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인문사회분야 연구지원…R&D 예산의 1.5%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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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민 기자
입력 2019-04-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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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은 정부 R&D의 9%, 미국은 7%대

  • 2019년 인문사회 R&D 예산 3009억원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지만 인문사회분야 연구지원은 R&D 예산의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R&D 지원도 기술분야를 벗어나 ‘선진국형’ 흐름에 발맞춰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9년 예산을 기준으로 교육부를 통해 지원되는 인문사회분야 연구비는 정부 R&D예산의 1.5%인 3009억원이다. 학술연구 총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과학기술 분야와 인문사회 학술 연구 투자 격차는 더 확대되고 있다.

교육부의 학술·연구지원사업 관련 국가 R&D 예산은 2015년 18조9231억원에서 2019년 20조5328억원으로 5년 새 1조6097억원 증가했다. 연평균 2.1%포인트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인문사회 R&D 예산은 2015년 2972억원에서 2019년 3009억원으로 5년 새 증가한 금액은 37억원에 불과하다. 연평균 0.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공분야의 상승율 10.9%에 비하면, 인문사회의 분야의 0.3%로 약 35배 차이가 난다.
 

[표=교육부]

영국은 정부 연구위원회 예산의 9% 이상, 미국은 국립과학재단과 국립인문기금 연구지원 예산의 약 7%를 투자하고 있다. 새로운 연구 분야의 태동, 미래연구와 혁신은 인문사회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이 만나는 선진국의 사례로는 네덜란드 미래교통연구를 꼽을 수 있다. 네덜란드는 ‘미래교통연구’에서 운송수단의 발전뿐 아니라 법, 여가, 건강, 안정 등 사회 전반의 영역을 고려해 예측과 진단을 하고 있다.

초당적이라 평가받는 미국의 아스펜연구소 역시 경영자 세미나에서 플라톤, 공자, 홉스 등의 철학을 공부하고 토론한다.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세계 유수의 대학 철학 교수를 CPO(Chief Philosophy Officer)로 채용해 자문을 구하고 있다.

반면, 국내 4년제 대학 인문사회계열 입학정원은 2007년 13만6000여명에서 2017년 11만5000여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이공계 입학정원은 2007년 12만9000명에서 2017년 15만명으로 증가했다. 2007년 HK사업 추진 등 인문학 진흥정책 이후 대중적 관심은 높아졌으나 구조조정 등으로 대학 내 인문학의 입지는 좁아지는 역설적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고사위기에 놓인 인문사회 분야 지원을 위해 교육부, 문체부, 과기부는 4일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 방안(2019~2022)’을 공동 수립해 발표했다. △인문사회 분야 연구지원 강화 및 사회 진출 다변화 △지속가능한 혁신 위한 인문사회과학 역할 확대 △생활 속 인문사회과학 등으로 세분화해 추진한다.

먼저 교육부에서 인문사회분야 연구자들을 지원하던 ‘학문후속세대’ 지원이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로 확대 개편된다. 기존에 소속이 없어 지원받을 수 없었던 연구자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될 예정이다. 단기는 1년, 장기로는 최대 5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 연구개발 기획단계에도 인문사회 연구자가 참여하도록 제도를 개편한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에서 법적·윤리적·사회적 영향을 끼치는 연구에 대해 인문사회 분석(ELSI)을 포함하도록 한 것이다. 인간게놈프로젝트 연구, 블록체인 기술평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올해는 5억원 이상 과제에 권장되지만, 2020년부터는 연 100억원 이상 연구과제에 ELSI 분석과제를 포함시키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문체부는 국민 수요 맞춤형 생활 인문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예술분야와 융합한 ‘다원인문콘서트’, 독립서점이나 커뮤니티 공간 등 주민 생활공간에서의 ‘소규모 인문예술콘서트’, 직장이나 아파트 등 수요처로 ‘찾아가는 인문학’ 등을 추진한다.

세 부처가 합동으로 자립 가능한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구축방안 모색하는 것은 일견 긍정적인 신호지만, 1.5%의 예산을 올리지 않은 상황에서 인문사회 학술생태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기보다는 미봉책에 가까워보인다는 현장의 지적도 제기된다.

이기홍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교수회장)는 “인문사회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예산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미봉책”이라며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관심과 지원이 빈약한 한국 학술사회가 선진국 단계로 넘어가려면 기초학문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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