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기업 13%가 '좀비'..."자원낭비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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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04-0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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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fAML 분석...통화긴축 역풍 취약 선진국 고용시장 위기

선진국 기업 가운데 제 능력으로 생존하기 어려운 '좀비기업(한계기업)'이 13%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31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ML)는 지난해 선진국 좀비기업 수가 536개사로 전체의 13%나 된다고 분석했다. BofML은 지난해 세계 경제가 강력한 성장세를 뽐냈지만, 좀비기업 수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대침체(Great Recession)가 한창일 때 정점(626개사) 수준과 별 차이가 없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진=EPA·연합뉴스]


좀비기업은 스스로 채무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을 의미한다. 살아 있는 것도, 그렇다고 죽은 것도 아니라는 뜻에서 '좀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경제학자들은 10년 이상 된 기업 가운데 수익으로 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기업을 좀비기업으로 분류한다. 가만히 두면 파산이 불가피하지만, 정부의 직접 지원이나 호의적인 금융환경 덕분에 간신히 연명하는 기업들이다.

마이클 하트넷 BofAML 수석 투자전략가는 과거 좀비기업을 보기 쉬웠던 건 모든 기업의 수익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기부양 과정에서 풀린 저금리 자금, 이른바 '이지머니(easy money)'가 좀비기업을 양산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이지머니가 풀리자 부실기업들도 돈을 빌리기 쉬워졌고, 투자자들 또한 쉽게 돈을 빌려 위험천만한 기업에 투자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융위기 이후 제로(0) 금리 기조를 10년 가까이 유지하면서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4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시중에 풀었다.

연준은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기준금리를 9번 올렸지만 올해는 경기둔화 우려로 금리인상을 중단할 계획이다. 심지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트넷은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제로로 밀어붙였다"며 "결국 아무도 파산할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물론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나쁜 건 아니다. 개인은 소비를, 기업은 투자를 늘릴 수 있다. 더욱이 주요 중앙은행들의 이지머니 정책은 금융위기로 곤두박질쳤던 글로벌 증시의 랠리를 부추겼다. 증시 랠리는 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문제는 이지머니 홍수가 이미 경쟁력을 잃은 좀비기업으로까지 흘러들었다는 점이다. 하트넷은 자본은 물론 인력 등 다른 기업들이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자원이 낭비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좀비기업이 증가하기 시작한 건 1980년대 후반부터라고 분석했다. 역시 저금리 기조가 강했을 때다. 80년대 후반 선진국에서 2% 수준에 불과했던 좀비기업 비중은 2016년 12%로 높아졌다. 그 사이 좀비기업들은 회생하거나 퇴출되는 대신 부채로 생명을 연장하는 게 일반화했다는 지적이다.

하트넷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깜짝 놀랄 정도로 오르기 시작하면 이들 좀비기업이 큰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금리인상 압력이 높아지면 좀비기업들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좀비기업의 위기는 경제 전반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BIS는 좀비기업의 도미노 파산이 세계 경제, 특히 선진국 고용시장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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