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건설, 현장시공에서 공장제작·조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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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19-03-2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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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2019 세계 모듈러 컨벤션'에 다녀왔다. '모듈러 건축'이란 공장에서 제작한 자재와 부품(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여 건축하는 방식을 말한다.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30여개국에서 1000여명이나 참석했다. 이번 행사가 올해로 29번째라고 하니, 모듈러 시장은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건설생산방식이 현장시공에서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으로 바뀐다면, 건설산업은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야외가 아니라 공장에서 건설생산활동이 이루어지면서 날씨에 따른 영향이 크게 줄어든다. 건설근로자들의 안전도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현장에 투입되는 건설근로자는 줄어들겠지만 기술은 더 많이 활용될 것이다. 현장시공에서 일상화되다시피 한 공사비 증가나 공사기간 지연도 해소할 수 있다. 건설근로자들은 안정적인 임금노동자가 될 수 있다. 불규칙했던 근로시간도 예측가능해진다. 남성 위주의 건설근로자 구조도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현장시공보다 공사비가 더 많이 소요되고 소비자 니즈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술적·경제적·사회문화적 장벽이 많아 여전히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최근 들어서는 다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인 주택과 건축산업에도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이 주택과 건축사업에도 널리 활용되면서 스마트 홈, 스마트 빌딩이 대거 건설되었다. 이제 주택이나 건축물은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기술의 플랫폼이 되었다. 생산방식도 디지털 기술과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활용하여 제조업과 같이 공장에서 자재나 부품을 제작하고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업체도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을 활용하고 있는 주택업체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장래에 주택이나 건축물은 건설업체가 시공한 것이 아니라 아마존에서 파는 상품으로 바뀔지 모른다. 소비자도 건설업체가 공급하는 주택보다 아마존이 파는 주택을 더 선호할 수 있다.

서민주택에 대한 수요 급증도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의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만 해도 서민주택은 740만 가구가 부족하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부족한 서민주택을 빨리 짓기 위해서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카테라를 비롯한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주택의 설계-공장제작-현장조립 및 시공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수직적으로 통합한 생산방식을 선보이면서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제는 주택업계만이 아니라 매리엇 같은 글로벌 호텔그룹도 활용하고 있다. 영국이나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는 건설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일부 공기업이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의 활용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시범사업 수준에 불과하다. 갈수록 심화될 숙련기능공 부족, 건설근로자의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 등을 감안하면 기존의 현장시공을 대신할 새로운 건설생산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남북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대규모 서민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 방안 중 하나가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의 도입일 것이다.

우리 건설업체들도 관심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건설업체가 건축설계를 할 수 없게 규제하고 있다. 공장을 만들어서 건축자재나 부품을 제작하여 현장에서 조립해 본 경험도 별로 없다. 우리 건설업체들이 설계-공장제작-현장조립 및 시공에 이르는 생산과정의 수직적 통합을 가능하게 하려면 칸막이식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 만약 건설업체 단독으로 할 수 없다면 설계업체, 제조업체 외에 전자업체 내지 전자상거래업체와도 협력해야 한다. 현장시공을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으로 바꾸기 위해서도 협력과 융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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