방문객을 400만 명 넘게 끌어들였다.

벚꽃 개화에 맞춰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벚꽃 시즌인 4월에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90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3~4월을 합쳐서는 500만 명을 넘었는데, 한국인과 중국인이 200만 명을 넘게 차지했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벚꽃 경제 효과가 58억 달러(약 6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면서, 그 중 1/4이 외국인 관광객이 기여하는 것으로 봤다. 

일본 경제의 신(新) 성장동력으로 관광업을 선정한 일본 정부로선 이런 추세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지난해 312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받은 일본은 하계 올림픽을 치르는 2020년까지 관광객 수를 4000만 명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비자 발급요건을 느슨하게 풀고 인프라 투자를 늘리고 저가 항공사와 크루즈 운항 규정도 완화했다. 일본은행의 강력한 통화부양책 덕에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도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행비 부담을 줄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아이클릭아트]


기업들은 벚꽃 개화에 맞춰 벚꽃을 주제로 한 광고와 특별 패키지 등을 선보이며 벚꽃 경제 효과를 누리려고 한다. 일례로 스타벅스는 매년 벚꽃이 그려진 텀블러나 벚꽃을 주제로 한 음료를 내놓으며, 코카콜라와 아사히도 벚꽃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미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들도 있다. 우버이츠는 벚꽃 소풍객에 음식을 배달하며, 일부 심부름 업체에서는 벚꽃 명소에서 좋은 자리를 맡아주고 한 시간에 3000엔의 요금을 받는다. 테이블이나 음료, 도시락을 준비해 줄 때에는 요금이 올라간다. 리츠칼튼 도쿄 호텔은 벚꽃 나무 아래 투명한 비닐돔을 설치하고 그 안에 샴페인과 다과를 준비한 9000엔짜리 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바깥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벚꽃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해 방을 인조 벚꽃으로 꾸며 빌려주는 서비스도 생겼는데,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대비 벚꽃 테마 공간의 수요가 50%나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하나미 사진이나 하나미 식탁 꾸미기 등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에서 유행하고 있는 것도 젊은이들의 벚꽃 구경을 부채질한다고 봤다. 특히 일본은 인스타그램 이용이 무척 활발한 곳으로, 지난 2년 사이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두 배 넘게 증가, 2900만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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