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묻지마 반대'에 바이오업계 속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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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9-03-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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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총 거수기' 오명 벗으려 적극참여… 일부 "사정 모른다" 불만

  • 정부가 의결 좌지우지할 위험성… "기업 독립성부터 보장해야"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이) 경영에 참여하려고 계속 시도하고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속으로 앓을 수밖에 없어요.”

최근 한 주주총회장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이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하면서 부담이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본격적인 주총 시기를 맞아 국민연금이 상정된 안건별로 상당수 반대 결정을 밝히면서 기업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특히 바이오업계는 국민연금이 잇따라 주총 안건에 반대 의사를 던지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이날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셀트리온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사 보수한도 증액 등 주주총회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앞서 지난 22일 송도 글로벌캠퍼스 공연장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총에서도 국민연금은 안건 전체에 반대를 결정했지만 전체 의안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주총장에서 만난 기업 관계자들은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주주의 권리”라면서도 “일부 기업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국민연금의 무조건적인 반대에 힘이 빠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국민연금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이유는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의 후속 조치에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이 투자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기업들의 주총 안건에 대해 주총 전에 찬반 의결권을 사전 공시토록 했다. 이 조치 이후 국민연금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며 그간의 ‘주총 거수기’ 등의 조롱에서 탈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등 기금운용방식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는 한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로 ‘대기업 대주주의 탈법과 위법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는 도입 취지가 자칫 정부의 입맛대로 기업을 좌지우지해 독립성을 흐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자산규모 기준 5대 국가 연기금 운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기금운용 이사회가 정부 소속인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해외 5대 연기금은 자산 기준으로 일본 공적연금(GPIF),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CPPIB),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네덜란드 공적연금(ABP)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해외 연기금은 위원장을 기업·학계 출신으로 선임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또 이사회 내부에 정부 관료 등은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의 탈법을 막는다는 좋은 취지”라면서도 “국민연금 자체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와 동시에 독립성을 확고히 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주권 행사과정의 투명성과 독립성 제고가 목적”이라며 “국민연금은 주주권행사 과정에서 투명성과 독립성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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